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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14일 토요일

자유와 반지성주의: 근미래 이념정치의 두 키워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가치를 강조하고 반지성주의라는 키워드를 던졌다. 둘 모두 원래대로라면 내가 관심을 크게 가질 법한 주제이다. 좀더 정확하게는 그 단어들 자체보다는, 그 단어들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어떤 싸움을 벌이는지를 관찰함으로써 사회의 정치적 전선을 매우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모두들 그 얘기를 열심히 하니깐 나로서는 특별히 추가로 할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없어져 버린 것이 괜히 아이러니하고 아쉽다.


내 생각에 저런 것들이 재밌는 이유는, 합리성이라는 가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극단주의적 오용이 무척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 중 실현이 쉬운 것은 언제나 후자 쪽이다.


물론 이것들만이 합리성이라는 주제와 필연적, 근본적으로 연관된다고 신봉(?)해서는 안될 것이며, 요즘 자주 언급되는 가치들 중 저런 것들이 합리성에 대한 내 관심사와 연관되는 것 같다고 소박하게만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자유는 수 차례 지적했듯이 보수 진영에서는 적극적으로 취하고 싶어하는 가치인데, 난 자유에 대한 그쪽의 이해 역시 왜곡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반면 민주당 진영에서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자유라는 가치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관심 자체가 그다지 없는 듯해서 무척 아쉽다. 이 둘 모두,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고 이를 정치권력에 반영하는 수단으로서의 공적 이성과는 꽤나 떨어져 있는 처사겠다.


한편 반지성주의 같은 경우는 상대진영의 잘못된 행동을 비판하기 위한 용어로의 다소 넓은 쓰임도 있는 반면, 어떠한 정치적 경향의 구체적인 연원과 기능을 지적하는 개념으로서의 좁은 쓰임도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그 둘이 경합하면서 유의미한 한국적 맥락의 담론이 탄생한다면 재밌을 것 같다.


미국정치의 성공과 실패, 통합과 분열의 역사가 이 자유와 반지성주의라는 키워드들에 오롯이 담겨 있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담론 중 이념중심(?)적인 것들은 좌우를 불문하고 미국의 상응하는 담론들에서 영적인(?) 부분만 조금 탈색시킨 채로 그것들을 그대로 따라가는 느낌이 있는 듯하다. 따라서 이런 키워드들에 대해 이해하고 자신감있게 얘기할 수. 있는 역량이 앞으로의 한국의 이념정치에서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근데 각 진영에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을 하고 가치를 담지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싸움이 성립되고 한국적 맥락이 변증법적으로 발전 하는 것인데... 민주당이 이러한 단어들에는 일관적으로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게 무척 아쉬운 점이다. 5년동안 실천적 이론가(?)라고 할수있는 사람들이 그런 빌드업을 게을리 한 결과, 자유와 반지성주의를 오남용하는 정치적 극단주의에 대응할 사회적 역량이 많이 떨어졌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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