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의 여러 튜닝방식들을 일컫는 표현들은 초심자들을 헷갈리게 하기 쉽다. 왜 그렇게 이름이 붙었는지도 처음엔 알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또 사람들이 정확한 이름을 하나 정해서 일컫기보다는 각자 입에 붙은대로 편하게 말하기도 해서 더 그렇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렇게 이름이 헷갈리는 것은, 사실 서로간에 잘 확인하면서 소통을 하면 되는 부분인 것 같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 튜닝이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스스로 언제든 찾아낼 수 있게, 본인의 방식대로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이다. 나는 다음과 같이 이해하는 게 제일 안 헷갈리고 편한 것 같다.
먼저 제일 기본인 정튜닝(E 스탠다드 튜닝)은 6번 줄(제일 두꺼운 줄)부터
미 라 레 솔 시 미
로 맞추는 튜닝을 말한다. 음이름을 따로 밝히지 않고 그냥 '스탠다드 튜닝'이라고만 한다면 그게 주로 이 정튜닝을 말하는 것 같다.
한편 이 정튜닝에서 6번 줄만 2키(=한음)내리면
레 라 레 솔 시 미
가 될 것이다. 이를 드랍D 튜닝이라고 한다. 이 두 가지 소리를 반드시 입으로, 귀로 기억해두자.
물론 unusual한 튜닝들도 있지만,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튜닝들은 결국 '◯ 스탠다드 튜닝', '드랍◯ 튜닝' 두 가지에 속한다고 보면 되고, 그 각각이 위 두 가지와 대응된다.
(◯는 E, D 등 음이름)
1. '◯ 스탠다드 튜닝'은 줄들 간의 상대적 음 높이차가 '미 라 레 솔 시 미'와 똑같다.
2. '드랍◯ 튜닝'은 줄들 간의 상대적 음 높이차가 '레 라 레 솔 시 미'와 똑같다.
튜닝의 이름에 있는 알파벳 음이름 ◯는, 6번 줄의 소리를 그 음에 맞추라는 것이다. 그 다음에 스탠다드냐 드랍이냐에 따라 위 두 가지 중 하나로 다른 줄들까지 맞춰 주면 완성이다.
즉 ◯스탠다드튜닝은 정튜닝(=스탠다드튜닝?)에서 다같이 동일한 만큼 내려준것, 드랍튜닝은 거기서 6번 줄만 2키(=한음) 더 내린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서 드랍 C 튜닝을 맞추는 방법을 내 방식대로 써 보면,
드랍 C 튜닝 = 6번줄이 C이되, 6개 줄의 상대적 음높이차를 '레라레솔시미'와 같게 한 튜닝 = 드랍 D에서 모든 줄을 2키(=한음)씩 더 내린 튜닝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각 튜닝에서 여섯 개 줄의 음이름을 모두 짚어 말할 수 있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기본적인 음감이 있다면, 6번 줄 먼저 맞추고, 거기서 상대적 음 높이차만으로 다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운튜닝이라는 말도 많이 쓰는데 이것은 무엇인가?
'◯ 스탠다드 튜닝'이랑 똑같다. 그것을 '정튜닝에서 몇 음만큼 다같이 내렸냐(다운)'를 기준으로 세서 부르는 다른 이름일 뿐이다. 즉 드랍이라는 말이 따로 있을 때만 레라레솔시미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 대개는 미라레솔시미라고 보면 된다.
정튜닝에서 다같이 1키(=반음) 내림 = half step down tuning = 하프다운튜닝 = D# 스탠다드 튜닝
정튜닝에서 다같이 2키(=한음) 내림 = whole step down tuning = one step down tuning = D 스탠다드 튜닝
정튜닝에서 다같이 4키(=두음) 내림 = two steps down tuning = C 스탠다드 튜닝
이렇게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익힌 기본 방식이고, 다음으로는 사람들이 용어를 어떻게 섞어 쓰는지 대표적인 예들을 보자.
먼저 다른 말 없이 그냥 다운튜닝이라고만 하면, 드랍튜닝과 대조되는 좁은 의미 (◯스탠다드튜닝, 즉 ◯◯다운튜닝)일 수도 있고, 반대로 그냥 정튜닝이 아니라 뭐 하나라도 낮췄으면 아주 넓은 의미에서 다운튜닝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결국 맥락상 적당히 알아들어야 한다.
여담이지만 물리학에서 역학 파트를 공부할 때도 이렇게 애매한 경우가 있어서, '탄성 충돌'이랑 '비탄성 충돌'이 사실 같은 뜻일 수도 있는(...) 기막힌 경우가 생긴다. 마치 단어 뜻만 보면 스탠다드 튜닝과 다운튜닝이 같은 뜻일 수가 없어보이는데 같은 튜닝을 일컬을수 있는것처럼...
드랍다운튜닝이라는 말도 가끔 접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건 정말 혼란스러운 표현이다. 굳이 드랍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건 레라레솔시미 류를 말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겠으나, 잘 모르고 미라레솔시미까지 포함한 넓은 의미의 다운튜닝을 말한 것일 수도 있으므로 이 역시 적당히 맥락상 알아듣자.
사실 이런 것들은 굳이 글로 쓰려고 하니까 무슨 논문 쓰듯이 복잡하게 되는 건데, 대부분 실제 대화에서는 용어를 조금 섞어쓰더라도 전혀 오해없이 잘 소통할 수 있다. 그리고 백마디 말보다 직접 악기를 잡고 해보면서 손과 귀로 익히는 게 쉽다.
다만 그렇게 할 수 있으려면 초반에도 강조했듯이, 튜닝의 종류에 무엇이 있으며 어떻게 찾는지에 대한 기본은 본인이 잘 알고는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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