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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30일 일요일

시공의 폭풍 : 서사성의 붕괴와 탈맥락적 조합

<현대 대중문화와 디지털 매체>
- 시공의 폭풍 : 서사성의 붕괴와 탈맥락적 조합 -

이미지: 밤

  현대 대중문화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문화를 구성하는 고전적인 요소들이 그 본래의 맥락과는 거의 무관하게 등장하여 서로 자유롭게 조합된다는 것이다. 수천 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형성되어 온 고전적인 문화 요소들이 RPG 게임 제작자들에 의해 새롭게 창조된 세계관 속에서 아무런 제한 없이 동시에 조합되어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의 근간에서는 디지털 매체의 발달이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의 물리적 세계에서는 각각의 대상이 질적으로 차이를 갖는다. 예컨대 음악 작품은 파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조각 작품은 입자로 구성되어 있고, 이 둘은 상호간에 변환될 수 없다. 반면, 그러한 대상들이 디지털로의 변환을 거쳐 컴퓨터와 같은 디지털 매체에 편입되면서 구현된 가상적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0과 1의 비트로 환원되어 일원화되며, 모든 대상들의 질적인 차이가 지워지고, 비트라는 동일한 물리적 근간을 가진 채 저장되어 있게 된다.

  우리는 매우 간단히 mp3 파일을 jpg 파일로 변환해 버릴 수 있다. 비록 그 결과물에서 인간에게 유의미한 -즉 실제 세계의 대상을 지시하는- 시각적 정보는 없을지라도 말이다. 이것은 두 파일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가 0과 1의 비트로 완전히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파일 확장자를 바꾸는 행위는, 나열된 비트들이 우리에게 의미로 다가올 수 있게 하는 장치(연결 프로그램)들을 기만함으로써 디지털 세계가 물리적 대상들과 다르다는 것을 폭로하고, 디지털 세계가 기반을 두고 있는 컴퓨터라는 물리적 대상을 상기하고자 하는 한 고전적 인간의 선언으로 읽혀질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유령과 같은 디지털 세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에 빠르게 익숙해져 물리적 현실과의 구분 없이 디지털 세계를 수용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애초부터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던 것은 이 세계 자체가 아니었으며, 세계의 요소들이 우리의 두뇌 속에서 조합되면서 발생하는 ‘의미’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창조해 온 소설, 회화, 애니메이션 등의 수많은 의사소통 형식에서 이는 이미 확인되어 온 점이다. 인간은 의미를 소비하는 생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매체 속의 가상을 실제 세계와 본질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소비할 수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어떤 대상이 미디어를 통해 무한대로 복제되어 전파됨에 따라 원본에 종속되어 있던 복제물들은 원본과 분리되며, 그 수가 엄청나게 많아져 세상을 채우게 되고(explosion), 복제물들 간의 질적인 차이 역시 지워진다(implosion). 그리고 그 복제물들은 확고한 물리적 기반을 가진 원본들보다도 오히려 더 선명하게 우리에게 다가오게 된다. 이러한 복제물들을 보드리야르는 시뮬라크르(Simulacre)라고 부른다. 이 시뮬라크르들은 비록 복제물이지만, 실재하는 원본보다도 더욱 선명한 초실재(Hyperreality)이다. 이것은 현대성의 본질과도 통해 있는 면이 있다. 현대성은 모든 양식을 흡수하고, 그로 인해 성장함으로써 그 양식들을 확산시켜 주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현대성의 본질이 경제에서는 자본주의로, 문화에서는 매체로 그 일면을 드러내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디지털 매체를 읽어내는 작업에서, 위와 같은 보드리야르의 논의가 적극적으로 도입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세계에 대한 환원주의적 이해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기술 수준도 상승하면서, 우리는 세계를 매우 작은 기본 요소들로 환원하여 이해한 뒤 그들을 재조합함으로써 현실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미디어 이론가 Vilem Flusser는 디지털 매체가 매우 발달한 지금과 같은 시대에 가상과 실재는 명확하게 나누어져 있는 것이 아니며, 단지 '비트의 밀도' 차이일 뿐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3d 프린터를 보면 이 분석은 일견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매체는 세계의 단면을 자기 속에 끌어들여 0과 1의 비트로 일원화하는 데에서 시작했지만(implosion), 이제 그 일원화에서 오는 힘을 바탕으로 세계 자체를 새롭게 쌓아올릴 수 있게 되었다(explosion). 건축 등을 통해 주변 환경을 커스텀해 온 것이 인류 문명의 발전사 그 자체이기는 하지만, 디지털 가상(Digitaler Schein)은 그 어느 때보다 뿌리깊은 수준에서 우리 실제 삶의 양식 자체가 되어 있는 것이다.

