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유행하는 복고적 분위기와도 통해 있으며 그러한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새로운 음악을 하며 새로운 물결을 창출하는 새소년만의 특성은 그들이 가진 탄탄한 음악적 배경과, 그 위에 올리기에 걸맞는 전복적 사유 덕분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한다. 특히 '고양이'(2019, '시인과 촌장' 원곡) 리메이크에서 그러한 점이 잘 드러난다. 원곡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새소년스러움 가득한 편곡, 전복적이고 감각적인 뮤직비디오 연출은 새소년의 팬임을 자랑스럽게 느끼게까지 한다.
밴드 새소년의 음악과 함께 리더 황소윤의 유니크한 보컬, 악기 연주 그리고 스타일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이 컴플렉스였다고 언급하기도 한 황소윤의 목소리는 그의 특유한 표현 방식과 결합되어 무대를 가득 채우는 보컬이 된다.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황소윤이 작곡자 김현철의 피아노 반주 하에 노래한 이소라의 <난 행복해>에서 그러한 보컬의 매력과 역량이 유감없이 드러난다.
여기에 더해지는 황소윤의 스타일, 퍼포먼스 등을 보면 노래과 연주를 아주 잘 하는 데에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무대 위에서 공연이라는 형태로 어떻게 더욱 멋스럽게 전달할지를 너무나 잘 알고 구체적인 신체적 표현과 동작의 레벨에서 발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황소윤과 밴드 새소년이 가지고 있는, 세상을 구하러 온 것 같은 따뜻한 카리스마는 그들에 대한 현장의 열광적인 반응과, 유튜브 영상에 남겨지는 '주접' 덧글들의 선명한 원인이 되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새소년과 황소윤의 좋은 곡들이 정말 많지만, 특별히 내 마음에 들었던 곡은 바로 황소윤의 솔로 앨범 <So!YoON!>(2019)에 수록된 'FOREVER dumb(feat. SAM KIM)'이다. 원래 음악을 들을 때 가사에 잘 몰입하지는 못하는 편인데, 이 곡은 이상하게도 처음 듣자마자 가사 한 줄 한 줄이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정확한 뜻을 말해 내기는 어려움에도 왜인지 모르게 주파수가 맞아 버린 그러한 신선한 경험이 좋았고, 멜로디도 너무나 좋아서 자주 듣고 연주하며 부르는(아마 앞으로도 그러할) 곡이다. 2020년을 맞이하는 순간, SNS에 '올해의 첫 곡'을 골라서 올리는 이들이 많았다. 나의 '올해의 첫 곡'은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이 곡이었다.
가장 최근에 나온 EP <비적응>(2020)도 인상적이다. 타이틀곡인 '심야행'을 비롯한 수록곡들은 귀에 익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그 다음부터는 무척 재미있게 듣고 있다. 황소윤 본인이 언급했듯이 황소윤의 솔로 앨범에서는 주로 보컬이 앨범을 관통하는 데 비해, 새소년의 <비적응> EP에서는 밴드 연주가 각 곡의, 그리고 앨범 전체의 몰입감 강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이끌어가는 면이 있다.
특히 타이틀곡인 '심야행'은 그 제목과 가사가 주는 이미지가 함께 작용하는 탓도 분명히 있겠으나, 곡 자체도 무언가 질주하는 느낌(그 때문인지 말 그대로 '달리는' 곡이 될 가능성도 많이 보인다)과, 빛 덩어리가 부유하는 느낌(?)을 상상해 볼 때 무척 잘 어울려서 마음에 들었다.
나는 평소에 미디어를 다소 관성적,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편이고 적극적으로 디깅하는 편은 아니어서,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팬심의 단계에 이른 것은 손에 꼽는다. 그래서 새소년 덕분에 오랜만에 경험하고 있는, 자꾸만 그들에 대해 무언가를 말하고 싶게 만드는 팬심의 감각이 신선하다. 그러나 나의 미약한 언어로 그들이 제공하는 풍부한 경험의 가능성을 어떻게 충분히 담아낼 수 있겠나. 전부터 알았지만 뒤늦게서야 - 앞으로 이들이 만들어낼 물결에 비해서는 뒤늦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 빠져든 만큼, 앞으로도 이들의 활동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보다 실질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재키와이와의 'FNTSY' 합동 무대도 언젠가는 보고 싶다.
*산발적으로 쓴 팬심의 기록들을 합치고 일부 내용을 추가한 것임.
Facebook에서 보기: 링크1, 링크2, 링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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