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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31일 수요일

2025년 한 해 결산

2025년 한 해 결산

<학업>

* 출판
- 2024년 7월부터 진행한 연구 1편 출판 (능동물질)
: Communications Physics 8, 288 (2025)

- 2023년 6월부터 논문 2편 준비 중 (정보이론 및 열역학)

* 학회참석 및 발표
- 2025 04: 한국물리학회 봄학술대회 (대전) 포스터발표
- 2025 06: FT Workshop (양평) 초청발표

- 2025 07
> STATPHYS29 (이탈리아 피렌체) 포스터발표
> Bocconi Univ (이탈리아 밀라노) Satellite 참석
: Learning and Optimization in High Dimensions
> NORDITA (스웨덴 스톡홀름) 포스터발표
: Fluctuations in Self-interacting and Learning Processes
- 2025 08: 고등과학원 계산과학 및 인공지능 Lecture Series 참석
- 2025 08: 통계물리분과 23회 통계물리워크샵 구두발표
- 2025 10: EAJSSP 2025 (서울 고등과학원) 포스터발표
- 2025 10: 한국물리학회 가을학술대회 (광주) 구두발표
- 2025 11: 9th QIT (제주) 참석
- 기타 정기 NEST meeting (고등과학원) 및 월례회 (분과)

* 지원사업수혜
- 한국연구재단 박사과정생연구장려금 1년형
: 비평형계에서 확률적 정보 흐름의 정량화 및 그 활용

* 수업조교: 2025-2 열과 통계물리


<투자>

* 투자자산 (KRW기준)
- 전체 수익률(총 투자자산/총투입액): 67.6%
- 1년 시간가중수익률(TWR): 약 43%

* 총자산 (KRW기준)
- 증가율(1년): 30.1%
- 투자수익 기여분(전체): 24.9%


<기타 활동>

* 전공설계지원센터 다전공 수기 공모전 입선
수기제목: <적성을 재조정하는 다전공, 지식 베이스캠프로서의 다전공>
eBook 출판 (ISBN: 9791198174710)

* 딥러닝 동아리 Deepest Season 17, 18 활동
- 발표주제
S17: Diffusion Schrödinger Bridge
S18: Flat minima, replica theory and mode connectivity
- 프로젝트 진행
S17: Deep neural representation geometry
S18: Operation of representations in large models

* ARKO 다원예술창작지원사업 <그늘 속 알고리즘> 참여
- <비전이 공간이 될 때: 그 두번째 이야기> 세미나 발표
- 한동석 작가 개인전 Ghost Frame (선유도 Hall1)
협업연구 참여: <예측되는 가상: 영상 예측 자기회귀 실습>
도록 작성: <기계적 지각의 틈새를 걷기, 데이터의 환영을 목격하기>

* 공연 (미숫가루 비강흡입 @skiing_corncaine)
- 01/25 CLUB 001 (with 샌드페블즈, 가톨릭관동대 밴드부)
- 01/26 딥퍼플 (with Warped Savior, 사바하, 지렁이 마조히즘, Marine black noodle, 곱창)
- 02/09 CLUB A.O.R (with 지렁이 마조히즘)
- 08/10 CLUB VICTIM (with Dear Demon, Liberalia, 서울스핏)
- 08/17 그림라이브하우스 (with 발렌티즈, 곱창, 뱀파이어호텔, 지렁이 마조히즘)

* PT: 연초에 받다가 헬스장 옮겨서 연말에 다시 시작

* 언클린 보컬 레슨: 한두 달 정도 받았고, 내년부터는 지인이 하는 레슨팀으로 옮겨서 배울예정



<문화생활>

* 독서모임

-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 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는가 (로레인 대스턴)
-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 언어가 삶이 될 때 (김미소)
- 판타 레이 (민태기)
-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 (민태기)
- 서사의 위기(한병철)
- 북한 과학환상문학과 유토피아 (서동수)
- 채식주의자 (한강)


