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적이고 유한한 세계 속에서 필연성과 무한성을 표상하는 능력과, 그 능력을 바탕으로 비약이 동반된 서사를 구성하여 세계를 이해하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만족 불가능한 충동이야말로 인간사의 가장 중대한 문제 중의 하나이며, 사태의 일회성/고유성에 대한 인식이라는 한쪽 바퀴와의 모순적인 결합을 통해 인간을 작동시키는 두 번째 바퀴이다.
예컨대 내가 지금처럼 벼락치기 시험공부를 할 때, 잠시 후에 있는 시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유일한 기회이며, 시덥지 않은 우연들에 의해서 결과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대비를 해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첫 번째 바퀴). 반면에, 삶에 대한 나름대로의 그림을 그려 놓고, 그 자의적인 그림 속에서 이 시험이 어디에 위치하며 어떤 중요성을 차지하는지를 상상함으로써, 시험을 잘 보아야만 내가 상정한 필연대로 삶이 전개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두번째 바퀴).
이러한 충동은 일상에서 직접 나타나지는 않지만 우리 마음에서 별로 깊지 않은 곳에 늘 잠재하면서 우리를 움직이며, 조금만 생각해 보면 헛된 것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하지만, 지식과 문화의 풍부함을 낳는 원천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충동을 잘 인지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스스로를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고, 독단적인 사상누각을 세워서 스스로 속아넘어가거나 타인을 속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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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d on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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