  디지털 매체 속에서 0과 1의 비트로 환원된 대상들은 그 복제물의 생성을 매우 쉽게, 무한정적으로 허용한다. 그리고 그 복제물들은 원본보다도 더욱 선명하게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와 있다. 따라서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추구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 않은 지 오래다. 이러한 디지털 시대의 인간의 삶에는 가치에 대한 새로운 지침이 요구된다. 엄숙한 세계는 유희적 세계로 전환되며, 실제 세계의 한계 체험이라는 패러다임은 가상 세계에서의 한계 극복 체험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된다.

  중세의 마술성을 극복하고 명료성으로 나아갔던 근대적 세계관 속에서, 세계는 그 기본 요소들을 단위로 하여 잘게 쪼개어져 이해된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의 끝에서, 역설적으로 다시 마술적 세계가 탄생한다. 모든 것이 밑바닥까지 해체된 상태에서 새롭게 구성되어 쌓아올려진 디지털 세계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무한히 성장하는 것이다. 근대 과학이 엄숙하고 무한한 중세적 마술성을 포기하고 인간의 한계, 우주의 한계를 탐구하였던 것은, 사실 더욱 더 풍부하고 선명한, 새로운 시대의 마술성을 향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디지털 매체 속에서는 문화 요소들의 신화적 아우라가 붕괴하고 역사성, 서사성이 약해진다. 물리적 실체에 근간을 둔 오리지널리티를 향한 추구는 구시대의 것이 된다. 오로지 이미지만이 남아서 마음껏 자유롭게 조합된다. 이러한 디지털 세계의 특성을 단적으로 드러내어 주는 매체는 다름아닌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게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작중 배경인 ‘시공의 폭풍’에서는 기존 블리자드 게임에서의 모든 등장 인물들이 그들의 원래 세계관과 무관하게 마구 등장한다. 시공과 차원을 초월해 세계와 세계가 부딪히는 ‘시공의 폭풍’이란, 사실 단적으로 드러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세계관 그 자체에 대한 상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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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8일 금요일

본부점거파티 및 본부스탁 취소 유감

  오늘 예정되어 있었던 본부점거파티와 28일, 29일에 예정되어 있었던 본부스탁이 연기 및 취소되었다. 기획 측에서 짧은 시간이라는 조건 하에서 많은 노력을 들여 가며 기획하셨을 것이고, 참가를 위해 많은 분들이 계획하고 연습하셨을 텐데 안타깝다.

  학생사회의 행동들에 대한, 또한 페미니즘에 대한 스누라이프 등의 이상하리만치 강한 반감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것을 넘어 개탄스러운 입장이다. 그러나 본부점거파티와 본부스탁의 취소가 오로지 그들의 그런 반감 때문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행사 자체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서 시국까지 이렇게 되다 보니, 주최측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참가자 분들의 의견도 수렴하면서 정말 어려운 결정 하신 것으로 생각한다.

  학생사회의 의제 집중 필요성, 그리고 학외 여론 등을 고려하여 본부점거파티와 본부스탁은 하지 않게 되었지만, 시흥캠퍼스 문제와 관련하여 이들 활동들이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은 그 동력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폄하와 억측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며, 문제의식, 기획, 그리고 연기 및 취소에 이르는 여러 가지 결정들에 대한 존중이 필요할 것이다. 누구를 탓하기보다는, 취소까지 이르게 된 여러가지 상황이 안타깝다.