* 공연 관람

- 03/15 내귀에도청장치
- 03/22 Abysmal lord, Caveman cult 내한 (폐허, 세균전, 피컨데이션 게스트)
- 04/06 LuciDream
- 08/15 Walpurgisnacht (Starrywave, 렘넌츠, madmans esprit)
- 11/08 Vektor 내한 (디아블로, 두억시니, 메서드 게스트)
- 12/07 SNUGO 부천아트센터 공연 (베토벤 교향곡 9번)


* 프로레슬링 (PWS Korea)

- 11/29 PWS Korea 서울메인쇼
- 12/20 PWS Korea 서울메인쇼

* 영화

- 플로우
- 모노노케히메 (재개봉)
- 나우 유 씨 미 3
- 주토피아 2


<내년 모토>

: 졸업에 집중, 진로 탐색, 일상의 단순화, 생활비 절약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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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7일 수요일

단월드 사이비 세력의 뇌과학분야 침투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승헌의 사이비 세력인 단월드가 뇌과학 분야에 지속적으로 침투해 온 심각한 문제를 다룬 좋은 글을 오랜만에 보았다 (아래 하재영 연구원님 글). 최근에 대통령 발언으로 인해 환단고기가 논란이 되면서, 유사역사학과 뇌과학 양쪽에 발을 뻗고 있는 사이비단체 단월드에 대해 지적해주신 듯하다.



물론 '뇌과학' 자체는 단월드의 브랜드라기보다는 뇌에 대한 과학 연구를 일컫는 일반적인 용어이기는 하다 (설마 국내에서 이 단어의 정립 자체에도 단월드의 영향이 있었을까? 거기까진 아니라고 믿고 싶다). 공유한 글의 글쓴이께서 오랫동안 단월드 사이비 세력의 핵심컨텐츠 역할을 하는 "뇌교육"을 "뇌 과학"으로 단순히 잘못 표기한 것일지, 아니면 단월드 사이비 세력이 제도권 뇌 관련 학계까지 침투해서 오랫동안 오염시켜 온 정황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쓰신 것일지는 잘 모르겠다.


단월드 사이비 세력이 실제 뇌 관련 학계에 침투한 정황은 매우 전방위적이지만 내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것만 해도 다음과 같다.

(1) 이름도 거창한 '한국뇌과학연구원'을 설립하여 운영함 (참고로 제대로 된 국가차원의 뇌과학 연구소는 '한국뇌연구원'임)

(2) 실제 제도권의 뇌 관련 유명 원로 과학자들(신희섭 교수, 조장희 박사 등)에게도 접촉해서 같이 책을 쓰거나 행사를 개최함

(3) 내가 알기로 일단은 제대로 된 뇌과학 내용을 다루는 대회인 '한국 뇌 캠프'(구 한국 뇌과학 올림피아드)를 서울대, 고려대 등과 함께 주최/주관하기도 함

이처럼 단월드는 '뇌교육'이라는 자신들만의 컨텐츠 안에서만 노는 것을 넘어, 어느새 위 예시들처럼 실제 뇌과학계와 접점을 만들고 후원을 하는 식으로 그 경계를 흐리고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예전에 놀림받던, 눈 감고 색깔 맞히기 등 뇌교육 마술의 차원을 넘어선 지 한참 되었다. 뇌과학 학계에서는 이를 제때에 막지 못했고 오히려 꽤 많은 유명 원로들이 일회적이든 지속적이든 이들 세력과 협력하기도 했다. 슬픈 일이다.

일단 과학에 관심 있는 중고교생들이 참여하는 행사인 한국 뇌 캠프에서 단월드와 뇌교육을 반드시 퇴출시켜아 한다. 한국인지과학회 및 각 대학의 주최 측도 뇌교육 이름이 붙은 단월드 쪽 주관기관이 이상한 곳임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모종의 이유로 유지되고 있는 듯해서,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되기는 한다. Facebook에서 이 글 보기: 링크

2025년 12월 16일 화요일

이북5도위원회 논란: 방만한 운영과 영토주권 문제를 분리해서 다루어야 한다

이북5도위원회의 개편 혹은 기능 이관에는 동의하나, 이북지역을 관할하는 지방행정기구 자체의 폐지에는 반대한다. 실질에 형식을 맞추어야 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실질과 괴리가 있어 보이더라도 명목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도 있고, 헌법상 영토 규정, 통일 지향 규정 등이 바로 그러한 예라고 생각한다.

