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성폭력 문제의 '공동체적 해법'은 원론적으로만 따지자면 사적 제재와 구분되기 어렵지만, 피해자의 의사를 바탕으로 공동체에 경종을 울리고 추후 유사 사건의 발생을 예방하고자 한다는 면에서 사적 제재와 구별되는 함의가 인정될 수 있다. 특히 성희롱의 경우 대체로 법적인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공동체의 분위기를 쇄신해서 예방하는 방향의 해법이 현재로선 거의 유일하다는 점도 있고 말이다.
이 때 공론화에 의한 공동체적 해법과 단순한 사적 제재가 구분될 수 있는 지점은 나름대로의 시스템과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느냐의 여부일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가 공론화의 의사를 가지고 있을 경우에, 학생회 산하기구와 같은 중재책임자에 의해 철저하게 마련된 가이드라인을 따라서 신속하고 빈틈없는, 그러면서도 2차 피해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공론화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공유한 글의 사례(+댓글까지)는 이런 면에서 상당히 모범적인 사후대처로,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 번쯤 읽어 볼 가치가 있다.
다만 이런 해결방식은 중재책임자가 존재하는 공동체 내부에서만 적용될 수 있는 방식이라는 본질적인 한계점 역시 존재한다. 같은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사람 간에 사안이 발생했거나, 사안 발생 당시에만 같은 공동체에 속했고 현재에는 해당 공동체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인 등의, 어떠한 중재자도 존재하지 않는 raw한 사회에서는 사법적 처벌과도, 사적 제재와도 구분되는 공론화가 과연 가능할지, 가능하다면 그 구체적인 목적과 방식은 어때야 할지에 대해 정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 가능성에 회의적이며,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사회 곳곳에 양성(?)하여 사안별로 적합한 중재자를 자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우호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즉 '시민사회의 자기교육'만이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그러면서도 '작은 사회'화를 경계해야 하고, 사법 체계와의 공조 그리고 사법체계에 대한 견제가 필요할 것이다. 원론적이고 이상론적인 이야기지만 전혀 실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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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d on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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