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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6일 월요일

21세기적 극단주의 추세에 대한 진단: 보편 가치를 통한 문제의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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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혁명 이후에 근대 국가가 탄생하고, 일련의 과정을 거쳐 모더니티의 모순성이 전체주의, 2차 세계대전, 핵폭탄 등을 통해 극단적으로 분출된 이후, 탈식민지화가 진행되고 민주주의, 평화, 다원성, 인본주의, 환경보호 등의 가치가 정착되면서, 세계는 꾸준히 위대한 보편적 인류애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이행되었다고 나는 믿어 왔다.

  문명이 도래하고 천여 년 만에 드디어 인간이 인간처럼 대우받으며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어서, 그런 세상을 사는 것이 큰 행운이라고 나는 생각해 왔다.

  국가가 국민들을 폭압적으로 지배하는 일이나, 영토 싸움, 종교 싸움, 이념 싸움에서 비롯된 국가 간의 전면전에 국민들이 희생되는 일이 점점 줄어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가?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평화가 이룩되었는가? 위와 같은 면에선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만, 세계 각국에서 새로운 문제가 터지고 있다. 새로운 문제인지, 아니면 가려져 있다가 비로소 분출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현상적으로는 분명히 새로운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들이 세계 각국을 막론하고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당히 일관되어 있는 바, 우리는 그 원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나름대로 정리해 본 결과 그 '일관된 문제'들이란 바로, 산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일상을 위협하는 테러리즘, 보편 가치 추구자들의 맹목화, 개인 사이의 증오, 인종이나 성별 등으로 나뉘는 집단 사이의 혐오, 정보화 및 글로벌화에 의해 정교하게 내재화된 인간 소외 현상, 갈수록 공고해져서 해답이 안 보이는 선진국과 빈곤국의 격차와 난민의 발생 등이다.

  국외에서는, 웬만한 국가 규모로 급성장해서 중세적인 방식으로 시리아를 지배하고 있는 극단주의 종교 세력 및 그에 경도된 개인들에 의해 호주, 미국,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반인륜적인 테러가 일어나고 있고, 그에 대한 반동으로 외국인이나 특정 종교인에 대한 차별적 발언 및 증오 범죄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 또한 제국주의의 무덤인 아프리카, 전체주의의 무덤인 북한 같은 지역은 심지어 이러한 논의로부터도(!) 완전히 소외되어 극도의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단 위의 '일관된 문제' 이전에 권위주의적 군사 문화, 국가주의, 종교적 맹목성 등부터가 아직 극복되지 못했고, 심지어 더욱 심해지고 있다(이 내용 역시, 어찌보면 이 글보다 더욱, 정말 중요하지만, 별개의 글에서 다루어야 하므로 일단 보류한다). 또한 위의 '일관된 문제'에 속하는 성별 집단, 인종 집단 등에 대한 각종 혐오 언행, 개인에 대한 증오 범죄가 증가하고 있으며, 여성주의, 환경주의 등이 꼭 필요한 움직임들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맹목화되어 퇴색되고 있다.

  또한 이 모든 것들이 미디어를 통해 글로벌한 규모로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사유와 담론은 도태되고 말초적 자극만이 힘을 키워 가고 있다.

  신기하게도, 가장 사회성숙도가 높다고 평가되는 스웨덴, 노르웨이 등의 국가에서 차별 발언 및 증오 범죄가 가장 광기어린 형태로 빈번하게 나타나며, 마찬가지로 시민의식이 높다고 평가되는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 극단주의적 테러리즘이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호주 등과 같이 선진국이지만 사회구조 및 시민의식이 성숙하는 과정 중에 있는 국가들에서는 차별 발언 및 증오 범죄도, 테러리즘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도 이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이 갖는 함의는, 이러한 '일관된 문제'들은 모더니티의 결여 및 불완전성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모더니티 달성 이후에 생기는 '새로운 문제'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관된 새로운 문제'들인 것이다.

  여기에서, 문제를 해결할 (시도라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진국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인가? 범국가적 연대를 통한 극단주의의 종식인가? 민주시민교육 빛 비판적 사고능력 함양 교육의 강화인가?

