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법무장관과 대선후보를 포함한 특정 정당 유력 정치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무능한 대통령을 뽑아서 이렇게 된 거라는 말을 해서 논란인 모양이다.
일단은 사태에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진단'의 측면에서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요인을 강조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치자(얘기 나오는 걸 보니까 젤렌스키가 무능하다는 것도 사태의 일부만 보는 진단 같긴 하지만). 그러나 정치인으로서의 '액션'의 측면에서는 무엇을 강조하는지가 곧 자신의 포지션을 정하는일이 됨.
국제문제에 대해 꾸준히 적극 진단해 온 인물들이면 그 맥락을 이해해 볼 수 있겠으나, 평소에 우크라 상황에 딱히 각별한 관심 갖고 있었을 것 같지 않은 정치인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똑같은 말 한 것을 보면, 진영 내 셀럽이나 당내 전략가가 그런 텍스트를 적극 생산해서 문헌오염(?)이 일어났고 그걸 정치인들이 받아서 읊는 게 아닌가 싶음. 여러 명이 똑같은 논리를 밀면 대개는 공통된 소스가 있더라.
일단 저런 말이 며칠 만에 널리 유포된 이유를 생각해 보면, 위기에 강한 리더가 필요한데 상대 후보는 무능하니까 뽑으면 안 된다고 하려는 의도인 것 같음. 마침 민주당 후보가 이미지상 추진력, 결단력이 강조될 때에 유리한 인물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군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향해 맘에도 없는 어색한 가혹한 발언을 하는건 사실 친민주당 스피커들의 오래된 습관이기도 함 (천안함을 생각해보라). 민주당이 외교안보에 약하다는 이미지가 있으니, 그렇지 않고 힘의 논리를 잘 안다는 걸 보여주려고 일부러 가혹하게 말하는 것. 후술하겠지만 그렇게 할 필요가 전혀 없으며, 필요한 상황에 적절한 기능을 발휘하는 발언을 하고 묵묵한 대응의 준비를 지원하는게 위기를 관리하는, 혹은 지지 세력으로서 동참하는 올바른 방법임.
그러나 연결된 국제관계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는 특정한 포지션을 차지하고있고... 한국 유력 정치인들의 발언에는 국제사회가 약간이나마 주목할만한 무게가 있다. 그 상황에서 이런 발언들은 적절하지가 않고, 타국의 비극적인 일을 내부정치에서 교훈적으로 소비시킨다는 인상을 지울수없음. 사회문제나 학술이론 같은것에 대한 '교훈'이라는 자기계발 일변도의 소비방식이 모범생을 주조하는 한국 수험문화에서 비롯돼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개복치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국가차원의 이런 이슈에서도 한몫 하는걸 보니 훨씬 뿌리깊은것일 수도 있을듯.
차라리 실제 신념이 반서방, 친러적이어서 발언의 여파를 정확히 알고 러시아를 옹호하기 위해 그런 발언을 하는거면 또 모르겠음 (개인적으론 서방의 역사적 실책을 은폐하는 무비판적 친서방에는 냉소적인지라 너무 신난 친서방 스피커들은 보기 안좋지만, 그래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마땅한 지향점으로 보고있으며 현실에서의 친중친러에는 동의안함). 그런데 그것도 아니고, 그냥 러시아의 침공을 상수(?) 내지는 자연현상(?) 취급하고, 그 아래서 우크라가 어떻게 했어야 할지에 대한 교훈만 추출하면서, 엄연한 행위자로서의, 침공을 안 할수도 있었던 주체로서의 러시아의 책임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전쟁의 참혹함에 대한 인식을 탈색해놓는게 이상하다는것. 그런 발언들을 해외언론 등에서 보면, 교묘하고 의도된 친러적 언행보다도 오히려 더한 언행으로 보일수가 있는듯.
잔뼈 굵은 외교전문가 김현종 차장은 이재명 캠프를 적극 지원하고, 위기에 강한 리더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면서도 저런식의 발언을 하지는 않았음. 남일보듯 한마디씩 얹는것, 교훈을 얻는것은 나중에 해도 충분함. 적어도 정부의 입장에 영향력이 있(다고 믿어지)는 위치의 최고위급 정치인들은... 지금은 그렇게 선거용 발언을 할때가 아니고, 현재진행형인 사태에 엄중한 인식을 갖고 자신이 하게끔 되어있는 직무상의 행동을 해야할 때이며 국민들이 그것을 몰라주지 않음. 위기에 강한 정치세력이라면 그렇게 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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