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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28일 화요일

[음악 추천] Goliaths disarm their Davids - In Flames (원곡 및 커버 공연 영상)

Goliaths disarm their Davids - In Flames


최근에 참여하고 있는 밴드의 지난 2월 15일 공연에서 셋리스트 중의 하나로, 멜로딕 데스메탈 밴드 In Flames의 Goliaths disarm their Davids라는 곡을 공연했다.
(원곡 들어 보기: Youtube 링크)

파워풀하고 매력적인 메인 리프를 가진 이 곡은 살짝 예스러운 느낌이 있지만 그럼에도 촌스럽지 않고 아름다우며, 멜데스의 정수를 이른 시기에 상당부분 달성하고있다. 인플레임스의 주요 정규앨범만 들어 봤다 보니 몰랐던 곡인데, 이번 공연 선곡 과정에서 이 곡의 존재를 알고는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내 추천으로 셋리에 올렸다.
이 곡을 악기별(주로 기타)로 스튜디오에서 커버한 영상은 Youtube에서 꽤 여러 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공연에서 풀 세션으로 연주된 영상은 내가 열심히 검색해 본 바로는 (인플레임스 자신들의 공연을 포함해서) Youtube에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추측컨대 아마 처음에는 보너스 격 EP로 발매된 뒤에 정규앨범 Jester Race, Whoracle의 일부 재발매판에만 수록되어 있다 보니 (그래서 해당 앨범들은 자료에 따라서 이 곡 포함 여부가 다르다), 인플레임스 자신들도 라이브에서 선보일 기회를 마땅히 만들지 않았고, 커버 밴드들 입장에서도 제대로 하려면 기타가 3대 이상은 필요하므로 공연에 올리기는 애매했던 듯하다.

이렇듯 커버 공연 영상을 찾아보기 어려운 곡을, 001 클럽에서 녹화해서 올려주셨으니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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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17일 금요일

다시 87년을 생각한다: 막연한 낙관은 자제하되 국민들의 지혜를 믿어보자

비상계엄 사태를 그동안 엄중하게 지켜보면서도 국민의 민주적 의지와 제도를 믿고 잘 버텨 왔는데, 요 며칠 사이에는 스트레스가 어떤 임계점을 넘어 버린 듯하다.

나는 군대가 동원되어 버린 이번 반헌법적 사태의 중대성에 비해 국민의힘의 태도가 대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단순한 당리당략 문제를 넘어 헌법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본다. 무려 당 공식 조직인 '진짜뉴스 발굴단'에서 가짜뉴스를 살포하고, 기초의원부터 중진 국회의원까지 곳곳에서 계엄 선포 자체를 아예 옹호해 버리는 등, 위헌 위법적 비상계엄에 대한 선 긋기조차 거의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너무 화가 나고 걱정이 된다. 오늘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정치 고관심층 친구들한테 이걸 솔직하게 토로해 보고, 몇 시간 전에 내가 신뢰하는 페친 분의 포스팅도 보고 나니, 이런 내 생각이 중도층 생각과 많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늘 calibrate해야 되는 것 같기는 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문제있는 경제관이나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성격(먹사니즘, 빛의혁명 등 특유의 독자적인 어휘 사용을 보면 짐작이 된다)은 나 역시 지극히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재명 일극 체제가 너무 공고해져서 딱히 경쟁할만한 유력 주자도 없고, 그렇다고 새로운 흐름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부적인 계기도 없는 작금의 민주당 상황은 심히 유감스럽다. 대선 주자급 정치인들의 층은 국민의힘이 훨씬 두터운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그냥 균형 맞추려고 적당히 섞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이다.

그런데도 나는 이런 걸 논할 시점이 아직 전혀 아니라고 느낀다. 일부러 말을 자제하는 정도가 아니라, 탄핵 인용 결정이 나고 윤석열 측이 파면을 확실하게 승복하기 전까지는 일단 차기 대선에는 정말로 아무 관심이 안 간다... 이런 내가 이상한가 싶다. 군 부대의 국회 투입이라는, 통상의 정치 사안과 궤 자체가 다른 잘못을 저질러 버린 윤석열의 혹시 모를 정치적 복권(탄핵 기각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이나, 그 잘못의 심각성을 부정하거나 아예 적극 옹호하고 있는 극우세력 쪽으로 보수정당 주류가 아예 고착되는 것에 대한 위기감만이 오직 최우선적으로 든다. 이게 지금의 내 솔직한 심정이다. 게다가 19대 대선과 비슷한 '어대명' 상황도 전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군을 동원한 국가폭력의 무서움과 중대함을, 중도층을 중심으로 한 일반 국민들이 생각보다 너무 몰라주는 것 같아서 속상하다. 비상계엄이 조기에 해제되어서 결과적으로 피해가 없었다는 것 덕분에 (사실 없지도 않았지만) 일반적인 민주정치의 틀 내의 정쟁 사안이랑 비슷하게 취급되는 지금의 흐름이 너무나 답답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어떻게 쌓아온 민주주의인데.

