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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9일 수요일

뉴스타파 전문연 보도 유감: 문제는 합리적인 정량평가 방식의 부재이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에서 전문연구요원 대체복무 현장을 비판적으로 취재한 기사가 나왔다.

기사 보기: '가짜출근에 대리출근'....카이스트 병역특례 난맥상

연구자의 성실함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논문 실적으로 평가하자니 분야 및 연구주제에 따라 논문이 나오는 주기가 다르기 때문에 연구자 개인에게도, 그리고 제도의 취지 상으로도 부당한 일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근무시간으로 평가하자니, 비록 극단적인 가상적 사례이긴 하지만 그냥 3년 동안 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면서 다른 이들의 대체복무 기회를 뺏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결국 연구자의 성실함을 평가하는 것은 전문연구요원 대체복무 제도의 공정함을 유지하고 제도의 설득력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출퇴근 시간이라는 척도로 성실함을 평가하는 것은, 연구라는 활동에서 성실함을 측정하는 마땅한 방법이 충분히 연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안된 미봉책일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평가 방식이 대학원생이라는 삶의 형태와 매우 상성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각각의 연구실에서 학생들이 놓여 있는 조건은 모두 다르다. 실험 진행 및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때때로 철야를 해야 하는 연구실도 많을 것이며, 과제 및 학위논문 등으로 바쁜 시기에 철야를 하게 되기도 한다. 또한 굳이 철야근무 문제가 아니더라도, 정시 출퇴근 여부와 성실성이 상대적으로 상관관계가 적은 분야들 또한 분명히 있다.

대학원이라는 조직에서의 대체복무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이러한 어려움에 대한 일체의 저널리즘적 탐사내용 없이, 출퇴근 시간으로 평가하는 현재의 기준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그 기준에 따라 대학원생 개인들을 비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번의 기사는 매우 유감스러우며 그 의도를 짐작하기 힘들다. 편견 없이 현상의 원인을 첨예하게 추적하고, 그 결과를 기사 내에서 적극적으로 밝혀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우수한 인적자원으로서 병역특례를 받는 대신 이공학 계통에서 연구하면서 실적을 내도록 모종의 국가적 책무를 부여받은 상황에서 학생들이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고 책임감을 갖는 것 역시 분명히 필요한 일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밤을 새서 아침에 출근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혀 문제가 없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 기사의 방점이 잘못 찍혀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개인들의 준법정신과 책임의식은 그것들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공정한 평가환경 속에서야 비로소 발휘될 수 있다.

차라리, 생활패턴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인권 침해이므로 그런 연구들에 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물론 이것도 별로 상상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뉴스타파의 이런 주장으로는 학생들 개인만 엘리트이자 적폐라는 식으로 비난받게 되고, 필요한 제도에 대한 부정적 평가만 양산될 뿐이다. 기사 원문에 첨부되어 있는 '병역비리' 태그가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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