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쿠프의 야기에우워 대학(Jagiellonian University, 야기엘론스키 대학교)에서 열린 심포지움 "36th Marian Smoluchowski Symposium"에 참여하기 위해 다녀온 이번 폴란드 출장에서,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는 단순히 출국 항공편 때문에 들른 거라 저녁에 딱 한 끼 먹을 시간만 있었다. 그런데 바르샤바 중앙역 앞에서 랩 동료가 우연히 찾아서 함께 들어간 식당 'Radio Cafe'가 상당히 역사적, 정치적인 이야깃거리가 많은 장소였다. 이 식당이 국내 인터넷에서 바르샤바 맛집으로는 나름 유명함에도, 이러한 배경에 대해서는 인터넷상에 한국어로 소개된 자료가 거의 없는 것 같아 한번 소개해 본다.
이 식당은 바르샤바 중앙역 역전앞에서 큰길을 건너면 바로 있는데,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와 달리 우리가 앉은 자리 옆에 푸틴을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길래 범상치 않은 식당이구나, 그리고 폴란드 사람들도 현재의 러시아를 커다란 위협으로 느끼는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음식이 나오기 전에 잠깐 건네주는 읽을거리를 보니 이 식당에는 과연 그럴 만한, 그러나 일반론을 넘어선 훨씬 구체적인 배경이 있었다.
RFE(Radio Free Europe)이라고 해서 마치 한국의 대북방송처럼, 서구권 국가들이 냉전시기에 동구권에 송출했던 선전 방송이 있는데, 우리가 들른 식당 Radio Cafe가 다름이 아니라 RFE의 전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운영하는 식당이라고 한다.
폴란드에서 나중에 대통령을 하게 되는 레흐 바웬사도 이 RFE를 들으면서 국제적 대립과 동구권이 놓인 상황을 적극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지금은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기자를 하실 적에 젊은 시절의 바웬사와 직접 인터뷰를 하셨다고 했었는데, 그게 바로 이때쯤이 아닐까 한다).
이 식당은 바르샤바의 대학생들과, 최근에 이주해온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주로 직원으로 고용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RFE 직원들이라는 배경에 의해 형성된 그들의 사회적, 국제정치적 신념을 실천하는 나름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사진의 일러스트에서도 보이듯이, 철의 장막(Iron Curtain)을 우리가 뚫었다는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