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게시물 목록

2024년 6월 27일 목요일

'원영적 사고'에 대한 일부 해석을 보고: 열광과 가벼운 향유는 공존가능하다

IVE의 멤버 장원영의 초긍정 태도로 잘 알려진 '원영적 사고' 관련 글들이 뒤늦게 Facebook에 많이 올라온다. 그런데 그 글들 중에서 '원영적 사고는 태어날 때부터 세상이 다 자기 편인 순진무구한 사람만이 할수있는 생각이므로, 그걸 소비하는건 진지한 열광이 될수 없고 가벼운 밈에 그친다'는 취지의 글은 자세한 취지도 알기 어렵거니와 내용 자체에도 동의가 되지 않는다.


성장 배경도 좋고 외모와 실력도 뛰어난 장원영은 일반적인 범주를 뛰어넘는 지지와 인기, 그리고 부를 얻고 있겠지만, 어린 나이부터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극복해야 했던 억까는 단지 아이돌로서 캐릭터성 면에서의 서사 형성을 넘어 실제 장원영이라는 사람이 겪는 인간적 고난의 범주에 너끈히 속한다고 인식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설령 전자라고 해도 밈의 성립에는 문제가 없고).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원영적 사고가 무엇인지 '굳이' 살펴보자면, 사람들이 자기 편이 아니게 될때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순진무구한 낙관은 전혀 아닐 듯하다. 오히려 어떤 상황이든 단순한 정신승리가 아니라 유연하고 강하게 대응해서 긍정적으로 바꿔내려는 천생 낙관, 혹은 계속되는 억까에도 불구하고 아이돌로서 좋은 모습을 가지고 또 보여주려는 프로페셔널한 낙관 등에 가깝지 않을까.


일반인과 다른 삶을 사는 입장의 기만적인 긍정보다는 (그러면 밈이 아니라 오히려 소소하게든 크게든 논란거리가 되었겠지), 따라잡기 어렵지만 그래도 본받을 점이 있는 긍정에 조금 더 가깝게 소비된다는 게 내 인상이다. 그러한 긍정이 래디컬하게 추구되었을 때 내적 일관성을 갖추고 성립할수 있는지, 어떤 결과를 주는지를 따지는건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물론 밈을 소비하는 양태는 다면적이기 때문에 그냥 그 말 자체가 재밌고 좋아 보여서, 남들이 하니까, 큰 생각없이 소비하고 재생산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심지어, 힘든 상황에서 쉬이 와닿지 않을만큼 지나치게 긍정적이다 보니 가볍게 냉소적인 뉘앙스로 사용하며 집단적 위로를 꾀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쪽을 많이 본 것 같다). 이 정도로 사실 충분하다. 밈의 소비 및 재생산과 그 담론화(?)는 분리되어 있으므로, 더 이상의 단정적인 분석은 무리다. 그러나 그런 글들처럼 원영적 사고가 무엇인지 '굳이' 분석적으로 생각해보고 파고든다면, 그것이 위에서 언급한 '순진무구한 긍정'에 닿아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밈이라고 해서 꼭 가볍기만 하고, 열광적인 태도를 가질 수 없다는 식의 이분법도 다소 의아하다. 사람마다, 혹은 한 사람 안에서도 여러 계기가 겹쳐 있을 수 있다. 남다른 긍정에 진심으로 감명받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좀더 열광적으로 쓰지 않겠는가. 밈의 strict한 개념을 레퍼런스하면서 과하게 의존하지 말고, 회색 부분까지 총체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또한 해당 글에서 여러 차례 비판하는 열광이란 단어가 어느 글들에서 어떤 뉘앙스로 나오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그런 글들에서 과잉되고 단정적인 분석들이 있었고, 그게 열광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했나보다 싶기는 함), 그 열광이라는 단어가 꼭 비일상적 수준의 카타르시스적 경험을 일컫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냥 가벼운 소비일지라도 사람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면 열광적인 인기라고 으레 표현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물론 해당 밈에서 이야기하는 긍정적 태도가 자율적인 것이 아니라 권력관계 하에서 언급될 때 강요로 작용할 것을 미리 경계하는 것 자체는 좋다. 또한 이런 류의 유행이 일각에서처럼 각종 리더십 강연(?)들과 어른들이 보는 tv 등에서 언급되게 되면 종종 실제로 위처럼 흘러가면서 생명력을 금세 잃는것 또한 사실이다.


다만 그런 전형적인 '페북긴글'에서의 단정적인 분석과 논쟁 역시 밈들에 대한 피로감을 유발해서 정확히 바로 그런 흐름에 일조한다는 것 역시 인지해야 한다. 사실 내가 쓰는 이 글도 마찬가지라서, 그냥 쓰지 말걸 하고 후회가 된다.


Facebook에서 이 글 보기: 링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