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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일 수요일

유아적 엘리트주의를 극복하기: 컨텍스트의 자각으로부터.

 소위 명문고등학교에서 사건이나 논란 같은 게 터지면, 재학생들이 당혹감과 입시 불이익 걱정 탓에 학교를 방어하는 글을 쓰곤 한다. 요새도 그러는지 모르겠으나, 예전에는 학생회가 교사들과의 교감 하에 언론 대응에 나서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글들에서 도리어 입시위주의 고교생활 동안 내면화된 공부 만능주의, 명문고라는 자의식 같은 것이 필터링 없이 외부로 전달되어 비난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말하자면 순진무구함으로 가장된 오만함, 내집단에 대한 애정에 근거한 유아적인 엘리트주의라고 하겠다.
멀쩡히 공부하던 학생들이 사회와 언론의 풍파에 부당하게 휘말린다는 관점이 비록 온전히 거짓은 아닐지 모르나, 덜 휘말리기 위해 위치를 자각하고 발언을 자중하는 것 분위기 역시 분명히 필요하다. 집단의 구성원으로서의 의식뿐 아니라, 외부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태도까지 갖추어야만 그런 시야가 확보된다. 그러나 쉽게 되는 일은 아니다. 나도 만약 내 일이 된다면 잘 할 자신이 없다.
왜 이 얘기를 하냐면, 최근에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어떤 싸움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개인들의 분노가 필터링 없이 공식에 가까운 루트로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것 같아서다.
그리고 만약 그런 분노에서 엘리트주의적인 색깔이 조금이라도 느껴진다면, 정책토론이 아니라 집단을 둘러싼 여론전으로 상황이 금세 전환될 명분이 제공되어 버린다. 이미 형성되어 있는 일각의 엘리트주의는 단기간에 바뀌는 것이 아니므로 그것이 표출되지 않도록 메시지 관리를 잘 해야 하고, 공적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있다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에 구성원들이 동참하고 외부에도 설득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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