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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9일 화요일

취향 논쟁은 차이의 확인에 그칠 뿐이다: 고양이 애호가에 대한 비판을 보며

결국 이런 글도 '비평적'인 것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고양이가 잔혹한 맹수이며 개체수 증가 시 생태계에 영향이 있는 것을 다 알면서도 귀엽다고 느끼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므로 고양이 애호가들 입장에서 데미지가 전혀 없는 글이다.

물론 이 글의 표면에는 비평의 의도만 드러나 있지만, 마지막 줄에서는 고양이가 귀엽다는 세간의 판단과, (그것과 직결되지는 않는) 밥 주는 행위를 비판하는 서술이 있다. 따라서 실제로는 특정한 실천적 방향을 가리키는 글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인간 행위에 대한 윤리적 잣대를, 고양이의 생태라는 자연 현상에 비유적으로 적용함으로써 귀여움이라는 주관적인 취미판단을 논박하려는 시도라면 그것이야말로 오히려 총체적 비합리일 것이다. 「판단력비판」을 100회 필사 시켜야 한다.

일부 덧글은 더 문제적이다. 이견은 있겠으나, 길고양이 애호가들 사이에서 중성화 등 개체 수 관리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고 협조하는 경우도 많은데, '귀여우므로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라는 단편적이고 비합리적인 인간상을 가상적으로 설정해 두고 그것을 공격하는 건 혐오감만을 재생산하는 공허하고 악의적인 양성피드백일 테다.

결론적으로, 귀엽다는 판단 자체에 대한 반론(?)은 설득보다는 차이의 끝없는 확인에 그칠 것이며, 생태 균형 고려 없이 밥 주는 것을 줄이고자 한다면 개별 행위의 동기에 대한 비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행위 자체를 현상으로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현실적, 정책적 논거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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