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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0일 일요일

내 성장의 역사: 예민함과 미숙한 사회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어릴 때를 돌아보면 가족간에 감정을 직접 표출하는 대화는 많지 않았던 것 같고 이건 지금도 비슷하다. 그리고 내가 감정 표출이나 세련되지 못한 호불호 표현 (세상에대한 막연한 불만?) 같은 걸 할 때도 직접 공감받기보단 그래 계속해라 라는 식으로 놔둬지거나, 계속 팩폭 느낌으로 교정받는 편이었던 것 같다.


이게 이렇게 말하면 정서에 안 좋을것처럼 들릴 수도 있고, 실제로 당시에도 그런 상황에선 이런게 나한테 안좋지 않을까, 조금 더 지지하고 공감해줄수도 있지않나 이렇게 생각했었다. 감정적인 성숙보다 머리가 먼저 큰 편인데다, 아주 어릴 때부터 사회성이 부족하다, 남들처럼 자연스럽게 뭘 못한다라고 스스로 인지하고 컴플렉스로 정해뒀을 정도인지라 아마 키우는 입장에서 꽤 피곤하고 고민이 있으셨을 것 같음.


암튼 막연히 떼쓰는 거나 일탈 하는 것과는 다른 좀 이상한 방향의 고민과 불만이 내가 봐도 많았고, 그걸 공감받고 싶어서 계속 얘기하고 그랬던 것 같다. 다행히 지금은 이런 고민 하면서 크는 애들이 나 말고도 많다는 걸 알아서 안심도 되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해 주면 좋겠지만 그러기가 어렵고, 성내봤자 소용 없다는걸 알아서 사람이 아예 정반대로 깎인(?) 느낌이 있다. 예민함을 바깥에 표출하는 대신 나 스스로에게로 돌리니까 오히려 이해가 되고 평온해졌달까.


그런데 이런 것에 대해 작게작게 보면 위처럼 계속 교정받고 좌절했던 기억들이 많이 나고 그게 지금 생각해도 상처인 게 맞는데도, 거시적으로 보면 정서적으로 많이 서포트받아서 잘 깎아졌다는 느낌이 들고 특별히 엄격하거나 냉정하게 키워졌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아마 겉보기엔 왜 공감 안해주는 거지 싶더라도, 뭔가 따뜻함을 겸비한 인내?같은걸로 더 큰그림으로 챙겨주신게 많이 있는 듯하다. 무슨 오은영 박사님도 아닌데 어떻게 한 건지 엄청 신기하고 나같으면 절대 그렇게 못할것같음..... 아니면 어릴때 아무리 머리 굴려도 한계가 있어서 어른의 눈으로 볼때 별 게 아니고 대처법이 명확했던 것일 수도 있고. 물론 그렇게 힘들어했던 부분 말고 전반적인 일상에서 잘 지지받고 비교적 평온했던 거랑, 진로문제 같은 커다란 거에서 지지받은게 정서에 더 중요할수도 있긴 하겠다.


생각해보면 엄마는 중학교 사회 교사셨으니 질풍노도의 중학생들을 많이 다뤄 보셨을 거고, 누나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비슷한 수준에서 싸우는 게 아니라 어른스러운 입장에서 훈육하는 느낌이 더욱더 컸는데, 이런것들의 영향도 있었나보다. 아버지는 감정적인 쪽의 기억이 많지는 않지만 관계가 냉랭해졌을 때 같이 운동 가거나 여행 데려가는 등 많이 노력하셨던거 같다. 암튼 돌아보면 내가 완전히 손바닥 위에서 논 느낌은 아니고 실제로 당혹스럽거나 화나게 한적도 많이 있는것 같지만.. 대체로는 이성적으로(?) 훈육된 느낌이다.


그리고 지금와서 가끔씩 어릴때 얘기를 해 보면, 어머니도 유치원에 가 보니 내가 잘 못 어울리는거 같아서 실제로 걱정 했었다고 한다. 근데 유치원 선생님이 나같은 아이가 사회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섬세한거라고 좋게 말해주셨다 함. 아마 그런게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힌트가 될수도 있었을듯.


암튼 이런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게 있는지 굳이 짚자면 지금까지도 사람들한테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꼭 직접 듣고싶은? 이상한 욕구 같은 게 있긴 한데... 사람들이 아무리 친해도 그렇게까지 잘 해주지 않는다는 걸 이해하고 참을 수 있어서 아마 큰 문제 없는 듯.


그리고 본가에 가서 가끔씩 인간관계론(?) 같은 얘기가 나와서 말을 얹 을때면 어릴때는 미숙하고 토로하는 얘기들밖에 할 줄 몰랐던 것 같은데, 지금은 종종 참 맞는말이고 좋은 태도 같다고 놀란 듯이 말씀들 하시곤 한다. 나름 장족의 발전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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