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cgv에서 '토르: 러브 앤 썬더'를 보고 왔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고 만듦새가 부족하다고 하길래 기대를 아예 안 했는데 생각보다는 나름 재밌게 봤다.
영화 내내 엉성하고 늘어지는 느낌이 있긴 했는데, 보여주고 들려주려고 의도하는 요소와 테마들이 무척 매력적이고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서, 그럭저럭 선해하고 interpolation해 가면서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20세기스럽게 힘있는 아트 스타일 덕에 엔딩크레딧조차 눈을 떼지 않고 보았다.
유머러스한 장면들과 끊임없이 아우라를 빼는 연출이 맥을 끊는 문제는 분명히 컸다. 다만 유머 같은 경우 관객들이 다같이 웃으면서 보면 꽤 괜찮았을 것 같은데도 터지지가 않아서 자꾸만 어색해지는 느낌도 있었다. 웃음소리를 뇌 속에서 자체 재생해가면서 보면 좀 달랐을 듯.
다만 이는 이번 4편만의 문제라기보다는 3편에서부터 고수해 온 스타일이고, 감독이 히어로영화로서 '전형적이지 않은' 3편의 성공 방식에 과하게 천착해서 시쳇말로 뇌절을 한 것 아닌가 싶긴 한데, 미국에선 또 반응이 좋았다고 하니 어떨진 모르겠다.
서사도 돌아보면 좀 문제가 있는 듯. 잘 만들어진 영화에서는 우연적 사건의 연쇄도 어떤 관통하는 테마를 통해서 마치 필연인 것처럼 전달을 하려고 노력하거나, 아니면 영화 내적으로 실제로 필연성이 성립하게끔 완결성있게 떡밥 회수를 잘 하거나 하는데, 이번 토르4에서는 각 인물의 서사를 멋지게 엮어주는 일관된 테마라던가, 사건들이 바로 그런 식으로 일어나야 하는 이유를 찾기가 약간 어려웠다.
영화의 좋은 점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면, 액션과 비주얼도 좋았고 특히 제인포스터의 무기 활용방식 연출은 전혀 생각 못했고 깜짝 놀랄정도로 멋있었다.
수많은 외계 종족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생활조건과 양식이 모두 인간세계의 다수와 비슷하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만큼, 다양성에 대한 표현도 딱히 무리하거나 patronizing하지 않고 매우 개연적이라고 느꼈다.
기대하던 록 음악 활용도 매력적으로 잘 된. 듯하다. 옛날 곡들을 핸드폰으로, 에어팟으로 들으면 물론 좋지만 뭔가 심심하다 라고만 생각이 드는데, 영화관 사운드에 큰 볼륨으로 들으니 존재감이 대단했다.
그리고 록음악들도 록음악이지만 토르 캐릭터의 메인테마가 원래 이거였나? 마이클 지아키노가 스코어링 했던데, 아마도 기존테마의 단순 어레인지가 아니라 아예 새로 만든 거 같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 메인 테마가 무척 웅장하면서도 신나서 맘에 들었다.
하여튼 위에 말했듯이, 맥이 끊기고 어딘가 엉성한 게 제일 아쉬운 점이다. 긴장감 갖고 쭉 이어지는 하나의 영화를 보고 나왔다는 느낌보다는, 밥먹고 집안일 하면서 부분부분 본 느낌이 들 정도디. 영화의 각 요소들은 나름 좋다보니, 좀 더 잘 연결했다면 많은 수가 호평할 만한 훨씬 좋은 영화가 될수도 있었을 것 같아서 전반적인 만듦새가 더욱 아쉽다.
Facebook에서 이 글 보기: 링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