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썼던 몇 개의 글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해서 해볼수 있는 논의들의 결을 깔아 놓은 바 있다 (하단에 링크함). 그 결들이 현재까지 꽤나 유효한 것 같아 그 연장선 상에서 윤석열의 현재를 얘기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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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30일 금요일
윤석열 예비후보의 과거와 현재
2021년 7월 18일 일요일
클래리티와 로제타폴드: 한국출신 유명과학자들의 강연을 들었던 귀중한 경험들
고1이었던 2012년에 학교에서 해외 체험학습을 갔었는데, 어느 날은 당시 스탠포드에 포닥으로 계시던 정광훈 박사님의 강연을 다같이 듣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의 강연 주제는 뇌에서 지방질을 빼고 하이드로젤을 주입해서 신경망의 연결구조를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뇌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었는데, 한눈에 봐도 너무나 신기했다. 그리고 당시 내가 느꼈던 신기함 이상으로 실제 학계에서는 더 깊은 임팩트가 있어, 그 연구는 CLARITY로 이름붙은 기술로서 이듬해에 네이쳐에 논문이 퍼블리시되었고 정광훈 박사님은 MIT에 교수로 임용되셨다.
클래리티 연구 당시 그분의 지도교수였던 Karl Deisseroth는 광유전학(optogenetics) 분야의 핵심 기여자 중 한 명으로 광유전학이라는 이름도 직접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클래리티를 위시한 하이드로젤 기술이 또 다른 주요 연구업적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아무튼 그때의 강연과 후일담(?)은, 기존에 언론 기사로만 막연하게 접하던 한국출신 과학자들의 대형 연구성과를 언론보도 이전에 좀더 생생하게 접한 첫 기억으로 강하게 남아 있다.
며칠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오늘로부터 딱 한 달 전인 6월 중순쯤, 서울대 박사 출신으로 워싱턴대 포닥으로 계시는 백민경 박사님의 세미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알파고로 유명한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AlphaFold)와 함께 단백질 구조예측의 리딩 그룹인 Baker 그룹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계신데, 단백질 구조예측 분야 자체를 개괄한 뒤에, 베이커 그룹에서 어텐션을 이용해서 개발했고 sota에 근접한 구조예측 시스템인 로제타폴드(RoseTTAfold)를 꽤나 디테일하게 소개해 주셨었다.
그저께쯤 로제타폴드 논문이 사이언스에 게재되어 언론보도가 많이 나왔다 (기사 링크). 공교롭게도 딥마인드의 알파폴드 2 논문도 같은 날 네이쳐에 게재가 되었다. 알파폴드는 세부사항이 공개가 안되어 있는지라 로제타폴드도 처음에는 알파폴드를 reproduce해보자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하는데, 알파폴드는 구조 자체에 대한 정확도가 높지만 로제타폴드는 단백질의 고차구조에 따른 기능적인 면을 예측하는데 강점이 있고 (저자분이 물리화학 베이스여서 그렇다는 말도 있다), 또한 누구나 뜯어볼 수 있도록 오픈을 추구해서 두 가지 모두 각각의 의의가 있다고 한다.
백민경 박사님 세미나 때 두 가지 질문을 드렸던 기억이 난다. 내가 늘 그렇듯이, 날카롭고 구체적인 질문보다는 대략적인 느낌을 바탕으로 해서 설명해주십사 하고 뭉뚱그린 질문밖에 못 했는데 질문 취지를 잘 이해해 주시고 우문현답을 해 주셨다.
첫번째로 질문드린 것은 단백질의 생물학적 기능에 있어서 전반적인 구조에 따른 기계적(?) 기능도 중요하겠지만 구체적인 아미노산 시퀀스에 따른 특이적인 기능이 중요한 경우도 많을텐데, 단백질 구조예측이 신약개발 등에서 가지는 잠재력이 정확히 어떤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었다.
답변해 주시기로는, 구조예측의 정확도를 표현한 피겨 등에서는 단백질 구조가 3차, 4차 구조들의 레벨에서 그려져 있기는 하지만, 구조예측이라는 문제 자체는 그런 윤곽만을 맞히는게 아니라 가장 로우레벨인 개별 아미노산의 공간적인 위치까지 모두 맞히는 거라서, 그 답을 바탕으로 위에 쓴 특이적인 기능에 대한 단서까지 구체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한편, 나는 기계학습이 찾아내는 피쳐들과 사람들이 경험적으로 찾은 전통적 피쳐들(과학이든, 미술 같은 것이든)이 얼마나 비슷한지 관심이 있는 편이다. 인간사에도 우연이 개입하고 기계학습에서 찾은 피쳐들도 꼭 필연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학문적 의미가 있는 궁금증이라고 보기는 사실 어렵지만, 그래도 좋은 흥미거리인 것 같다.
