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페에서 일을 많이 하는 편이며, 1-2월경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로도 그렇게 해 왔다(마스크는 늘 음료 취식하는 순간만 제외하면 착용했다). 그러나 카페에서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을 보고 얼마전부터 거의 가지 못하고 있다. 나도 위험해질 뿐더러, 혹시 모를 전파자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광복절 즈음한 8월 중순부터 수도권에서 급격한 확산이 일어날 것 같으니 앞으로는 더욱 갈 일이 없겠다. 바이러스가 미세먼지도 아니고, 도대체 왜 밖에서 쓰고 안에서 벗는 것인지 모르겠다. 심지어 밖은 덥고 안은 시원한데 말이다. 심지어 말할 때 답답하고 숨이 차서인지, 오히려 서로 대화 나누는 사람들일수록 착용을 안 하는 모습도 있었다.
상술했듯 지난 학기 동안 카페에 자주 갔지만, 그땐 다들 마스크를 썼던 거 같은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안 쓰고 있다는 것을 내가 처음 인식한 건 지난 8월 8일 강남 스타벅스에서였다. 극우 개신교 교회에서 이미 집단감염이 발생했음에도 음모론적 인지도식을 바탕으로 비협조하면서 계속 위험 증폭시키는 것도 당연히 문제지만, 이런 것을 보면 그동안 불특정 다수에서 알게 모르게 전파가 일어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실제로 방역당국이 꾸준히 경고해온 바이기도 하다. 사실 당연한 것이, 바이러스라는 것도 결국 바깥의 어딘가로부터 교회 사람들한테 들어간 것 아니겠는가.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광화문 집회가 집단감염의 결정적 계기가 되더라도, 이런 은밀한 감염이 (결과론적으로) 충분히 관리되지 못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렇게 개인 차원에서야 불특정 다수의 경각심이 없어진 것과, 전광훈 목사의 교회가 비난받아 마땅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욕하고 말며, 이 둘 모두 정당하다. 그러나, 종종 얘기하듯이, 국가 입장에서는 불특정 다수 탓을 하는 게 원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으며, 일반인들의 경각심 부족도 결국 고려해서 정책을 짜야 한다(솔직히 전광훈 목사의 경우처럼 영향력 가진 개인이 반쯤 고의적으로 방역망을 파괴하는 것은 강제력 없이는 어떻게 대처할까 싶다). 그러나, 경각심을 갖자는 꾸준한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던 모양이다.
물론, 방역이 1순위긴 해도 유일한 목표는 아닌 상황에서 각 기관마다 고유의 역할이 있고, 소비 진작 정책과 코로나 재유행 사이에 시차라는게 있었기도 하다. 그러나 방역이란 방역당국만 노력한다고 되는 것아니라 종합적인 것인데, 깜깜이 감염이 많다는 등의 꾸준히 지적되어 온 위험을 고려해서 일관성 있는 메시지가 나왔었으면 좋았겠다 싶다. 정책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경각심을 조기에 강화시킬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는 지적도 많다.
행정의 주체가 단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뭉개는 듯한 주장들을 보고 혹세무민하는 것 같아서 다소 짜증났으며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그런 주장들에도 경청하고 반성해야 할 일말의 진실은 있어 보인다. 각 행정주체가 상반되는 메시지를 던질 때는, 사람들이 그 중간 선에서 판단하는 게 아니라, 듣고 싶은 쪽 얘기를 듣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를 고려하면 메시지의 일관성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것 역시 정부의 책임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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