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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5일 월요일

저에너지 사회라는 꿈: 인프라와 미덕 사이에서

  에너지 절약이라는 미덕(?)은 개인의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절약행위의 가치는 '더 많이 소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절약을 하는 데서 나온다. 많이 소비할 가능성 자체가 차단되어 버리는 것은 결코 절약 정신 같은 게 아닌, '열악한 에너지 인프라'일 뿐이다.

  저에너지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환경론자들의 비전은 자유로운 개인들이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절약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도록 캠페인 등을 통해 설득해 낼 때 의미를 갖는 것이지, 국가적 아젠다에 의해 강요됨으로써 성립할 수는 없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캠페인 및 교육 등과는 별개로, 국가는 어찌되었건 국민들이 요구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하여 혼란과 경제손실, 인명사고를 방지할 책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에너지 절약이 인륜과 충돌할 때 우리는 언제나 인륜을 택해야 한다. 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는 탈원전 기조, 그리고 최근의 반복적인 급전지시 등은 그래서 불안하다.

  전력이 충분하지 않아서 계속 뼈를 깎는 식으로 절약을 요구하다 보면 심하면 블랙아웃까지 생길 수 있고,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거니와 사망에 이르는 사고까지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절약이 미덕이고 저에너지 사회로 나아갈 때가 되었다는 식의 전형적인 나이브한 인식을 정부가 에너지정책에 무분별하게 적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개인용 비상발전기랑 부패하지 않는 비상식량이라도 준비해둬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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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d on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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