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후보 자녀 의대입시 논란에 대해 (2022.04.16. Facebook 게시물 링크)
- 계급을 재생산하는 특권적 스펙쌓기는 수시제도에 대한 신뢰를 흔듦
- 공권력 행사는 근본적으로 어느정도 선택적일 수밖에 없음
- 그러나 내로남불 격의 임명 강행은 씁쓸한 부조리 따위가 아닌 명백한 불합리임
전직 법무장관 가족의 입시비리와 불공정이 특별히 논란이 된 이유는 바로 윤석열에 의한 전격 수사개시가 워낙 극적(?)이었던데다, 조국 본인이 정의로운 이미지와 발언으로 민주당 코어 지지 쪽에서 잠재적 대권주자 급으로 늘 염두에 두던 인물이라 그런듯하다. 특수수사 역량을 보수정권 수사에 활용하면서 동시에 제도적인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기획에 예상치못한 갈등의 축이 생긴 꼴이라, 명백한 잘못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이 과도한 철통방어에 나서게된 상황이었고 심지어 검찰개혁 의제 자체를 조국 vs 윤석열로 왜곡시켜 버린 점이 있다.
개인적으론 수시제도 그리고 여타부문에서의 각종 '수시스러운' 변화로의 이행이 신뢰를 확보해야 하는 적기가 문재인정권 시기였다고 보는데... (꼭 진학문제를 넘어 전반적인 사회상과도 관련이 있는문제라고 보는지라) 인맥이 없다면 상상하기 힘든 허위 인턴 등이 드러나면서 수시스러운 것들에 오히려 신뢰를 보낼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게 뼈아프기도 하다. 로스쿨 도입한 노무현대통령이 통탄할 일이겠다. 딴얘기지만 로스쿨 출신 첫 국회의원도 그 상징성에 걸맞지않은 다소 얄팍한 인물이 차지했고.
아무튼 그렇지만 검찰이 전지적(...)이지 않은 한에는 국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성있는 행위가 모두 검찰에 자동으로 인지되는것은 아니고... 누군가 고위공직에 나서서 검증의 쓰나미를 맞을때에 그런 사건들이 표면화되고 인지되어 수사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지는것이다. 그리고 대형사건이나 정치적 사건은 상황이 너무 어려우면 전격수사에 돌입하더라도 성과를 내기 힘들어 지지부진하게 해두는 느낌도 없진 않은것같다.
이런 면에서 검찰의 수사 개시는 (눈치보며 카드 패 꺼내듯이 휘둘러온 잘못된 흐름과는 별개로) '근본적으로' 어느정도 선택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왜 조국가족만'이라는 억울함은 사실 완전히 해소될 수 없는 성격의 것이다. 말하자면 불합리라기보단 부조리라고 하겠다. 물론 그전에, 위조, 허위인턴 등을 애초에 안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임은 명백하다.
그래도 그런 부조리를 덜고자 고위공직자 자녀 특권문제의 전수조사 같은것도 제안이 됐었는데... 결정에 관여할수 있는 사람들과 그 이해관계자들 중에도 떳떳하지 않은 사람이 많아서 전수조사는 이뤄질수 없을거라는 썰도 있었다. 구체적으로 누가 스톱 시켰다 이런게 아니더라도 전수조사 사안에 대한 분위기 자체의 측면에서는 어느정도 맞는 얘기일듯하다.
예전에 만화그리는 의사가 일말의 문제의식조차 보이지 않는 꽃밭같은 sns포스팅으로 자녀문제를 의도치않게 자진신고(?) 했던걸 포함해서... 계급재생산으로서의 대학입시라는 패러다임 위에서 특권적으로 스펙을 만드는 그런 일이 한두 건이 아닌가본데 원칙적으론 모두 잘못이고 같은 잣대가 적용되어야한다.
지금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의 자녀 역시 입시, 병역 등에 있어서 매우 심각해 보이는데... 임명이 강행되어선 안된다고본다. 그렇다고 전격 검찰수사가 개시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도 낮아보인다. 대통령이 전 검찰총장인 데서 오는 불편함이 있을것인데다, 모든 검사가 윤석열처럼 빠꾸없이 수사하는 캐릭터도 아닐테니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선인과 인수위 결단으로 후보지명을 철회시키지 않는다면, 그건 위에서 말한것같은 씁쓸한 부조리를 넘어서 매우 명시적인 불합리이자 불공정일 것이다.
늘 말하지만 윤석열이 검사시절 일관적으로 선보였던 고집스러울 정도로 빠꾸없는 원칙주의 캐릭터가 (비록 대선 거치면서 그렇지 않은 면모도 이미 많이 드러났지만, 캐릭터라는건 취사선택될수 있으니) 성공하는 모습이 한국에서 한번쯤은 선보여질 필요가 있다고 보는지라, 실제의 정치적 지지여부와는 별개로 그 독특한 캐릭터에는 뒤틀린 관심을 갖고있는 편이다.
그래서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거치면서 담지하게된 여러 정치적 가치에 대한 호오와는 별개로, 이런 문제에서 기성정치인과는 뭔가 다른 결단을 하는 모습을 아직까진 속는셈치고 한번쯤은 기대하고있다. 다만 그 다른결단이란게 임명 전격 철회가 아니라 오히려 임명 강행일지도 모르겠다는 게 문제다. 올바른 판단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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