  안팎으로 너무나 정신없이 흘러가는 며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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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facebook post https://www.facebook.com/yongjae.oh/posts/1141562712602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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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의 전개

201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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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초월

1. 최순실 PC에 청와대 자료
이른바 청와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 사무실 PC에서 청와대 관련 자료가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특히 수정 논란이 제기된 대통령 연설문 40여 개를 대통령이 연설하기에 앞서 받아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 작성자 아이디는 '핵심 참모'
최순실 씨는 연설문 뿐만 아니라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국무회의 등의 자료도 회의 이전에 받아봤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 문서의 작성자 아이디를 확인한 결과 대통령 핵심 참모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미지: 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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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d on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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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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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틀 만에 더욱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이 드러나는데......
최순실씨는 자녀의 입시 관련 정보를 청와대를 통해 받는 등 역사상 최고 수준의 온갖 개인적 특혜를 받음에 더하여, 대선 및 당선 후 국정 운영의 전 영역에 걸친 매우 민감한 자료들을 꾸준히 받아 보았다고 한다(김종인 등 대선에 기여한 자들에 대한 평가, 일본 외교관들 만나서 박근혜당선자가 할 말을 정리한 문서 등등). 오늘 JTBC 뉴스룸에 보도된 대로 국정운영 전반에 그런 식으로 개입하는 최순실씨에게 청와대 행정관들까지 쩔쩔매고 그랬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비정상국가. 나로서는 상상조차 잘 되지 않으며, 전혀 현실감이 들지 않고 막장드라마 소재고갈되면서 망해가는 걸 보는 느낌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등 일각에서는 사이비 종교 교주로 활동했던 고 최태민 씨의 배경을 보았을 때, 박근혜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영향 하에 있어 온 것에는 무속적, 종교적 동기가 끊임없이 개입되어 온 것은 아닌지 의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앞으로 진실이 드러남에 따라 이 지점에도 초점을 맞추어 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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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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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주의가 가장 잘 지켜져야 할 권력 핵심부에서 정작 법치주의가 정말 허무하게 붕괴되어 있고 생판 뜬금없는 사람이 관여하고 있었다는 게 알려지다 보니 국민 입장에서 심리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선을 넘은 것 같다. 참담하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할 것이다. 그동안 법에 따라 정해진 기관들에 의해 돌아가는 권력시스템 자체를 전제하고, 그 아래에서 정치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래 온 건데 그 시스템 자체를 초월하면서 자기 맘대로 할수 있는 존재가 권력 핵심부에 당당하게 있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밀려오는 이 허망함은 기술적 언어로는 결코 담아낼 수가 없는 성격의 것이다. 법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최순실의 존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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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d on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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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사건 보도를 보며 우리가 해야 할 일

  이런 기사를 읽으면서 해야 할 것은 "일부드립을 치는 페미니스트들 vs 페미니스트들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사람들"의 구도를 설정하여 실제 사회의 구조를 왜곡하고 페미니즘 자체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폭력에 대한 법적 책임을 요구하는 일, 페미니즘을 외치면서도 성폭력을 저질러 온 위선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일,
성폭력은 어디에서든지(심지어 페미니즘을 외치던 사람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음을 알고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성폭력을 더욱 더 경계하는 일,
지난번 웹툰작가 건이나 문학계에서 최근에 많이 폭로되었던 바와 같은, 페미니스트라던 사람이 성폭력을 저지르는 일들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사회학적/심리학적으로 파악하는 일 등이다.

  성폭력을 근절하고 성차별적 요소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에 위선적으로 임해서는 안 되며, 성평등 의식의 체화와 실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사에 소개된 인물이 페미니스트를 자처하여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성폭력 자체가 죄인 것과 더불어, 위선과 언행불일치가 실망스럽다.

