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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15일 월요일

사설업체들의 서울대 무단 캠퍼스투어 유감

돈 버는 방법도 참 다양하구나 하는 것을 요즘 느끼고 있다.


요새 학교에 캠퍼스투어 오는 중고생들이 평년보다 눈에 띌 정도로 많아져서 기본적인 학교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가 되고 있다. 밖에 잠깐만 나가더라도 무조건 시야에 여러 팀이 보이고, 평년보다 최소 서너 배 이상의 인원은 되는 듯하다. 게다가 정문에서 법대, 사회대 사이 큰길의 인도 쪽 거의 전체를 인솔자들과 학생들이 채우고 있을 정도이다. 학생식당 줄도 너무 길어서, 점심시간인 1시간 이내에 정상적으로 이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렇듯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사실 학교는 기본적으로 열린 공간이니까 투어를 운영하는 것 자체에는 별 생각이 없고, 사람 많아진 건 코로나 끝나서 그런가보다 했었다.

그런데 아까 다른 일로 에브리타임 들어가서 보니까, 놀랍게도 이러한 대형 캠퍼스투어가 대부분 학교 측과는 무관하게 사설 업체에서 하는 것이고, 심지어 일부 구성원들이 학교 공식 홍보대사를 사칭해서 "수백명씩" 인솔하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많았던 것이다. 규장각이나 도서관에까지 단체로 들어가서 일장연설 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러한 사설 캠퍼스투어는 학생들의 대학에 대한 관심을 이용해서 돈을 번다는 점에서 광의의 사교육(?)이라고 보인다. 돈이 필요한 실제 서울대 구성원들을 이용해서 이런 식으로 사업 하는 것이겠지.

나는 학교 시설을 공식적 절차 (일선 중고등학교 및 교육청과의 협력 등) 에 따라서 중고생들한테 소개해 주고 하는 것은 공공성에 부합하므로 찬성하는 편이지만, 이렇게 프로그램의 내용과 퀄리티가 보장도 되지 않은 사설 업체 영리를 위해서 학교 구성원들이 양보를 해주어야 하고, 학교의 시간적 공간적 자원이 이렇게까지 대규모로 쓰이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아 보인다.

아무튼 학교에서 국립대로서의 책임 때문에 제재를 적극적으로 못 하니까, 업체들이 아주 화수분 같은 돈벌이 수단을 잘 잡은 셈이다... 돈 버는 방법도 참 다양하구나 싶었다.
외부인 출입을 막지 않는 대표적인 논리가 세금이 들어가는 국립대라서 그렇다는 것이고 여기엔 사실 꽤 동의되지만 (그러나 상징성 때문에 여러 정신적으로 아픈 분들이 모이는 걸 생각하면 학생들 안전 문제도 생각을 안 할 수 없음), 그 세금의 목적이 학술진흥 및 교육 공공성에 있음을 생각하면, 사설 투어업체 제재 정도는 과감하게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사설 투어로 인한 인원 과다 문제 이외에도, 요즘 들어서 학교가 기존에 겪은적 없는 수준으로 불편한 점이 요즘 너무 많아졌다. 생협(생활협동조합) 운영이 문제가 있는지, 운영하는 식당의 숫자 자체가 거의 2/3토막 났는데, 캠퍼스 내 인원은 위에서 언급한 사설업체 캠퍼스투어 포함해서 과다한지라 농식 두레미담 줄이 건물 바깥까지 온다고 하고,

학식 가격 또한 너무 비싸지다 보니, 원래 항상 제일 줄이 짧던 학B(천원의학식)이 이제는 학부생들의 기본 픽이라 늘 제일 길다는 얘기가 있고 (정작 난 요즘 채식뷔페에 정착해서 학식 줄이 긴지 어떤지 잘 몰랐다),

5511은 그렇지 않아도 사람이 제일 몰리는 버스 노선인데, 신림선 개통되면서 두번에 한번씩만 서울대입구역 쪽으로 가게 되어서, 말이 격번이지 실질적으로는 두 대쯤 보내고 세번째쯤은 되어야 겨우 낑겨 탈 수 있고 (그냥 정문까지 걸어가서 타거나, 종점에 가까운 정류장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타는 게 나음),

단순히 코로나 때 사람 없었던 것의 역체감이라고 보기에는, 이전에 겪지 못했던 수준으로 불편이 심해지고, 사실상 하나의 도시 규모인 이 넓은 캠퍼스에서 원활히 유지되어야 할 것들이 하나도 유지가 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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