  또한, 우리 사회에 어떤 가치를 이식해야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는가? 미디어를 활용한 약자들의 글로벌하고 평화적인 연대를 통한 보편 가치의 추구인가? 사회민주주의적 모델인가? 지역사회의 역할 증대인가? 아니면 어떠한 가치를 이식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인가?

  물음표만이 계속된다. 이러한 '새로운' 문제들이, '일관되게' 발생하는 데에는 분명히 어떤 원인이 존재할 것인데, 그러한 원인에 대한 검토와 진단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 초반에 언급한 민주주의, 평화, 다원성, 인본주의, 환경보호 등의 보편 가치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한 궁극적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 있는 우리가 무언가 다함께 놓치고 있는 점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어찌되었든,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현상들인 만큼, 이에 대한 진단은 굉장히 그 규모가 큰 담론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끊임없이 조사하고 끊임없이 사유하여,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만 한다.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는 관점에서, 사람을 사람으로서 자유롭게 존재하게 해 주는 사회를 사랑하는 관점에서, 그러한 해결책들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적용해 보아야 한다.

  그 과정은 어쩌면 혼란스러울 수도 있으며, 극단성이 분출될 위험 역시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미 20세기에 그러한 혼란과 극단성 분출을 겪은 바 있다. 오히려, 그러한 비극이 발생하기 이전에, 그렇게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게 되어 버리기 이전에, 우리 모두가 적극적으로 사유하고 실천하여 점진적으로 가치지향을 재구축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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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8일 일요일

국가의 반민주적 퇴행에 대한 국민 책임론에 반대한다

  최근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그리고 그 추진 배경 및 절차에서 폭넓게 드러나는 현 정부의 반민주성과 권위주의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 지적해 온 바 있다.

  그런데, 현재 이슈의 진단에 있어 '국정화 반대율이 높은 청년층이 정작 투표율은 낮기 때문에 난 사달'로 규정하는 것을, 국정화 지지 측은 물론이고 반대 측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젊은이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면서도 정작 투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어 일련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국민 책임론 내지는 '20대 책임론'이라고 일컬음과 동시에,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반대함을 선언한다(본래 '20대 책임론'은 민주화 이래 뿌리깊은 세대갈등론에서 청년세대의 각성을 촉구해 온 진보진영의 견해를 폭넓게 일컫는 단어이나, 여기에서는 현재의 이슈와 관련지어 보다 협의의 의미로 사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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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로, 백 번 양보하여, 민주 정치가 이상적으로 운영되는 사회에서의 일상적인 정치적 의결사항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하는 국민들에게는 '표로 이야기했어야 한다'라고 성토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선거로 당선된 정치인들이 몇 년 동안 국가를 운영하며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그러한 성토는 모든 정치인들이 수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로지 본인의 선거 공약대로만 정치 활동을 한다는 아주 비현실적인 가정 하에서나 유의미한 것이다. 선거 공약을 통해 알려지지 않았던 정책을 추진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화 논란도 그 예 중 하나이다.

  또한, '표로 이야기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적절하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대한민국의 위정자들은 헌법에 명시된 원리에 기초하여 민주주의적으로 정치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국민들의 역사관을 일원화시키는 시도로서 사상의 자유 침해 및 학계 침체 유발 우려가 매우 크고, 정상적인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비밀 TF팀을 조직하고 예비비를 편법으로 집행하여 진행되고 있으며, 급기야는 군 당국까지 월권하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등 헌정 민주주의의 가치를 침해할 소지가 매우 크다.