  페미니즘 진영에서는 남성이 페미니즘에 주도적 역할로 참여하는 게 가능한지 등에 대해 오랜 논쟁이 있어 온 것으로 안다. 나는 성평등을 위한 논의와 실천에 성별 및 성적 지향에 관계없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권장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러한 사건이 계속될수록 그런 분위기는 형성되기 힘들 것이다. 말로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성평등을 향한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는 신뢰 의식을 일상 속에서의 실천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말로는 페미니즘을 외쳤으나 실제로는 성폭력을 행해 온 것이 밝혀진 최근의 문학계 등에서의 여러 충격적인 사례들에 대해 우리가 접근해야 할 태도는 페미니스트로서 활동하면서 실제로는 정반대의 행동을 보였던 위선자들을 규탄하고 법적/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며, 그런 일들이 왜 생길지, 우리들 스스로에게도 그런 요소가 있지는 않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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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4일 월요일

최순실 게이트의 서막

  최순실 등의 인물이 정권 수뇌부를 등에 업고 저지른 수많은 전횡들이 요즘 그 전모를 드러내고 있다.

  과거 최순실의 전 남편인 정윤회를 중심으로 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이 제기된 바 있으나, 별달리 밝혀진 내용들이 없었던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매우 구체적인 증언들이 트럭 단위로 쏟아져 나오면서 비선실세들의 실체가 꽤나 명확해지고 있다.

  비리 사건은 항상 있어 왔지만 이것은 기존의 다른 비리들과는 격을 달리하는 사건이다. 권력의 핵심부 중의 핵심부에 있는 청와대의 특수성을 일반인들이 등에 업고, 본인들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휘둘렀다. 최순실 일가가 깊이 관련되어 있는 두 재단은 사실상 청와대의 큰 기획 하에 기업들에게서 자금을 갹출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졸속적으로 진행된 자금 출연 과정에 대해 매우 생생하게 구체적으로 기록한 글이 존재한다). 굴지의 대기업에서 수십억 원씩을 출연받아, 고작 3일 만에 졸속으로 심사를 완료받을 만한 주체가 도대체 누구런 말인가? 게다가 미르재단 회의록에 이름이 올라가 있어야 할 사람이 K스포츠재단 회의록에 올라가 있는 등, 정상적인 과정이었다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오류들도 다수 발견된 바 있다.

  또한 최순실의 딸이 재학 중인 이화여대는 최순실이 딸의 성적 등과 관련해서 이대를 방문하여 저지른 갑질 등에도 불구하고, 마치 귀족을 대하는 듯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엄청난 특별 대우를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해 왔음이 드러났다. 대한민국은 계급 국가 가 아닌데, 청와대를 등에 업고 특수 계급처럼 특혜를 받아 온 것이다. 극단적인 불공정성이다. 계속되고 있던 이화여대 학생들의 시위에 교수협의회까지 함께하여 마침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이화여대 총장은 사퇴하였다. 앞으로 사태의 전모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다면 단순 사퇴 이상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어버이연합 게이트에서처럼 청와대의 권한이 반대파를 향한 억압 등을 위해 '정치적'으로 남용된 것만 해도 충격적인 것이었는데(그리고 결국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는 개인이 정권 수뇌부와 가까이 지내면서 엄청난 사적 이득을 취한 것이 밝혀진 것으로써, 충격적인 것을 넘어서 기이하고 기괴하다. 말 그대로 국정농단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태민(최순실의 부친) 일가와 수십 년 간 가까이 지냈고, 그 과정에서 재단 등을 운영하면서 최태민 일가가 엄청난 금전적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이것에 대해서는 이미 8~90년대 당시부터 수많은 증언이 확보되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형제자매조차 이것을 심각하게 우려하여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따라서, 최순실의 각종 전횡에서 빚어진 논란에 대해 최종적으로 책임지고 해명하여야 할 사람은 다름아닌 박근혜 대통령이다. 단순히 지도자로서의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게 아니라, 최순실의 국정농단 자체에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는 인물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정작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의혹 제기에 대해서, "의혹이 확산되고 도를 지나치게 인신공격성 논란이 계속 이어진다면 한류 문화 확산과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적반하장 식의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도 "의혹을 잠재워 줘야지 계속 증폭시키면 국민에 게 손해가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한다. 이런 걸 두고 아무말 대잔치라고 하는 것 같다.

