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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26일 화요일

'허언증 갤러리'의 미학

  디시인사이드 허언증 갤러리(이하 '허갤') 출처의 드립들이 캡쳐되어 페북에 자주 올라오는데, 뻘짓들이지만 굉장히 재밌다.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 성취되기 힘든 높은 목표 등과 관련해서 상상의 나래를 마구 펼치는 건 언제나 엄청나게 재밌는 일이다. 이것은 일종의 자기이입으로 가히 인간의 본성적 욕구라고 할 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겉으로 이야기되기는 힘든 것들이다.

  소설과는 좀 다른 것이, 소설은 비록 가상이지만 사실적인 갈등구조 속에 독자를 몰입시켜서 감명을 주는 것인데 반하여 허갤의 기획은 어차피 거짓말이라는 게 합의된 어떤 '우월한 상태'에 자신과 독자를 이입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허갤의 드립들이 유저들에게 재미를 주는 방식을 세 단계로 구조화할 수 있는데, 첫째는 해당 '허언'의 참신함(소위 드립력)에 대한 인정의 의미에서 나오는 웃음이며, 둘째는 그 허언에서 묘사하는 우월한 상태에 자기이입이 되어 실실 웃게 되는 웃음이며, 마지막 셋째는 그 허언이 말 그대로 실현 불가능한 허위의 것에 그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발생하는 묘한 파토스이다.

  이러한 구조에 의해 허갤의 개드립들이 인간의 뿌리깊은 본성과 잘 맞닿아서 강력한 재미를 주는 이유가 잘 해명된다. 아마 두번째 단계에서 이것이 하나의 놀이에 그치지 못하고 현실로 믿어져 버린다면 허언증이라는 정신적 질환이 되는 것일 테다.

  그런 면에서, 가상의 우월한 상태를 자랑하기로 합의하여 판을 깔아 준 허갤이라는 공간의 속성은 다른 사이버 공간과 비교해도 매우 독특하다. 만화 캐릭터나 유명인으로 코스프레를 하고 참여하는 '코스튬 파티'와 매우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존재론과 관련해서는 이화여자대학교 김선희 초빙교수의 <사이버 공간이 다중자아 현상을 일으키는 존재론적 구조>(哲學 제74집, 2003.2, 171-191 (21 pages))를 참고하라.)

  요약하자면, 허갤은 '거짓 자랑'이라는 형태의 드립을 치기로 합의된 장으로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드립력을 인정받는 놀이가 행해진다는 점과, 그러한 놀이를 통해 '우월한 상태'에 자기이입될 수 있다는 점으로부터 인간의 뿌리깊은 본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있어, 다른 드립들과는 차별성을 갖는 심층적인 재미를 유저들에게 제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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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d on 2018.12.31.

2016년 1월 6일 수요일

'9 lights in 9 rooms' 전시 관람 후기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관람한
Spatial Illumination - 9 lights in 9 rooms
공간 구성에 있어 '빛'을 적극 활용한 아홉 개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자는 서로 다른 아홉 개의 공간을 돌면서, 보이드 공간에 빛이 여러 방식으로 첨가될 때 각각 어떤 효과가 생기는지 체험하게 된다.

볼 만 했다! 특히 빛이 단순히 조형예술로서 거기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전시 공간 자체의 구성 요소로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 작품이 있는 공간과 없는 공간은 전혀 다른 공간이 되는 것이다.

사진은 떠밀려서 못 찍었지만(사람 많습니다) 마지막에 지극히 단순한 도형들의 반복으로 빨려들어가는 효과를 내는 건 마치 CG가 없던 시절 20세기 초반에 영사기로 만들어 낸 추상영화들을 떠오르게 하기도 했다.(다만 전시 주제와는 달리 음향 캐리인 측면이 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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