알파폴드, 로제타폴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단백질 구조예측 시스템은 end to end 예측, 즉 아미노산 서열만 보고 하이레벨 구조까지 맞히는 것을 추구한다. 그래서인지 1차~4차 구조의 개념이 머신을 디자인하고 테스트하는 연구자에게 inspiration은 줄 수 있을지언정 머신의 학습에 직접 '이용'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학습된 머신을 뜯어보면 그런 1차~4차 구조들과 비슷한 레벨구분이 보일 것인가? 꼭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없지만, 재미나게도, 실제로 그랬다고 하신다.
여하튼 한국 출신 유명 학자들의 톡을 듣는 것, 내지는 연구결과가 유명해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인듯하다. 나도 주어진 토양에서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파저티브한 브렠쓰루를 할 위치와 역량을 갖출수 있을까? 최전선에 서서 거기에 있는 문제들을 다루게 된다면 어느정도 자연스럽게 그런 걸 습득하겠지만, 그러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런것과는 별개로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쪽으로 평소에 생각의 습관을 끌고가는건 필요하겠다. 생각을 그저 발산적으로 풀어둔다고 되는 일은 아니고 굉장히 액티브한 지적, 사회적 탐색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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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16일 금요일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청소노동자 사망 건은 그야말로 부끄러운 일들의 연속이다. 학생처장이 '자연인으로서' sns에 썼다는 글은 노조에 대한 노골적인 겁박의 언사들로 가득했다. 기숙사를 담당하는 또다른 교직원이 단체메일로 발송한 글 역시 전형적인 책임회피와 겁박의 언어로 되어있었다. 두 글 모두에서, 해석의 여지가 있거나 직원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을 넘어, 아전인수격 해석이거나 아예 거짓에 가까운 내용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있다. 게다가 문자메시지 등 처음에는 보도되지 않았던 구체적인 정황들도 몇가지 더 나오고있다.
2021년 7월 3일 토요일
[음악 추천] Bubblemath - Routine Maintenance
Bubblemath의 routine maintenance라는 곡. 유튜브 알고리즘이 띄워줘서 알게 된 곡인데 꽂힌 나머지 계속 듣고 있다.
매쓰 록 장르의 음악들을 많이 찾아들어본건 아니지만, 시도의 방향 자체는 참 마음에 드는 데 비해서 그 결과물이 감탄할만큼 만족스러운 곡은 개인적으로 드문편이었다. 복잡한 박자에 치중한게 밸런스가 없어서 너무 뇌절(...) 느낌이거나 (물론 내가 듣는 귀가 부족해서 그런것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기대에 비해서 확 잡아끄는 요소가 없이 다소간에 소프트하고 흐릿하거나.
그런데 이 곡은 사운드와 구성이 흐릿하지 않고 선명한데다 서사의 완급이 뛰어나고, 단지 머리로만 듣는게 아니라 마음을 울리는 포인트들이 있어서, 딱 내가 좋아하는 수준으로 듣는 재미의 밸런스가 조절되어있고(= 나처럼 알못이어도 비교적 쉽게 들을수있고)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것같다. 가사도 신비주의적이거나 SF적인 컨셉트는 아니지만 정신적, 내면적인 것을 표현하는 현대시(?) 느낌으로 해서 무척 재미나게 쓰여있고 곡의 형식과도 적절하게 결합해있다. 앨범 커버 디자인도 2000년대 초반 교과 수업자료(...) 같은 느낌인데 상당히 잘어울린다.
유튜브에서 몇곡 더 찾아보니 이 곡이 제일 좋긴 하지만 다른 수록곡들도 꽤 좋은거 같아서 앨범을 사보려 한다. 사실 인지도가 높은 팀은 아닌것같은데 어쩌다 딱 내 마음에 드는곡이 알고리즘에 떴는지... 하여간 이걸 계기로 이쪽 장르의 다른 좋은 곡들도 많이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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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1일 목요일
자유의 개념투쟁은 더 이상 '먹금'의 대상이 아니다
잊을만하면 비슷한 얘기 했던 것 같긴 한데, 우파 쪽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목소리 높여 외치는 것에 대해서 민주당쪽에서는 꾸준히 가볍게 비웃기만 하고, 뺏기면 안된다라는 진지한 걱정도 대체로 별로 안해온듯싶다. 자유민주주의를 특별히 적극적으로 말 안해도 당연하게 자신들이 담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자유민주주의 자체를 애초부터 뉴라이트적 구호라고 인식하고 실제로 불편해하는 사람들의 절묘한 조합으로 인해, 민주당에서 자유라는 개념이 부각될 일 자체가 크게 없었다. 또한 정부의 여러 정책이 자유와 반대되는 느낌을 주는 상황에 대해서도 해석이 들어가면서, 이제 대중적 인식상 자유라는 단어는 반쯤은 실제로 우파가 담지하는 가치가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