  이 정도의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드러났으니, 대한민국은 역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로서의 이 사건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각종 증언들로부터 사실관계가 확실하게 재구성되어 언론과 시민사회에 의해 기억되어야 하고, 둘째, 검찰과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충분히 정확하게 조사하고, 공식적인 판단을 해서 정리를 해 주어야 한다. 셋째,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들은 확실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은 공식적인 대통령기록물 등으로 남을 성격의 것이 아닌 만큼, 타이밍을 놓치면 그렇게 명확하게 짚고 넘어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난 너무 걱정된다. 이번 정권 하에서 이 게이트에 대한 수사가 잘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러면 정권 교체 직후에라도 즉시 이러한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음모론에나 등장할 것 같은 이러한 일들이 일어났다는 게 너무나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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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13일 목요일

시흥캠퍼스 본부점거를 보며

  시흥캠퍼스 추진은 다방면에서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말과 달리 본부가 갑작스럽게 실시협약을 체결하는 등의 기만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흥캠퍼스 사안은 학생사회에서 긴급하게 다루어졌다. 10월 10일 학생총회는 의결권자의 1/10을 수백 명 상회한 수가 출석함으로써 성사되었고, 그 자리에서 현재와 같은 시흥캠퍼스 추진에 대한 전면 반대와 본부 점거가 의결되어 현재 많은 학우들이 밤을 새어 가며 본부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학대위(시흥캠퍼스 전면 철회를 위한 학생대책위원회)를 기초로 중앙총회기획단이 구성되어 시흥캠퍼스 관련 업무가 총학생회로부터 상당수 위임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립성 문제를 제기한다. 시흥캠퍼스 사안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최종적으로 수렴하는 최대 의결기구인 학생총회를 기획하는 주체가 시흥캠퍼스 전면 철회라는 특정 주장을 해 오던 단체라면, 그 주장에 대해 반대하던 학우들의 목소리가 학생총회에 반영되기에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9월 22일 공과대학 학생 대표자 회의에서 이러한 문제를 제기했고, 총학생회 측에서 이를 수용하여 홍보 문구를 보다 중립적으로 수정하는 등의 변화를 보인 바 있다. 그 이후에도 주변의 학우들으로부터 중립성 문제와 관련된 의견을 수 건 이상 접할 수 있었다. 조심스럽지만 이러한 의견들에도 공감한다. 학대위를 기초로 구성된 중앙총회기획단에 업무가 위임된 것에 대해 학우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부재하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불필요한 학내 갈등이 증폭되어 비판자들에게 조소를 사거나, 행동의 정당성에 대해 나중에라도 의문이 제기되는 일을 막기 위하여, 추후에 있을 학내의 또다른 중대한 사항의 의결에 있어서는 이러한 문제제기를 반드시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중립성에 대한 각종 우려에도 불구하고 학생총회에서는 시흥캠퍼스 찬성 의견 역시 제시되었고, 매우 당연하게도 그러한 찬성 의견들 역시 직접민주주의 현장에서의 당당한 의견의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학생총회에서의 직접민주주의적 의결 절차는 원활하게 진행되었고, 학우들은 현재와 같은 시흥캠퍼스 계획의 전면 철회 요구라는 총의를 의결하고, 이것을 본부에 요구하기 위한 본부점거라는 수단을 의결하여 추위와 각종 불편, 징계 위험 등에도 불구하고 수행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점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응원한다. 시흥캠퍼스 문제에 학생들의 목소리가 단순 형식상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보장받기 위한 학우들의 행동을 지지하며, 실제로 본부가 그것을 보장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산출하고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침에는 초콜릿 봉지라도 사 들고 본부에서 밤을 샌 학우들을 방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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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11일 화요일

시흥캠퍼스 관련 학생총회 성사

학내 최대 의결기구이자 직접민주주의의 장인 학생총회가 정족수를 수백 명 초과하여 성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석하지 못한 사람 입장에서 총회를 성사시킨 서울대학교 구성원들에게 존경과 박수를 보내며, 총회의 의결사항을 바탕으로 시흥캠퍼스 계획에 학생들의 목소리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전환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미지: 사람 1명 이상, 사람들, 농구장 실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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