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게시물 목록

2023년 10월 25일 수요일

심리 해킹을 경계하라 - 전청조 사기 사건을 보며 (1)

사람들 사이에서 생활을 하다 보면, 대인관계에서 감정 소모와는 별개로 정신세계의 아주 내밀한 부분까지 건드려질 일은 잘 없고, 설령 건드리더라도 거기에는 피차 아주 대단하거나 특별할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불완전하고 얕은 면모와, 심연같고 신비로운 면모를 다들 피차 비슷하게 가지고 있을테다.

근데 만약에 그리 친밀하지 않은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 그런 내밀한 부분이 사정없이 건드려지는 느낌이 든다면, 혹은 지나치게 고양되거나 푹 빠지는 기분이 든다면 (상대방이 의도했든 아니든) 사실은 상당히 무례한 일을 당하고 있는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런 대화를 통해 뭔가 인간에 대해 기존과 다른 시각, 특별한 시각을 체험했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그런걸 너무 대단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

그런 것들이 잘 디자인된 허풍이라면 말할 것도 없지만, 설령 진짜로 우리네 심리구조의 어떤 의미있는 영역을 건드린다고 할지라도 대부분의 경우 사람 사이에서 그게 굳이 끄집어내어질 필요가 없는 것이며... 만약 그게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사기이고, 그렇지 않다면 무례한 악취미라고 생각해 버려도 크게 나쁠 게 없는 듯.


꼭 의도하지 않더라도, 대화하는 질감이 남들과 약간 다른 사람들이 있긴 한 것 같다. 그런데 이럴 경우에는 뭔가 남다르고 깊은 게 있다거나, 상대방을 꿰뚫어본다는 느낌을 주기가 쉽고, 말을 하는 본인까지 이것을 자각해서 활용하다 보면 위처럼 안 좋게 흘러가는 것 같다.

이렇게 언변이 지나치게 좋거나, (구체적이지 않고 막연한)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발언이나 그럴듯한 거짓말 같은 걸 일삼는 사람은 타인의 마음을 해킹하기에 용이하게끔 타고난, 혹은 어디서 배운 몇가지 스킬을 가지고 있을 뿐인데, 이를 바탕으로 비즈니스적인 사기를 기획하는 셈이다. 그리고 그런 능력도 결국 믿음의 영역을 건드려서 해킹하는 것이다 보니 사이비종교와 약간 비슷한 느낌이 있는 것일테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사람을 꿰뚫어볼줄 아는 것'이나, '사람 보는 눈'이 중요하다는 식의 말들을 확실한 컨텐츠 없이 모호하게 강조하면서 중요시하는 사람들, 혹은 인간의 내밀한 심리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타인한테든 자신한테든 그러한 영역을 심오한 것인 양 뜯어보는 것을 지나치게 즐기거나 대단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바로 그러한 관심사 때문에 사기나 컬트에 매우 취약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들에서는 일반적으로 인간의 그런 영역까지 건드릴 일이 없다는걸 기억하고, 사적으로 잘 관리하면서 자기 할 일을 잘 하면 되는 것 같다. 사적이라는 게 꼭 혼자 힘으로 라는 뜻은 아니다.


이런건 공부든 예술이든 체육이든 자기 할일을 잘 하는 능력과는 정말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고... 그래서 나이를 먹다 보면 심리적으로 취약한 부분, 혹은 자기가 아끼는 사람들과 지내면서 물러지는 부분들이 생기게 되는데, 그런 것들을 잘 파고드는 사람을 주변에 계속 두고 있다 보면 하나둘씩 그리 권할 만하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되는 듯하다.

근데 그러면서도 자기 하는 일의 영역에서는 변함없이 멀쩡하게 잘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남들이 쉽게 알아챌 수 있는, 혹은 알아채더라도 뭐라고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도 하고... 참 어려운 문제 같다.


Facebook에서 이 글 보기: 링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