그렇지만 이런 흐름이 존재하는 이상, 결국 이것도 건전한 사법과 정쟁의 틀 내에서, 더 좋게 말하면 민주정치의 절차적 방법으로 순리대로 풀어나가야만 한다. 위에서 언급한 페친 분도 얘기하셨듯이, 그러려면 어느 진영이든 일단 현상 자체를 먼저 인정하고 들어가야 인지부조화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내 페북을 오래 봐오신 페친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나는 유권자를 원망하거나 부정하기만 해서는 되는 게 없다, 현상을 받아들이고 시작해야 된다는 얘기를 정말 꾸준히 해 왔다. 이는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와 국민들의 반응이 일치하지 않을 때 꼭 국민을 탓하고야 마는 민주당 지지자들한테도, 그리고 호남표심을 자꾸 이상하다고 하고 인정을 안 하는 일부 보수 지지자들한테도 정말 꾸준히 해왔다. 이번에는 이걸 내가 나 스스로에게 새겨야 하는 시점인 듯하다.

내 지금 상태가 이럴진대, 비상계엄 사태가 이미 어느 정도 정리된 걸로 생각하고 벌써 이재명 등 차기대선 이슈를 적극 언급하는 국민들은, 아마도 순리대로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고 믿고 벌써 그 다음 국면을 생각하는 것이니, 나보다 현명하고 강인한 것일 수도 있겠다.


음모론적 극우가 없을 수야 없지만, 대통령 본인이 경도되어서 거기에 아예 힘을 실어 줘 버린 것은 정말 너무 대형사고다. 혹자는 미국정치와 현재 세계질서의 변동을 보면 극우의 등장은 언젠가는 겪었어야 할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우리 사회가 '이렇게까지는' 겪지 않아도 될 너무 큰 분열의 씨앗을 윤석열 대통령이 '너무 빠르게' 싹틔워 버렸다고 생각한다.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내가 오랫동안 경계해왔던, 기독교극우의 주류화가 이번 일을 겪으면서 빠르게, 비가역적으로 진행되어서 한국사회를 두고두고 괴롭힐 거라고 생각한다.

미래통합당 때 장외 위주로 극우 음모론이 득세한 것이 황교안 당시 대표의 행보 때문에 일시적으로 그런 거라고 안심시키는 사람도 많았지만, 결국 그때 만들어진 것들이 지금까지 영항을 발휘하면서 지금의 이 사단을 일으킨 것 아닌가.


이런 내 우려가 과도한 것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진입, 정치인 체포 시도 등 일련의 사태의 반헌법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한게 아니라, 그것들은 너무 당연히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굳이 언급을 안 하고 그 이후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길 바란다.

국민의힘이 지금 정권을 뺏기면 안된다는 위기감 때문에, 마일드한 수준의 민주당 비토부터, 무려 당 공식 조직이 스카이데일리를 그대로 받아쓰는 수준의 심각한 가짜뉴스까지 모든 스펙트럼의 주장들을 일시적으로 여과없이 내보내는 것일 뿐이길 바란다 (물론 공당으로서의 공보기능이 마비된 수준의 그런 가짜뉴스 살포는 끝까지 기억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상황이 정리되고 나면 국힘 지지 유권자들의 다수도 반헌법적인 계엄에 대해서는 철저한 비판적 인식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지도자의 권위주의적 행보를 자연법칙화해서 책임에서 이탈시키는 우파 지지자들의 특이한 습관을 이번에는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찌됐건 나는 탄핵 인용과 정상적인 승복 전까지는, 대통령이 계엄군을 동원해서 국민들과 대치시킴으로써 일촉즉발의 폭력에 노출시킨 사태의 중대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그걸 잊거나 가벼이 여기는 의견들에 대해서는 지극히 비판적인 생각을 유지할것이다. 차기 대선은 그 이후에나 머리를 굴려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다. 누군가는 너무 비장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수 있지만, 이것도 결국 내 관심사에 따라 내가 할수 있는 일에 대한 내 판단인 거니까.


다시 87년을 생각한다. 정보가 차단된 채 진행된 고강도의 훈련으로 악에 받힌 계엄군을 동원하여 아예 실제로 국민을 학살하는 결과에 이르고, 그 이후로 7년이라는 시간 동안의 독재까지 했던 전두환 정권이 1987년에 끝나게 되었을 때, 양김의 분열로 인해 민정당 내 다른 세력도 아닌 전두환의 최측근 노태우가 당선되어 버렸다. 이를 보고, 민주화를 열망하던 국민들의 절망감은 대체 어땠을까 싶다. 그런 시간조차도 한국인들은 버텨왔고 민주화를 정착시켰다. 그러니 이번 상황도 잘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비합리적인 기대를 가져 보게 된다.

다만 1980년대에 비교해서 지금의 한국은 엄연한 세계 10위권 선진국으로서 너무 잃을 게 많은 나라가 되어있긴 하다. 국격과 국가 경제의 낙차가 발생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나 크다. 게다가 경제 성장 분위기 속에서 대통령 직선제라는 성취라도 얻어 내면서 정치적 진전과 희망이 없지 않았던 87년과 달리, 지금은 나라의 여러 상황 전체가 그렇지 않아도 근시일 내에 고점을 찍고 급격히 하락하는 게 예정되어 있던 시점이다.

