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피겨 팬인 친누나의 영향으로 김연아 선수도 직접 보러 다니기도 했고, <팬텀싱어 2>도 워낙 열심히 봐서 화려한 목소리의 베이스 고우림도 원래 즐겨듣고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처음 결혼 발표됐을 때 사람들의 '그게 누구임?' 하는 반응이랑 반 농담식으로 전국민이 지켜본다고 하는 것을 넘어, 진지하게 급이 안맞는 결혼이라는 식으로 인터넷 상에서 계속 얘기가 나오는 건 굉장히 '억까' 같고 피곤하게 느껴진다.
농담이냐 진지하냐의 기준은? 일단 김연아선수가 아깝다 아니다에 대해 각자의 생각과 느낌이야 당연히 가질수 있지만, 아까운지 여부가 마치 논쟁을 통해 결정할수 있는 '논쟁거리'처럼 소비되는 양상이 생기면 진지해지는 거고 그게 억까의 시작인 듯하다.
그리고 후술하듯이 그렇게 진지하게 따지기 시작하면야 이 경우에 답은 당연히 한쪽으로 쏠리게 되어 있으며 개인사를 '논쟁거리'로 만들기 시작하는 이들도 이것을 알면서 의도하고있음. 그러니까 오히려 애초에 시작되어서는 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며, 설령 안 진지하고 가볍게 말하는 것이더라도 한번 더 생각하는 게 좋은 것임.
결혼에(뿐만 아니라 어떤 인간관계에)도 손익을 따지고 비교하는 측면이 작용 할수밖에 없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서로한테 서로가 만족할 만큼 충실한 평생친구 하자고 하는 것이 결혼인데, 당사자들이라면 모를까 축복하고 응원해주면 될 타인들이 점수 매기는 식으로 접근하는건 별로인 것 같다.
김연아선수가 훨씬 유명하고 전국민이 주목하는데다 인간적으로도 멋있는 면모가 많이 알려져 있는, 대한민국 내에서 위인급 인물인건 자명한 사실이니... 아깝다는 소리 안나오게 하려면 고우림 당신이 정말 잘해야겠네 라는 덕담 정도로 해두는게 맞는거 같고, 그걸 넘어서 좋은 결혼인지 아닌지 진지하게 점수 매기고 평가질 하는건 매우 별로인 것 같다. 대중들한테 알려진 대단한 하자가 있다거나 한것도 아닌데 좋으면 결혼하는거지. 상대방이 올타임 레전드급 스타여서 그렇지 고우림도 보고있으면 심술이 날 정도로 정말 결점이 없고 가진게 꽤 많은 사람이기도 하다.
아예 억까 말고 뭔가 근거를 갖춘(?) 듯 보이는 우려의 레파토리들의 경우는, 혹시 실제로 문제가 생기고 나서 i told you 시전하는거라면야 굉장히 심술나긴 하지만 그래도 인정하겠는데... 그러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말이 나오는건 (물론 유명인이라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는 거지만) 한국사회에서 일반인들의 결혼이 주변인들 입에 오르내리는 방식과도 무관하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셀럽들의 연애사가 대중들의 초미의 관심사인건 어느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파퓰러컬쳐에서의 떡밥으로 남겨두면 좋을 그런 관념이, 한국에서는 뭔가 가정과 가정간의 끕이 맞는 결합이자 계급의 재생산이라는 K스러운 관념과 나쁜 쪽으로 섞여서 더 유해해질 때가 많은 듯하다. 그렇게 하는게 한국사회 다수 정서라면, 주변에서 미래에 내 결혼에 대해 어떤식으로 잣대 들이대고 평가질 할지도 명약관화할 테고... 굉장히 숨막힐 것 같다.
한국사회는 아직까지는 강한 단일성과 동질성을 바탕으로 일원화된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평가의 기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면서 사회적 화두를 생산하는데, 이것은 성숙한 사회라기보다는 확장된 가정에 불과한게 아닌가?
가정 공동체와 그것이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에 있어서 현재 작동이 멈춰가고 있는 디폴트 모델을 파탄없이 유지하고 싶다면 오히려 그것의 경직되고 답답한 부분을 사회전체가 최대한 빨리 버리고 다양한 모델을 포섭함으로써 연착륙시켜야 한다.
암튼 둘 모두의 나름 팬이지만 공개 때까지 전혀 몰랐던 결혼 소식이다 보니 아직도 신기한 기분이고.. 구설수없게 충실하게 좋은 결혼생활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응원의 말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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