  대한민국이 민주 공화국인 이상, 반대자들이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민주주의의 가치에 반하는 정책 추진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즉, 민주 국가에서 반민주주의적인 정책이 추진되는 데 대한 본질적인 책임은 반민주주의적인 위정자에 있는 것이며, 반대자들의 책임은 위정자들을 견제하는 데 실패한 책임 정도로 되는 것이 적절하다(물론 이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결론부에서 후술한다). '20대 책임론'은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비판의 화살을 엉뚱한 데 돌리는 주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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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선거 때 어느 후보가 민주주의 침해 소지가 있는지 사전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 않았냐는 비판, 예상을 했다면 왜 투표하지 않았냐는 비판, 심지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하고 확정고시한 지금도 인터넷으로나 반대하고 왜 딱히 목소리를 내지 않느냐는 비판 등도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비판들은 모두 일맥상통하는데,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라는 문장으로 거칠게 요약해 볼 수 있다. 국민의 주권 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민주성이 어느 정도 침해되어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의 문장을 바탕으로 성급하게 국민 미개론을 주장하기 이전에, 그러한 국민 '수준'의 형성 과정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5000만 가짓수의 너무나도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국민이라는 추상적인 집단에 일률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한 일로서, 사실상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는 것과 동일한 행동이다. 그렇게 다양한 가정 환경적, 지적, 지역적, 시대적, 사상적 배경을 가진 국민들이 대체적으로 '정치적 무관심',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낮은 민감도'라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주권자로서의 민주시민이라는 의식이 부족해서이며, 이는 바로 민주시민교육의 부재 때문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또한 관념적 추론이 아닌 실증적인 측면에서도 민주시민교육이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20세기 말까지 계속되어 온 군사 독재 시절 국민들을 통제하고 억압하면서, 헌법은 무시되어 왔고 심지어 아예 바뀌어 버린 적도 있다. 그러한 환경에서 민주시민교육은 잘 이루어질 수 없었고, 민주화 이후에도 민주시민교육은 사회 시간에, 일반적인 학교 공부와 같은 레벨에서 잠깐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왔다.

  따라서 국민 수준을 언급하며 정부의 반민주주의적 처사에 대해 '국민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계속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주장하는 것 역시 적반하장격인 주장이 된다. 공교육에서 적극적 반민주주의는 아니더라도(일선 교사들이 반민주주의적인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긴 하지만), 민주시민교육을 소극적으로만 해 온 탓에 국민의 주권의식이 부족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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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론적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문제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하여, 어떠한 후보에 대해 20대 전체가 반대하고 60대 대다수가 찬성하며, 그 모두가 투표권을 행사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고 해도 20대 유권자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리고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유권자 수의 격차는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군사독재 하에서 민주주의를 오랫동안 체험하지 못한 고령 인구의 비율이, 민주주의를 체험한 청년 인구(적극적 민주시민교육은 여전히 거의 부재하지만)의 비율과는 대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구 구조상 청년 세대의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득표 수에 따라 움직이는 민주주의 정치가들의 입장에서는 청년 세대의 목소리가 작게 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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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젊은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심각하여 정치 참여율이 매우 낮으며,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민감도 역시 매우 낮다는 것이 우려할 만한 점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율이 낮다'는 것을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반민주적 사태의 '원인'인 것으로 진단할 수는 없다. 사태의 원인은 학계와의, 일반 국민들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국정화를 강행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낮은 정치 참여율이 우리에게 현실로 주어져 있는 이 상황에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청년들을 향한 지적은 '참여율을 높이면 이런 일을 방지할 수 있다'는, 사태의 원인이 아닌 '해결'을 위한, 참여 독려로의 구호로서 이야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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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5일 목요일

군인권 토크콘서트 참여 후기

2015.11.01(월) 서울대학교 사회대신양에서 열린 군인권 토크콘서트에 청중으로 참여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님이 연사로 나오셨습니다.

군대 문제에 대해 '군대는 원래 그런 곳이니 어쩔 수 없다'라는 만연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느꼈습니다.

또한 그러한 인식은 국민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개혁을 지속적으로 거부해 온 데 대한 국민들의 냉소가 고착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으로부터 격리된 군대가 아닌 국민이 만들어가는 군대, 국민이 감시하는 군대가 될 때 군인이 그의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으며, 군의 예산집행 및 인력동원의 효율, 작전력과 전투력도 향상될 것으로 봅니다.

좋은 행사를 추진해 주신 사회대 학생회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미지: 사람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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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d on 2018.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