그리고 이번 사태가 최대한 잘 해결되어 봤자 이번 사태의 빠른 수습과 세계에 자랑하던 민주주의의 원상회복 정도이지, 나라가 딱히 진전되거나 성취를 얻을 부분이 없어 보인다. 이런 점에서는 87년에 비해서 미래지향적 계기를 찾기 더 어려워보이는 면도 있다. 또한 정치엘리트들이 어떻게 다룰 수 있는 크기가 아닌 민간의 극우 및 극우기독교 조직이 너무나 커진 상태라는 점도 상당히 부정적인 지표다.


그러나 디테일에 있어서는 개혁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 배우고 기억할 부분도 분명히 많이 보인다. 내 생각에 먼저 5년짜리 왕과 다를 바 없는 대통령의 과도한 권위를 더욱 분산하는 제도와 관례를 확립해야 한다. 경호실이 본연의 기능을 넘어서 정치적 최측근이 되는 것을 막는 장치를 만들고, 심기경호라는 잘못된 개념도 철폐해야 한다. 군 일부 고위 인사들과 일부 일선 부대 내에서 아직까지 이어져온 잘못된 인식을 타파하고 헌법과 군의 역할에 대해 더욱 철두철미한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번 일은 아마도 뉴미디어 음모론에 국가지도자 자신이 경도되어 반민주적 군사개입까지 일으킨 최초의 사례로 보이므로, 굉장히 중요한 화두를 전세계에 던져주고 있다. 이런 일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지 앞으로 한국인들이 활발하게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루하루가 아까운, 나라가 성장을 점점 멈추고 미래를 위한 동력도 안 보이는 지금의 상황에서 나라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기 위한 각 부문의 정책논의가 반드시 적극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 물론 계엄 때문에 더 밀린 것 같긴 한데, 연내에 결국 상법개정 하나 합의를 못 한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다.

암튼 이것저것 많이 썼는데 결과적으로 하고 싶었던 것은, 이렇게라도 내 생각을 풀어내고 반대 의견들과 비교해 봄으로써 요새 임계점에 달해있는 스트레스를 좀 식혀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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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5일 일요일

경호의 직업윤리: 심기경호라는 개념을 근절해야 한다

경호처는 끝까지 신명을 다하겠다는 표현을 쓰면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저지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일이다. 대통령 신분인 개인의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고 법원이 판단한 상황이라면, 관계 기관과 협의해서 대통령의 신체의 안전이 보장되게 하면 되고, 실제 과거 사례에서도 그랬다는 것 같다.


경호실/경호처는 공무원으로서 합법적 범위에서 경호 업무를 하면 되는 조직이다. 정무적인 성격이 강한 대통령비서실과 달리, 경호처 직원들 중에는 정권에 관계없이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대통령 경호업무를 해온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알 수 있다 (경호처장은 정무직공무원으로 분류되고 있기는 하다).


이번 일은 단기적으로는 그들 모두를 공범으로 만드는 일이고, 장기적으로는 대통령을 초법적으로 수호하는 집단적 경험을 시키면서 조직의 모럴을 근본적으로 왜곡시키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차지철, 장세동부터 최근의 김용현까지, 경호실/경호처장에 대통령 최측근이 임명되어서 대통령과 정치적 논의까지 주고받으며 사병화, 권력기관화 되는 아주 안 좋은 현상이 현대사에서 꾸준히 나타난다. 현재 경호처도 김용현이 확립한 그런 모럴 하에서 행동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이걸 반드시 막아야 한다. 대통령경호처 말고 다른 어떤 경호원이 그런 식으로 하는가. 장세동이 만든것으로 알려진 '심기경호'라는 단어부터가 지극히 잘못되었다. 자랑스러운 단어가 아니고 부끄러운 단어여야 한다. 찾아보니까 김영삼 정부에서는 내부 승진으로 경호실장을 뽑았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채로 뽑았던데, 그렇게 해서 분위기가 정착될 수 있다면 괜찮은 방안 같다. 딸랑이들을 척결하고 심기경호를 근절해야 한다.


이런식으로 수사기관도, 헌법재판소도 다 무시하고 경호처가 그냥 버티면 어떤 조치이든 실질적으로 집행할 방법이 없다는 게 너무 참담하다. 12월 3일 이후 지금까지 국민들은 분노하면서도 인내하면서 헌법적 절차에 따라서 모든 절차를 해 왔고, 그 마무리까지 물리적 폭력 없이 잘 되는 것이 이상적일 테다.


그런데 대통령실과 경호처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헌정 민주주의에 있어서도 너무나 안 좋은 선례를 다수 제공하는 것이고, 물리적 충돌이 없는 사법처리의 가능성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서 걱정이 너무 크다. 단 한 사람과 그의 파면을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세력이, 아무리 이기적이라도 그렇지 5천만 국민들을 이렇게까지 위험에 노출시킬 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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