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은 주제인 MOF(금속-유기 골격체)에 대해 뒤늦게 조금 접할 기회가 있었다.
MOF는 1g 안에 축구장 몇개 넓이의 표면적이 있는 새로운 종류의 물질군이라고 한다. 프랙탈을 소개할 때 유명한 '해안선'의 예시에서 보듯이 표면적이라는 것도 측정하기 나름이지만, 아마 분자~고분자 크기 입자들이 얼마나 달라붙을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말하자면 유효 반응 단면적(?) 같은 것을 기준으로 한 게 아닐까 싶다.
근본적으로 다학제적이며 그 경계도 조금 모호한 나노과학이라는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격언을 꼽자면 아마도 리처드 파인만의 "There is plenty of room at the bottom", 즉 "바닥에는 아직 충분한 공간이 있다"일 것이다.
내가 영어 native 화자가 아니어서 정확하진 않으나, 여기서 room이 말하는 바는 아마도 '공학적 엔지니어링을 할 여지와 기회의 크기'인 것 같다. 그런데 만약 room을 그게 아니라 literally 물리적 공간의 크기로 생각한다면, 마치 도라에몽 주머니와도 같은 MOF가 바로 위 격언에 매우 잘 어울리는 예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나노테크에 해당한다고 간주되는 여러 분야 및 대상들을 가장 넓게 묶어주는 특징은, 바로 전기적, 기계적, 재료적 성질 중에 둘 이상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것 아닐까 한다. 물론 이는 나 혼자서 생각해 본 것이라서 부정확하거나 예외가 있을수 있다.
내가 한때 관심 가졌던 과학기술학적 문제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라는 것울 과연 '분야'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어떤 강령 하에 전개된 운동(movement)에 가깝게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였다. 나노테크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명백히 movement에 가까워 보이는 사이버네틱스에 비해 나노테크는 훨씬 더 '분야'에 가까운 듯하지만, 파인만의 유명한 격언과 몇 가지 계산들에 의해 주목받고, 에릭 드렉슬러가 큰 그림을 제시한 저술 《창조의 엔진》이 대중적으로도 히트를 치고 관료들에게도 어필되면서 미국 과학정책에 의해 드라이브가 걸린 일련의 구체적 과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내용적인 면에서 실제 나노테크의 실현은 드렉슬러가 제시한 경로대로 일어나지는 않았다는, 혹은 드렉슬러의 구상이 애초에 원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했다는 지적도 본 바 있다. 과학사적/과학사회학적으로도 살펴보기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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