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학과 인문학 양 쪽 모두를 좋아한다. 하지만 매우 상이한 그 두 가지를 서로 섣부르게 합치려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도들은 그 둘을 모든 수준에서 방법론적으로 치밀하게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표층 수준에서 병존시킨 다음에 얼기설기 연결하는 것에 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과학과 인문학이 동일한 발생적 기원을 가지므로 그 둘은 사실 하나의 진리로 소급된다는 식의 '세련되지 못한 일원론'적 발상, 혹은 과학과 인문학이 지금까지 서로 다른 것이었지만 양 쪽에 능통한 내가 그 둘을 통합해서 하나의 멋진 컨텐츠를 만들겠다는 식의 '르네상스'적 발상 같은 것은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런 발상들은 주로 종교적 신념과 같은 숨겨진 형이상학적 전제에 의해서, 아니면 문화산업을 통해 정치적/금전적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목적에 의해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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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d on 2018.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