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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11일 금요일

경험과 증언을 존중하기: 권익의 보편화를 향해

추미애 장관 아들 휴가 논란을 보면서, 나도 미필이어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정말 이해 안 가는 게 있다.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옹호하는 과정에서, 대체 왜 자기가 겪은 군대가 모두와 같을 거라고 단정짓는 것인가? 상식적으로 본인이 권익 보장받았었다고 해서 남들도 똑같이 그랬겠는가? 군대라는 환경에서?
어떤 사람들은 군병원에서 진료 안받고 민간병원에서 받겠다고 병사 마음대로 정할수 있는 것이나, 휴가 미복귀 상태에서 전화로 연장하는 것 자체가 (당연히 되어야할 일이지만) 본인은 생각하기조차 힘든 일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말들이 신빙성도 꽤 있어 보인다. 아픈데 민간병원으로 안 보내 주고 군 병원에서 시간 지체하거나 진단을 제대로 못 해서 병 크게 키운 것을, 인터넷 썰이나 뉴스 기사 등을 통해 예전부터 아주 많이 보아 왔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설령 본인은 안 그랬더라도 '아 그런 어려움이 있구나... 경우에 따라 그럴 수 있겠구나'하는게 상식적일 것이다. 그런데 본인은 안 그랬고 얼마든지 편하게 외진 결정할 수 있었다면서, 저런 증언들을 거짓말 취급하는건 진짜 이해가 안 간다.
특권이나 빽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단정짓진 않겠다. 오히려 본인이 이리저리 알아보는 수완이 좋고 인간적으로 싹싹했거나, 간부들이 좋은 사람들이어서 그랬을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남들이 문제를 겪었다는 걸 저런식으로 무시하는건 참기 어렵다.

권익을 보편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보장받은 경험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사례들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람들이 위와 같은 태도로 일관한다면 이 논란의 결말은 권익의 보편적 보장이 아닌, 다같이 더 나빠지는 길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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