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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6일 수요일

뮤지션 김민기에 대한 몇몇 이야기

어머니가 잊을만하면 얘기해 주시는 재미있는 일화인데, 옛날에 어느 자리에 갔는데 너무나 익숙하지만 누군지 생각이 안 나는 사람이 앉아 있더란다.

그래서 주저하던 끝에 혹시 저 아시지 않냐고, 누구셨더라 하고 물어봤는데 그분이 허허 웃으시더니 아마 무대에서 보셨을 거라고... 알고보니까 가수 김민기였다고 한다. 내 기억이 확실친 않은데, 아마 옷을 굉장히 멋있게 입었다고 하셨던 것 같다.

아마 유명인들은 이런 일화가 워낙 많을 것 같다. 혹시 TV에 나오는 분 아니냐는 질문은 물론이거니와, 그럴 거라고 생각 못한 나머지 질문하는 본인이 아는 사람 아니냐는 질문들까지 말이다.

사실 나도 몇 년 전에 우연히 본 어떤 분이 얼굴이 너무나 익숙한데 누군지 기억이 안나 나서, 어릴때 다니던 학원 선생님이셨나? 막 이랬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신태용 축구 감독이었던 적이 있다. 안 물어보길 다행이었다.


김민기는 아침이슬과 상록수를 비롯해서 감동적이고 벅찬 분위기의 곡도 많이 썼지만 그의 노래극 중에서는 위트가 담긴 풍자적 가사도 많은데 그 중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깊고 재미있는 건 <공장의 불빛>의 한 수록곡에 나오는 다음의 가사다.

"사장님네 강아지는 감기 걸려서 포니 타고 병원까지 가신다는데 / 우리들은 타이밍 약 사다 먹고요 시다 신세 면할 날만 기다리누나"

실로 재치있으면서도 씁쓸한 가사가 아닐 수 없다.


김민기는 최근에 암투병으로 인해서인지 학전도 닫기로 하고 마지막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김민기가 한국 노래극에 기여한 바를 보면 시대의식이나 시사적인 면뿐만 아니라 음악사적으로도 의미가 상당한데, 김민기 본인의 드문 매체출연은 물론이고, 노래극 관련 영상자료도 생각보다 남아있는 게 풍부하지는 않다 보니 잘 보전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음악 자료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80-90년대 록밴드 뮤지션들이 열심히 활동한 것에 관해서 남아 있는 자료들도 생각보다 쉽게 찾아보기가 어려운데, 이들도 당시를 직접 겪어서 잘 알고 있는 뜻있는 팬들이 더 늦기 전에 잘 수집하고 보전해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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