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유명한 우파 페북셀럽의 최근 포스팅 중에 사실관계와 인식의 많은 부분에서 오류가 있는 글이 하나 보이길래 캡쳐해봤다 (본 게시물 최하단 Facebook 링크에 캡쳐본 게시). 이 글에서는 전후 GHQ가 동아시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는데 한국인들은 그 이름을 거의 모르고 일본인들은 거의 안다며 한국인들의 무지와 반미적 의식을 비판하고있다.
그러나 내가 늘 지적하듯이, 어떤 역사적 개념이나 쟁점을 남들은 몰라서 얘기 안하는게 아니다. 이것을 사람들이 모른다, 일부러 안가르친다, 쉬쉬한다, 사람들이 꺼려하는 소위 '불편한 진실'이다, 성역화다 등으로 믿는 것은 건강한 보수세력이 아닌 극우화로의 출발점이 될수 있으므로 경계해야한다.
물론 대한민국의 시작, 위기극복 그리고 존속에서 미국의 역할을 되새기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국제주의적 시야를 함양하는것 자체는 우파에서 권장될만한 하나의 정합적인 실천적 견해임.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확한 사실관계와 역사학계의 통례/통설을 기반으로 해야하는것임.
► 2차대전 종전 후 일본과 한반도에서 군정을 시행한 기구의 정식명칭은 SCAP이며, GHQ는 사실 원래는 그냥 총사령부 라는 일반명사로, 일본의 미 군정을 지칭하는데에만 주로 사용함.
► 그렇다고 한국에서 안 쓰거나 기피할 이유가 없는 단어이고, 한국에서도 근현대 세계사와 일본사에 조금만 관심 있다면 GHQ 당연히 모르지 않을것임. (물론 한국의 역사교육에 국제주의적 시각이 아직 부족하고 한국인들이 국제사안에 관심이 덜한면은 있어보이긴 함)
► 그러나 GHQ가 주로 >일본의 미 군정<을 지칭하는데 사용되는 단어임은 변함이 없으며 한국의 미군정사령부 및 군정청은 그냥 '미 군정'이라고 부르는게 일반적임.
► 편제상 한국 미군정의 사령관인 존 하지가 맥아더 휘하였던것은 맞으나, 실제로는 일본 통치에 바쁜 맥아더보다는 미국 본토의 지휘를 받거나 미군정청 자체적으로 통치한 면이 많으며 맥아더의 직접적 영향은 미약하였음 (물론 재조망의 시도도 존재함). 따라서 실질적 통치 형태를 고려하더라도 본문에서처럼 한국의 미 군정까지 GHQ로 칭하는것은 통례와 매우 다르며 정치성향을 막론하고 용례를 찾아보기 힘든 어색한 쓰임임.
즉 종합하자면 본문은 역사서술에서 용어 사용의 이슈(그마저도 용어 선택 문제가 실질적 정치적 쟁점사안도 딱히 아닌)에서 자신이 임의로 택한 의견이 통례와 불일치할 뿐인 것을, 국민들의 역사 인식의 문제로 비약 과장하고있음.
본문의 핵심 문제제기였던 GHQ 용어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로 하되, 미 군정 자체에 대한 평가부분에도 사실관계 오류와 비정합적 논조가 다수 보이므로 사족으로 추가해본다.
► 물론 공산주의를 철저히 막는다는 큰 방향성 설정, 그리고 한반도 남부 통치라는 중책을 맡고 향후 수립될 대한민국의 기본적 방향을 잡았다는 점에서 미 군정의 영향은 매우 크긴 하지만 정작 그 세부에는 반복되는 실패와 혼란이라는 측면도 많이 존재함.
► 특히 여순사건은 미군철수 공표와 한국군 전력 충원 과정에서 미군정청이 좌익성향 인물들을 색출 없이 군인으로 받아서 총을 쥐어준것이 주요 요인중 하나로, 미 군정의 실책이 있다고 보는것이 통설임.
► 게다가 막상 여순사건의 실제 발생 및 진압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이므로 미 군정의 역할은 없음. 백번 양보해서 '주한미군'이 진압을 지원하긴 했다고 하나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국군에 의한 진압으로 보는게 일반적. 여순사건의 대응에서 미군의 역할이 알려진것보다 클것이라고 가정하고 추적하는것은 주로 반미 진보계열 언론임.
► 4.3 사건의 경우도 그 최초 발생은 미 군정시기이나, 약간의 소강기를 거쳐 본격적인 토벌에 따른 커다란 인명피해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로, 역시 미군정과 무관함. 남로당 무장세력뿐 아니라 군과 서북청년단 등의 토벌대가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였음. 더군다나 미군정이 각 세력을 조기에 원활하게 다루지 못한것도 4.3사건의 극단적인 귀결에 책임이 있다는게 흔히 지적됨.
► (이건 글 서두와도 연결되는 내 개인적 생각임) 정부수립 전후 혼란상에 있어 공산주의 세력의 책임은 모르거나 쉬쉬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당연히 모두가 아니까, 그리고 당시에 조직이 와해되고 주요인사가 월북하면서 쟁점들이 종결되고 현재성을 잃었으니까 굳이 적극적으로 얘기 할필요가 없어서 얘기가 덜되는것이 아닐까함.
► 4.3사건 진행은 미국이 예의주시하며 본국에 리포트 하고 있었으나, 토벌을 지원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얼마나 했는지는 미규명된 부분이며, 역시 미국의 역할이 클것이라고 생각하고 추적하는것은 주로 진보언론의 견해임. 물론 정확히 알려져야 할 부분이나 본문의 미군에 긍정적인 논조와는 맞지 않음. 4.3사건은 수많은 민간인희생을 자유진영 공산진영 양쪽에서 일으킨 사건이므로 미국의 역할을 부각하며 상찬하는것을 미국이 꺼려할지 반길지는 명약관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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