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한옥마을을 산책하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21 올해의작가상 수상작들을 관람했다.
오민 작가는 예전에 다른 작품으로 접한 적이 있었는데 그건 사물들의 끊임없는 재배열이라는 수행을 통해 음악의 형식과 그 창작행위를 모사하고 표현하는 비디오작업이었다. 오늘 본 《헤테로포니》는 악곡의 형식보다는 아마도 한단계 더 직관적인 차원에서, 음향이 발생하고 통제되면서 시간적, 공간적으로 종합되는 과정을 전시실 전체 규모에서 체험할수 있는 대형 작품이었다.
땅과 인간의 관계로 기술되는 문명사, 그리고 그 속에서의 소유개념에 대한 사유를 바탕으로 한 최찬숙 작가의 두개의 작품(《60호》, 《qbit to adam》)도 인상깊었다. 《60호》에서는 dmz근처 100여개의 선전용 마을이라는 경계지대의 사람들을 미시적으로 조명하는 리얼리즘적 작업을 그 배경이 되는 거시적 국제관계와 병치하면서, 일상을 규정하는 제도의 힘이 극대화되는 공간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이것이 같은공간의 《qbit to adam》에서 제시되는 땅과 인간에 대한 빅히스토리(?)와 또 한번 엮이면서 좀더 근본적인 통찰로 나아간다는 느낌을 준다.
선과 면이 조형되는 방식에 대한 순수미술적 사유와, 사회적 의식을 절묘하게 결합한 방정아 작가의 회화작품들 《흐물흐물》도 흥미로웠다. 각기 다른 문제를 단일 원인으로 엮어내는 방식에는 개인적으로 꽤 회의적이지만 시각적 압도감을 바탕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형회화의 힘에는 충분히 공감할수 있었다.
올해의작가상을 보고 나서 문경원, 전준호 작가의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현대차 시리즈)도 관람했다. 대성동 마을을 소재로 아기자기한 스타일의 두 영상물이 서로 등지고 상영되는데 연출의 디테일과, 모호하지 않고 무척 선명한 촬영에서 마치 케이팝 뮤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 영상 중 한쪽은 과거, 한쪽은 미래인데 어떤 단서로 연결된다는 점도 뭔가 케이팝같았다... 음향과 조명을 상당히 잘써서, 한쪽 영상을 보면서 다른쪽 영상이 어떤 상황일지 상상하게끔 하는데 작가의 의도가 매우 높은밀도로 깔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전시실이라는 공간과 결합하여 바로 그러한 방식으로 전시되면서 의미가 극대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자료를 시공간상에 적절히 배열하여 일련의 경험을 제공하는것 자체가 미술적인 작업이 됨을 상기시켜주었다. 이는 심지어 오늘 본것중 전통적 의미의 미술에 가장 가까운 방정아 작가의 회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학부때 전시예술공학이라는 인기강좌가 있었는데 못들어봐서 아쉽다.
한옥마을에서는 예쁜 이태리음식점 플로라에 갔다. 거의 3-4년만에 다시 왔는데 예나 지금이나 메인식재료를 임팩트있게 내세우는건 만족스럽지만 가격대비 맛은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블루보틀에도 처음 가봤다. 기와의 바다 같은 2층뷰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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