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무렇게나 그렸던 그림이 그려 놓고 보니 테리어몬이랑 다루마를 섞은 것처럼 생겼다고 써 놓은 게 과거의 오늘에 뜨길래 (그림 1), 아예 테리어몬과 다루마를 섞은 걸 그려 달라고 무료 AI그림 웹사이트에 세심하게 프롬프트를 넣어 보았다.
당연히 꽤 잘 해 주며 (그림 2), 이것들을 내 그림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듯하다. 섞어 달라고 했을 뿐인데 실제로 그림 1과 비슷한 느낌이 조금씩 엿보이는 걸 봐서, 영 잘못 짚은 건 아닌 것 같아서 공연히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기계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성공할 때, 즉 기계의 표현과 자신의 생각을 발맞춰 갈 때 사람들이 종종 느끼는 이런 뿌듯함 또한 일종의 포스트휴먼적인(?) 정서로서 인문학적 탐구의 대상이 아닐까 한다.
2021년 12월에 VQGAN+CLIP 기반의 text-to-image generation을 처음 제대로 접하고 충격을 받았었는데, 그림 1에서 두 대상을 섞는다는 생각을 포스팅한 게 그 바로 직전쯤인 것 또한 흥미롭다. 그 직전만 해도 이런 걸 기계가 근시일 내에 정말로 잘 해 줄 거라고는 생각을 잘 못 하고 있었을 것이다.
원래부터 이런 생각의 경향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쓸만한 생성 ai가 나왔을 때도 서로 전혀 다른 두 대상 사이의 interpolation을 시켜 보면서 내부 표현공간을 탐색해 보는 관심사를 가장 우선적으로 갖게 되었던 게 아닐까 한다.
지금도 딥러닝의 부상은 곧 '의미 엔지니어링'의 대두와 매우 밀접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고차원 공간상에 임베딩된 피쳐들 혹은 표현들을 조합하는 의미 기계의 출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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