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25
코로나를 앓는 동안 유튜브로 이것저것 보다가 거둔 최대 소득은, Apple TV 영화 <테트리스>의 ost로 기획된 aespa의 'Hold on Tight'를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Youtube 공식 영상(visualizer): 링크, 잘 만든 팬 무비: 링크)
유명한 테트리스 테마(Youtube 영상: 링크)를 K-POP 느낌으로 무척 잘 어레인지한 것 같다. 에스파 특유의 사이버한 느낌을 잘 살린 속도감있는 진행이 마음에 들고, 테트리스와도 무척 잘 어울린다. 에스파가 이 곡으로 ost에 참여한 애플TV 영화 <테트리스>는 일종의 첩보전의 색깔을 가진 역사극 같은 것이라고 하는데, 아마 영화에 이 곡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노래는 에스파가 불렀지만 작곡 및 편곡 자체는 SM엔터테인먼트 쪽 관여 없이 영화 음악팀에서 한 것 같은데 케이팝 댄스곡의 스타일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여담이지만 에스파는 새 앨범 <MY WORLD> 발매도 앞두고 있어서 최근에 유튜브에도 티저를 올리고 공식 홈페이지인 에스파닷컴(https://aespa.com/)에도 나름의 에스테틱이 있는 간단한 인터랙티브 아트워크도 올려두고 있다. 수록곡들은 콘서트에서 이미 공개했다고 하니 팬들은 이미 들어본 셈이다.
SM엔터 내부 분쟁 때문에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던 준비기간인 만큼 어수선함을 감추게끔 잘 프로듀싱이 되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5월 2일에 첫 곡이 선공개되고 5월 8일에 전체가 공개된다고 한다.
Facebook에서 이 글 보기: 링크
2023.05.08
이번 aespa 신보인 3rd mini album 《MY WORLD》는 준비 과정에서 SM엔터 내부 분쟁 때문에 광야 콘셉트를 급히 캔슬한다고 하길래 걱정을 했는데 그것치고는 그래도 괜찮게 뽑힌 것 같다. 회사가 어수선한 와중일 텐데 기본 이상의 프로듀싱 능력은 보여주었다는 느낌이다.
특히 'Welcome to MY world'랑 'I'm unhappy'처럼 immersive한 분위기의 느린 곡들과, 시시각각 변하는 래핑이 곡을 이끌고 가는 타이틀곡 'Spicy' 및 'Salty & Sweet' 같은 곡들 사이의 일관된 대조가 인상깊다 (아예 편하게 가는 후반부 몇 곡들은 논외로 하자).
후자의 스타일은 전전작인 'Savage'에서 이미 히트했기에 새롭지는 않은 반면, 전자는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일단은 둘 모두를 에스파의 개성으로 끌고 갈 생각인것 같다.
또한 신난다고 해서 마냥 블링블링한게 아니라, 거의 SMP 느낌이 날 정도의 하드한 어레인지가 곡 곳곳에 살아 있어서 에스파 음악의 기존 팬덤에게도 아주 낯설지만은 않은 결과가 될듯하다. 물론 곡이 그렇다는 것이고 비주얼과 콘셉트는 꽤나 현실세계로 내려오긴 했다.
전작인 《Girls》에서 동명의 타이틀곡은 개인적으로 정말 단단하게 잘 편곡된 멋진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대중의 반응이 크게 오질 않았던 반면, 오히려 꺾임과 빈틈이 있는 '도깨비불(illusion)'이 대중들 사이에서 꽤 흥했던 걸 보니, 곡이 전반적으로 단단하게 만들어진 것보다는 균형을 다소 상실하더라도 뭔가 확 와닿는 포인트들이 있는 게 흥행에 더 중요한듯하다.
타이틀인 'Spicy'의 경우 균형은 감각적으로 깨 두었는데 비해서, 착 감기는 킬링파트가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는지라 이런 면에서 흥행이 걱정이긴 하다.
정식 뮤비뿐만 아니라, 사실상 뮤비라고 봐도 되는 여러 비주얼 컨텐츠들도 거의 1곡당 2개씩 풍부하게 업로드가 되어 있다. 안그래도 어수선한 상황에서 투어랑 병행하면서 녹음 및 촬영을 했을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굴린 모양이다. 원래 기획을 거의 갈아엎는 수준으로 새로 한 모양이던데 이러니 멤버들 컨디션 난조가 안 생길 수가 없을 것 같다.
케이팝을 관통하는 단어를 하나 꼽자면 '감각적'이라는 형용사라고 생각한다.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송라이팅도, 케이팝에서는 리듬을 밀고 당겨서, 그리고 반음계를 재치있게 사용해서 뻔하지 않게 감각적으로 편곡되는 편이다.
예전에 TV예능 《놀면 뭐하니》에 이효리가 나왔을 때 유쾌하게 지적된 것처럼, 블랙핑크의 파라방팡 파라바라 팡팡팡이 사실 숭구리당당 숭당당과 크게 다를 게 없고 자칫 코믹해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박자의 디테일 덕분에 매우 세련되게 들렸던걸 떠올리면 쉽다.
뉴진스와 르세라핌의 약진으로 스엠이 더이상 이러한 트렌드의 선두주자라고 보기는 어려워졌지만, 포스트 이수만 체제로 예기치 못하게 이행하는 지금 상황에서도 감각적인 프로듀싱의 기본이 당장 무너지지는 않았구나 싶다.
광야와 사이버 컨셉, 그리고 SMP로 대표되는 차갑지만 빡센 송라이팅은 미래적임을 자처하지만 사실 지극히 레트로한 것들을 레퍼런스하고 있으므로 언제까지 그것들로만 할 수는 없다. 제뉴인한 퓨처리즘을 잘 찾아서 제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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