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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6일 목요일

21대 총선에 대한 단상

1. 선거 제도 개편에 따른 혼란에 더하여,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들이 많이 나와서 솔직히 말하면 의욕이 들지 않는 선거였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정당투표는 결국 더불어시민당에 했다.

당에서 육성해온 인사들이 아닌, 외부 군소정당이나 시민사회 인사들에 대해서는 검증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분들을 앞쪽 순번에 배치시켜 놓은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고 더불어시민당에 표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표를 주지 않아도 그 분들은 어차피 되실 분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정말 많이 고민했지만, 핵융합 과학자 출신의 이경수 후보를 포함해서, 내가 좋게 봤던 뒤쪽 순번 인사들의 당선을 돕겠다는 심정으로 투표했다. 방송의 예측치를 보면 대다수가 16, 17번에서 끊길 것으로 예상하는데, 조금 더 파이팅해서 18번인 이경수 후보가 꼭 당선되면 좋겠다. 보다 진보적인 가치를 표방하는 정당에 투표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이 문제가 내게 어쩔 수 없이 크게 다가왔다.


2. 사실 현재 주민등록된 관악갑 쪽 판세보다는, 본가 쪽 동네인 강동, 송파 쪽 민주당 여성의원들의 당선여부에 더 신경이 많이 쓰인다. 자취하기 전 지역구였던 송파병의 남인순 의원, 치과의사이자 변호사인 강남갑 전현희 의원, 명성교회 영향력 하에서도 힘들게 노력 많이 한 진선미 의원 등 좋게 봤던 의원들이 많다. 이번에도 당선되었으면 좋겠다. 다만 현재 개표 상황을 보면 진선미 의원과 전현희 의원은 쉽지 않을 것 같아 아쉬움이 많다.

3. 민주당과 사회주의와 페미니즘을 동일시하고 동시에 적대하는 소위 청년극우의 탄생은 여전히 우려되는 점이다. 특히 국민의당 4번 후보가 당선될 경우 안티페미 청년극우의 중앙 정계 진출은 세간의 비웃음과 달리 매우 이른 시점에 이뤄지는 셈이다.

4. 내가 해 본 첫 투표는 20대 총선이었다. 비록 내가 특정 진영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난번 총학생회 선거(...)를 제외하면 '진 선거'는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굳이 따지면 '이긴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찝찝한 느낌이 있기는 하다.

결국은, 새로운 가치를 찾아 미래로 나아가는 선거보다는, 20대 총선과 박근혜 탄핵 이후 혼란상이 정리되고 힘의 구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더 강성, 퇴행적인 측면 역시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선거가 아닌가 한다. 이러한 우려와 다르게, 진영을 떠나 미래적인 가치가 자리잡을 공간이 생기는 4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민주당에서도 역대급으로 많은 의석을 가졌으니, 좀 여유를 가지고 그런 공간을 열어주어야 할 텐데 말이다. 사실 선의를 기대하는 것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며, 들어 줄 수밖에 없도록 목소리를 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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