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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6일 목요일

부동산: 숫자 너머를 사유하기, 욕망구조의 물적 토대를 전환하기

요 며칠 뉴스와 그에 대한 사람들의 온갖 반응을 보다 보니 부동산에 대해 여러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나는 경제도 잘 모르는데다 부동산을 주식보다도 더 모르고 집 얘기는 아직 멀게 느껴지는 입장이다보니 아래는 틀린 얘기일 가능성도 많은데, 그런 것치고는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다. 그래도 그냥 올려본다. 공부해두어서 나쁠 건 없으니 앞으로 사람들 얘기에 귀를 좀 열고 공부해보려 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주식은 '자산의 숫자 값'로서의 양적인 측면 외에 삶의 조건을 질적으로 직접 결정하는 부분은 적다. 그러나 부동산은 전혀 다르다. 부동산은 삶의 터전이기도 하며 거기에는 숫자 그 이상이 있다. 그렇지만 부동산을 생각할때 숫자를 너무 많이 생각해야 하는 비극이 있다.

나는 중국에서 오직 숫자를 생각하면서 벌인 부동산 사업으로 거대한 아파트단지가 들어섰으나 모두 비어있는 기괴한 장면을 짤로 본적이 있다. 사실 과잉 공급된 제조업 생산품들도 가끔씩은 그런 기괴한 느낌을 주지만, 부동산은 하나하나가 워낙 큰 물건들이니 더욱 임팩트가 크다. 부동산 광풍에 너무 숫자만 생각하고 사업을 벌여서 일어난 일이 아닐까 한다.

한국에서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생활숙박시설 등 신개념 부동산들이 뜰때마다 그런 부동산들에 혹했다가 상식을 벗어날 정도의 하자물건을 만나는 경우도 늘 발생하는데, 경우는 좀 다르긴 하지만 이런 것도 위와 조금 비슷한 느낌이 든다. 가령 위례성대로에는 한때 오피스텔 모델하우스가 굉장히 많았다. 붙잡혀서 거기 들어가보면 그 무엇보다 믿음직해야 할 부동산계약과 관련된 장소인데도, 거의 사이비종교 포교와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가 굉장히 믿음직하지 못하고, 아주 질 낮은 자본이 개입되어 있다는 직감이 든다. 숫자로만 접근해서 주거를 면밀히 생각하지 않고 인스턴트하게 벌이는 사업들인 것이다. 매수자들도 거주뿐 아니라 그런 숫자적 접근에 혹하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장면들이, 현재 한국 부동산에서, 나라가 망하는 원인으로 꼽힐 정도로 심각하게 커져있는 모순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부동산은 그 이름에서도 보이듯이 아주 느리고 무거운 특수한 자산이고 유동화도 주로 안 되어 있어서 재투자 효과도 아무래도 낮다. 국민 자산의 너무 많은 부분이 무리하게 들어가있고, 그렇게 된 이유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미 보유한 사람과 보유하지 않은 사람의 입장도 너무나 다르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부동산은 그 얘기만 나와도 사람들을 심란하게 하고 미치게 만든다.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청년들의 분노를, 너네들 어차피 서울집 못사지 않냐는 식으로 조롱해서는 안된다. 기회가 끊기고 자산격차가 고착되는 것은 그러면 옳은 일인가? 수도권 주택 말고도 청년들에게 어느정도 안정감과 상승감을 줄수 있는, 생애주기를 꾸려가는 '평범한' 선택지가 충분히 다원적으로 존재해야한다. 다른 사다리들이 많아야 한다는뜻이다.

전세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도 비슷하다. 자산관리 관점에서 불리하며 비정상적 형태의 주거다라는 주장은 납득되는 부분이 있으나, 위에도 말했듯이 집이 단순히 자산 숫자일 뿐인가? 물론 지나치게 숫자 위주로 생각하게 된 부분이 가슴이 아프지만 그또한 어떤 현상의 결과이다. 이미 경로의존성에 의해서 그러한 주거형태에 매달려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대해 쉽게 얘기할수는 없는것이다.

