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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5일 화요일

JTBC 슈퍼밴드 논란을 보며

팬텀싱어의 경우 크로스오버라는 것 자체가 다양하고 신선한 조합에서 오는 폭발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거니까 성별 무관하게 열어두는게 이상적이라고 보긴 하는데... 남성4중창 여성4중창 혼성4중창이라는 정립된 부문이 있고 시장도 레파토리도 나뉘어 있는 편이니까 그것들 중에 남성4중창을 고른 것이라고 보면 사실 제작진도 할말이 전혀 없진 않을 것임. 근데 그러면 여성4중창이나 혼성4중창도 만들던가. 다 재밌게 보긴 했지만 시즌 3까지 하면서 여성4중창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못박은건 참(...)


근데 같은 방송사의 슈퍼밴드에서 남성만 지원 가능한건 일부러라도 납득해볼 구석 자체가 없음. 시즌 1에서도 욕 많이 먹었는데 이번에 하는 시즌 2에서도 또 그런다고 하더라. 음악인들이랑 지망생들 입장에서는 그 프로가 이름을 알리고 지원도 받을 엄청 좋은 기회인 건데... 성악처럼 전통적으로 부문이 나뉘어 있다거나 하는 최소한의 근거도 없는데 남성만 지원해라 하는건 말이 안 되지.

흥행 고려한 제작사의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식으로 굳이 합리적으로 해석하려 하는 경우도 많은데 솔직히 직접 주판 굴려보지 않는 한 진짜 합리적인 판단인지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운 노릇이라 생각함. 합리적 판단이겠거니 했던 게 높으신 분의 고집의 결과였던 걸 우리가 지금까지 많이 봤지 않나.

물론 어쨌든 시장의 전형적인 움직임이 존재하고 그에 따라 내려지는 판단이긴 할 거니까 (위에서 말했듯 그 신뢰성도 사실 의심스럽지만) 기획자 한두명이 마음 먹는다고 해결되기 힘든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은 함.

그래도 문제의식과 도전은 있어야지, 차별대우가 아니다, 내지는 불가피하다며 덮어두고 계속 이렇게 가도 될 문제는 아님. 원래 경제성을 어쩔수없이 따라가는것도 그 결과가 차별적이면 다 차별에 속하는 것이고 그래서 구조적인 문제라고 하는것임.

게다가 이게 단순히 반대로 뒤집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닌게, 프로듀스, 미스트롯, 퀸덤은 여자버전이 먼저였지 않나. 근데 거기서는 또 시도는 여자버전이 하고 본격적인 수혜는 남자버전한테 많이 돌아간다, 상금 규모가 차이가 난다 이런 문제로 비판이 많이 있었음.

결국 시장의 성격도 바뀌어야 하고, 전통적인 성역할의 경계를 넘나드는 파괴력있는 컨텐츠들도 필요한것. 근데 그런 변화들이 가만히 있으면 나오냐고... 방송사들이 관성적으로 하지 않고 새로운 판을 깔아줘야 그 변화가 대중들한테 선보여지고 증명이 되는거지.

고로 엄청 비범한 사람이 나와서 시장을 강제로 재편하지 않는 한은, 어쩔수 없다고 하지만 말고 방송사들이 선제적으로 변화시켜야 함. 이 얘기가 단순 방송컨텐츠에 과몰입하는 건 아닌게 더 근본적인 문제들이 얽혀있을 뿐더러, 거기까지 안가도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가 지원자들에게 큰 기회가 되기때문에 무척이나 실질적인 것임.

여튼 위에도 얘기했지만 복잡한얘기 다 떠나서 이번 슈퍼밴드는 명백히 문제적임. 여돌 남돌처럼 현실적으로 장르와 레파토리가 뚜렷이 나뉘어있다거나 한 것도 아니고, 애초에 밴드음악의 의의 중 하나가 어떤 전형성을 깰 수 있는 신선한 조합이 가능하다는 거기도 하고. 이번이 잘 되면 여성참가자 시즌도 고려해보겠다고 하는데 그냥 지금부터 여성 시즌으로 하거나 성별 무관하게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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