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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0일 금요일

음악 지휘 행위의 흥미로운 점: 비언어적으로 명령화되는 동작적 계기로서

예술활동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요체를 이루는 감각에 대한 기본적 체험조차 해 보기 어려운 것 중에 하나는 오케스트라 지휘인 것 같다.


물론 지휘라는 것이 오직 지휘현장에서의 손의 움직임만으로 환원되는 건 아니고,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감독 입장에서 자신이 가진 곡 해석을 바탕으로 평소에 단원들과 연습하고 교감하는 것이 아주 많이 작용할테다. 그러나 여기서는 공연 현장에서의 지휘행위에 일단 집중해보기로 한다.


위계 하에서의 협동으로 진행되는 예술활동은 물론 지휘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지휘의 경우는 신체의 동작적 계기와 그 연속적 질감이 단원들에 대한 명령으로서 즉각적인 효력을 발휘해서, 단원들에게 언어 이전에 감각의 레벨에서 수용되고, 그 결과가 '연주'라고 하는 피드백 겸 예술실현의 결과로 시시각각 돌아오는데, 이는 다른 예술활동에는 잘 없는 요소인 듯하다.


그 이전에, 이미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는 연주자들이 누군가의 지휘를 받기 위해 굳이 같은 시공간에 모여야 하는데, 실제 음악경력을 바탕으로 지휘를 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럴 일 자체가 없기도 하다. 지휘라는 기회는 이만큼 주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일상에서의 행동 중에 그나마 지휘와 연관될 수 있는 계기를 굳이 찾아보자면, 다름이 아니라 음악을 청취하면서 박자에 맞게 손과 발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흔드는 등의 행동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행동들, 혹은 이러한 행동을 하고 싶게 되는 심적 경향을 '동작적 계기'라고 부를 수 있겠다.


예컨대 대중음악의 경우는 대체로 누구나 예측 가능하게 레귤러한 박자로 연주를 이어가지만, 가끔가다가 그러지 않고 점점 빨라지거나 느려질 때, 혹은 갑자기 연주를 중단하거나('잡는다'고 종종 표현됨), 모든 악기가 다같이 한번에 긁어서 청자의 집중을 유도할('깬다'고 종종 표현됨) 때, 그 곡에 대해 청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해석을 바탕으로 그 순간을 올바르게 '맞추게' 되면, 특히 그것을 동작적 계기와 성공적으로 연결짓게 되면 이는 청자에게 상당한 쾌감을 유발하게 된다. 물론 레귤러한 박자에 맞게 신체를 움직이는 것 자체도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동작적 계기가 오케스트라 지휘에 있어서도 기초를 이루지 않을까 싶다.


다만 지휘는 위의 예시와 달리, 청자와는 무관하게 이미 잘 연주되고 있는 곡을 동작적으로 따라가는 것을 넘어서, 이미 대략적인 얼개가 정해진 연주들에 동작적 계기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개입해서 세부적 질감을 조직해 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내게 지휘 행위와 비슷한 일을 해 볼 기회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위의 모든 것은 상상에 불과하다.


기술매체의 발전에 따라, 이렇게 지휘에 대한 기본적인 감각을 체험해볼수 있는 반응형 컨텐츠를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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