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고관여층들이 특정 그룹에게 정치적 지지/반대를 '맡겨놓은 것처럼' 대하는 것도 참 유감스러운 일인 듯하다. 부당한 일을 당하고 있는데도 통합된 결사체의 부재, 내외적으로 요구되는 탈정치적 태도를 비롯한 여러 문제 탓에 크게 목소리를 못 내고 있는것 같아 보이면,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어떤 소문들이 있는지 이야기를 먼저 자세히 들어 보는 게 이상적인 태도 아닌가. 효과적인 창구가 없다 뿐이지 막상 얘기를 시켜 보면 사정을 자세히 알고 얘기를 해 줄 분들도 많이 있는데 말이다.
일례로 요즘 일각에서는 '과학자들 연구예산 깎인다는데 왜 반대시위 안하나요?'라면서, 옛날에 누군지도 모르는 과학기술인 백수십 명이 윤석열 지지성명 하나 낸 거 기사 첨부해 가면서 과학자들에 대해 막연히 조롱 및 원망하는 게 아주 스포츠처럼 되어 있다. 설령 과학자 집단의 (탈)정치적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이런식으로 단정적으로 적으로 만들면 결코 마음을 얻기 힘들고, 그 결과는 자기실현적 예언밖에 더 되겠나.
당장 예산이 깎인다는데 비판적인 얘기를 다들 했지 왜 안 했겠는가? 심지어 각 대학 이공계쪽 학생회들도 의견을 활발히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성향을 배제하고 건조하게 쓰려다 보니 메시지의 선명성이 정치 고관여층들의 성에 차지 않게 되어서 그게 또 비난받던데, 요즘의 대학가 특히 이공계에서 '정치적 오해'를 피해야 하는 강박에 가까운 요구가 꽤 널리 있다는 걸 이해한다면 정권 비판자들 입장에서는 저 정도로 메시지 나온것에 비난이 아니라 오히려 박수를 쳐 줘야 맞지. 아무튼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이 보이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서 하는 얘기다.
오염수 관련해서도 자꾸 과학이라는 단어가 언급되는 바람에 과학자들이 반드시 정권과 한편인 것처럼 생각해서 저런 식의 비아냥을 더 거리낌없이 하는것도 없지 않은것 같은데, 과학자들 중에서 괴담 말고 과학을 믿으라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건 과학과 별개로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를 믿을수 있느냐의 문제, 그리고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에 속하는 정치사회적 문제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결국 접점을 조금씩 넓혀나가면서 신뢰를 확보해야 각 사회적 그룹이 사안에 따라 정치 쪽이랑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이합집산 하는 역동적인 과정이 생산적으로 진행이 될 텐데, 어느 진영이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특정 그룹은 무슨무슨 성향이니까 마음놓고 적으로 돌려서 내 적의를 마음껏 쏟아부어야지 하는 태도가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일부 정치고관여층 개개인의 태도일 뿐인데 무슨 상관인가 할수도 있지만, 정치인들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지지층 전반에 깔린 정서와 대체로 같이 가게 되어 있고, 그 결과로 각 사회집단을 불필요하게 적으로 돌려서 신뢰를 잃는 걸 지난 몇년간 아주 많이 봤기 때문에... 위와 같은 태도를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만은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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