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게시물 목록

2021년 12월 18일 토요일

좌/우파가 적정기술을 전유하는 방식, 그리고 운동권 동아리의 추억

학부 1학년 때 적정기술 동아리라고 된 홍보 포스터가 붙어있어서 연락해 보고 갈비탕도 얻어 먹었는데 알고보니 민족주의 성향 운동권 동아리였던 적이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른 동아리에서도 꽤 오래 활동해서 학생사회에서 이름 자주 보게 되는 분이더라.


그분이 그 단체 이름으로 적정기술 대회도 참가한 기록이 있는걸 봐서 아마 그당시 실제 개인적인 관심사랑, 본인이 해 오던 (협의의)정치적 활동이랑 엮어서 겸사겸사 단체 운영한 게 아닐까 생각됨.


내가 알기론 적정기술이란 게 백그라운드가 꽤 복잡해서, 공학 및 국제협력 부문의 제도권에서도 밀어주는 등 '불온하지' 않은 자본주의질서 속에서도 꽤 히트를 쳤지만, 사상적인 면에서는 미국의 래디컬한 경제적/문화적 좌파 쪽에서도 많이 관심을 가지고 좌파적 근거를 정립하려고 했던 개념임. 물론 반대로 적정기술이 우파와 잘어울린다는 시각도 많고. 아무튼 그런 맥락까지 의도 된것인지(혹은 그런 관심과 정확히 동일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런걸 생각해보면 재밌긴 하다.


그 동아리에서 사과모랑 같이 우희종 교수 강연도 개최해서 거기에도 한번 감. 대중적으로는 4대강 반대랑 더불어시민당 대표로 잘알려진 분인데 당시 강연 주제까지는 잘 기억은 안 나고... 암튼 소위 말하는 운동권 동아리구나 하는걸 이때 확신을 했다. 교수님인데 그런 자리에 온다는게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암튼 위에 말한 밥 얻어먹은 거랑 이때 강연 간거 말고 여기서 뭔가 더 한 기억은 없음. 적정기술 궁금해서 들어갔는데 관련해서 뭔가 알려주는것이 없으니...


그런데 내 기억이 맞다면 몇년 뒤에는 그 동아리가 이름을 그대로 두고 적정기술이 아니라 아예 다른 테마로 바꾼 포스터를 봤었다. 역시나 조직은 따로 있고 동아리형태로 걸어두고 홍보 하는 거구나 하는 느낌이 확 들었다.


여하튼 이쪽은 짬이 있는만큼, 정돈되고 확실한 기조가 있는 텍스트를 생산하는 실력, 정치적으로 각재는 실력 자체는 아마추어리즘 종종 내보이는 반운동권에 비해서 뛰어나다고 본다. 그렇지만 동아리에 걸어두는 활동내용 말고 진의도, 조직도 따로 있다는 느낌때문에 마음편히 대하기는 어려웠다고 회고해본다.


운동권이 축소되면서, 거기서 나온 소스들을 아예 탈색시켜서 학생자치활동에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혁투가를 학과 특징에 맞게 재밌게 개사한 과가라던가) 그런경우는 정치적인 색채나 의도는 전혀 없는경우가 많다. 실제 옛날과의 연속성을 가지고 활동하면서 남아있지만 활동방식은 여전히 다소 은밀한 민족주의 좌파 조직들과의 대조가 흥미롭다.


Facebook에서 이 글 보기: 링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