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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4일 월요일

랜선진단: 세 가지 장면

[ 링크: [특파원 리포트] 미 트럼프 대통령 "정신 질환" 논쟁 (2017.02.21) ]

<랜선진단: 세 가지 장면>

첫 번째 장면. 한 전직 심리학과 교수가 김연아 선수, 박근혜 대통령 등의 유명인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하여 간혹 논란이 되곤 했다. 그는 김연아 선수와 박근혜 대통령 등을 대상으로 ‘기분 조절이 안 된다’, ‘주위 사람과 어려움을 겪게 되고 정신병을 호소할 수 있다’, ‘ 정신연령 17세 수준’과 같이 심리학에 대한 본인의 전문 지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발언들을 이어 나갔다. 이런 발언들의 여파에 따른 김연아 선수와의 공방 등이 화제와 논란을 낳았다. 공방 중에 그의 대응은 상당히 감정적이었으며, 어디까지가 전문성의 영역이며 어디부터가 김연아 선수에 대한 공격인지 그 경계를 스스로 흐렸다는 점에서 일단 비판의 소지가 명백하다. 그런데, 마치 ‘진단’처럼 보이는 그러한 발언들은, 과연 전문성의 영역에 속해 있기는 한 것일까? 비록 그의 전문 분야가 심리학 중에서도 온라인 게임세계 연구, 정치인 이미지 연구 등 매체라는 주제와 관련이 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특정 유명인에 대한 ‘진단’의 성격이 강한 발언이 과연 적절할지에 대해 사실적 정당성, 윤리적 정당성의 (서로 연결된) 두 측면에서 비판해 볼 수 있다.

두 번째 장면. 미국 대선 기간부터 트럼프 당선 이후 현재까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종의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건전한 판단력을 갖추어야 하는 대통령의 정신건강은 국가안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있어서도 어떤 것이 ‘소견’이고 어떤 것이 정치적 공격인지는 구분하기 매우 어렵다. 그리고 애초에 그러한 ‘소견’처럼 보이는 발언들이 의학적으로 유의미한지조차 밝혀진 바 없다. 대면한 채 진행되는 여러 검사가 없었기 때문에 적절치 못하다는 분석이 있으며, 오히려 검진과 같은 통제된 상황이 아닌 일상적인 모습을 볼 때 더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검진 상황, 일상적 상황, 그리고 미디어 앞에 섰을 때의 상황은 모두 다를 테니 말이다. 그런데 설령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분석이 이뤄졌다고 할지라도, 그 분석 결과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서 공개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한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이 가지고 있는 범세계적인 영향력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세 번째 장면. 과거 <무한도전>에 출연해서 한 출연자의 정신적 위험을 예견해서 화제가 되었던(실제로 해당 출연자는 공황장애로 방송을 중단했다) 한 정신과 의사가 트위터 상의 설전으로 연일 화제를 낳고 있는 배우 유아인에 대해서 정신적으로 위험하다며 여러 가지 전문 용어를 거론하면서 우려를 표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에 호응하며 유아인을 한편으로는 희화화하고 한편으로는 걱정했다.


  위 사례들과 같이 어떤 인물의 TV, SNS 등 미디어에 비추어진 모습을 바탕으로 심리학자나 의사가 그 인물에 대한 정신의학적 ‘소견’처럼 보이는 발언을 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잊을 만하면 화제가 되는 이러한 '랜선진단'들의 사실적, 윤리적 정당성은 전문가와 대중의 관계 문제까지 엮여서 꽤 중요한 문제이고, 그 답은 대체로 명확하다. 링크된 기사는 이러한 의문들에 대한 길잡이로서 꽤나 탁월하다.

  과연 진단이 가능하긴 한지에 대한 사실적 정당성의 문제에 더하여 윤리적 정당성에 대한 비판 역시 중요하게 제기된다. 이러한 발언들이 전문 지식을 갖춘 심리학자 혹은 의사의 발언이라는 이유로 권위를 획득하고 대중에 소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언들은 타겟이 된 인물에 대한 대중적인 낙인을 일으키며, 정신질환에 대한 선입견을 강화한다.

  종합하자면, 위의 사례들과 같이 의사가 특정 인물에 대해 퍼블릭하게 진단명을 휘두르는 것은 왜곡된 전문가주의를 강화할 공산이 크므로 오히려 전문성의 부족으로 보인다. 대중이 그 진단명들을 신뢰하면서 그 진단명들을 바탕으로 트럼프의 대통령직 수행을 비판하고, 유아인의 트위터 설전을 희화화하는 것은 과연 정신병자라는 단어를 욕설로 사용하는 것과 얼마나 구분될 수 있을는가.

“핵무기 사용을 결정할, 미국 대통령의 정신적 건강 여부는 자체로도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알렌 프란세스의 지적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이런 논란이 가중돼도,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평가하고 정치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정치적 해법을 택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 기사 원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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