이거는 없어져야 하는 것이고 집 못사겠으면 비싼 월세 내던지, 월세 못 감당하겠으면 밀려나서 다른 지역 가던지 하라는 등의 냉소적이고 조롱섞인 얘기가 참 많이 보인다. 그러지 말고, 경로의존성에 따라 형성되어있는 압력을 해소하고 연착륙을 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대책을 제시해야한다.


부동산을 둘러싼 모순을 해결하고자 할때, 자산격차에 의한 계급 고착화를 어쩔수 없이 인정하자는 소리로 비칠까봐 조심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나도 뭔가 생각을 하다가, 엥 근데 이렇게 되면 계급 고착화를 그냥 인정하자는 얘기가 되네 싶어서 생각하기를 멈추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현재와 같은 주류적 주거 방식과 수도권 초집중 하에서는 빚을 무리하게 내서까지 집을 사는 욕망이 포기된다면 바로 계급 고착화로 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건 단순히 '그렇게 비칠까봐 조심스러운', 단순히 말을 정교하게 한다고 설득되고 해결되는 식의, 단순히 아 다르고 어 다른 문제가 아니다.

내 생각에 부동산정책이 장기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부동산을 둘러싼 문제가 해소되려면, 결국에는 국민 다수에게 인지되는 아주 확실한 비수도권 (특히 광역도시권) 일자리 진흥정책이 동반되어야 될 것 같다. 수도권 집 사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밀려나는' 게 아니라, 그냥 좋은 회사들이 거기 있으니까, 좋은 문화가 거기 있으니까 비수도권 광역도시에 거주하는 형태를 만들어야한다. 이건 기분의 문제, 말로 포장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며 실제로 아주 다르다.


욕망이 모이는 구조의 물적 토대가 되는 이러한 국가의 기본적인 판 자체를 과감히 전환하지 않는한, 규제 풀고 조이고 하는 기술적 부동산 정책은 아무리 능수능란하게 잘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게 당연해 보일 정도이다. 서울에 매우 공격적인 공급을 하자는 얘기도 있다. 수요를 만족시킬 공급을 해야 되는것은 당연하나, 공급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고, 막상 공급하고 나면 인구 피라미드에서 이미 박살나서 바꿀수 없게 된 향후 20-30년에 해당하는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된다. 결국 시계열적으로 봐야 하고, 이런 부분은 이민정책의 변화를 통한 국가의 새판짜기와도 병행되면 좋을 것이다.

물론 수도권에서도 직업때문에 실거주하려는 수요 그 자체를 비현실적 꿈이자 무리한 투자의 원인이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해서 접근해서는 안될것이고.


지방 소멸 해결에 대한 상상력을 은퇴자들이 쉬러 가는 공간, 특별한 사업을 개척하기 위해 가는 공간 정도에 그치지 말고, 생애주기의 허리에서 '아주 많은 수의 평범한 일자리'를 제공할수 있어야 지방이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지방으로 '내려간다'는 해묵은 표현의 배후에 있는 근본적 인식 자체가 전환되어야 한다. 진보적 문제의식이 있다면 이런 논의가 너무 생애주기설계의 표준적, 중산층적 모델만을 상정한 의견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 나라에서 국민 다수가 관심있고 국민들의 의식을 규정하는 표준 성공 모델의 물적 토대를 재개발하는 것을, 과연 중차대한 문제가 아니라고 할수 있을까?

그리고 상업용 부동산 외에 주택에 대해서도 유동성 확대의 효과를 주는 주택연금 등의 제도를 적극 연구해서 개선하고 홍보해봐야 한다. 부동산에 묶인 그 큰 돈이 실제 쓸 수가 없는 형태이니 재투자와 경제 순환은 안되고, 보유자는 보유자대로 심술이 나서 통계에 잡히는 자산보다 실제 삶의 질이 낮다고 호소하고, 그걸 보는 미보유자는 도대체 저게 무슨 기만적인 말인가 싶은데, 이런 갈등을 완화할 방법이 필요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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