헌법상의 영토 규정에 근거를 두고 설치된 이북5도위원회와 같은 제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지의 여부가,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이 북한에 대해 꾸준히 표명하는 입장을 국제사회에 보여준다. 이는 향후 대북관계 및 외교상의 실익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조직이 비대하고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방만하게 집행된다는 이유로 축소 및 기능 조정을 주장하는 것, 혹은 그런 이유로 폐지 내지는 통일부로의 기능 이관을 주장하는 것에는 동의하는 편이다. 사실 나라살림연구소가 이번에 의제를 띄우기 전에는 이북5도위원회가 이렇게 본격적인(?) 조직인지까지는 몰랐고 그냥 도지사 정도만 임명되어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남북이 이미 사실상 두 정부 내지는 두 국가여서 이북5도위원회의 설치가 남북관계의 실질과 괴리가 있다는 이유로 폐지를 추진하는 것이라면, 그런 이유의 섣부른 폐지론은 그 본의에 비해서 상당히 큰 시그널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재정적인 이유로 이북5도위원회를 개편한다면, 그것이 혹시 대한민국의 명목상 영토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을 변경하는 것으로 비추어지지 않도록 관련 공직자들이 발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국제무대에 대한 엄중한 고려가 비교적 덜한 한국 정치인들의 돌출적인 발언에 한국인들은 그러려니 하는데도 정작 외신에서 주목해서 본의에 비해 크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토 주권에 대한 입장 자체를 실제로 변경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단순히 재정 효율성 문제를 넘어서 국가의 기틀(?)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전국민적 논의가 필요한, 생각보다 아주 큰 사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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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4일 일요일

대통령 발언으로 공적 무대에 올라와 버린 유사역사학

하필 이재명 대통령이 "환빠" 질문을 한 상대방이 그 뉴라이트 행보에 논란이 있는 박지향 교수라서 논의가 꼬인 점이 있다. 야당 정치인들까지 이재명 비판에 가세하니 정부여당 측 지지자들은 진영논리의 영향을 받았는지 이재명 대통령 발언을 무리하게 옹호하고, 심지어 식민사관 타도와 민족사학 회복이라는 이름으로 유사역사학 자체에 힘을 실어주려는 듯한 흐름까지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 발언의 진의에 논란이 있으나, 일단 말 그대로 읽는다면 유사역사학을 주류 사학과 동등한 링 위에 올려 주는 발언인 것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과거에도 이덕일의 책을 읽었다고 올리기도 하고 '식민사관'도 종종 언급하는 등 유사역사학에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물론 정말로 중립적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경청하려고 물어본 것일 수도 있고, 그러면 조금은 더 낫지만, 사실 유사역사학과 역사학 사이에서 중립적 태도를 취하는 것 자체가 유사역사학에 우호적인 것이므로 긍정적으로 평가되기 어렵다.

그 근거로, 유사역사학에 친화적인 인터넷매체들은 이재명 대통령 발언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 논평을 하면서 아래와 같이 굉장히 기대감 섞인 글들을 게재했다. 트래픽을 늘려 줄 것 같아서 클릭하지는 않고 검색창에서만 봤다.

"이재명 대통령이 환단고기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그리고 그 놀라움은 곧 기대가 된다. 이제는 '환빠'라는 조롱의 언어가 아니라, 공정한 검증과 ..." (환단고기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대통령 - 한문화타임즈)
"이재명 대통령의 입에서 '환단고기'와 '환빠'라는 단어가 직접 거론된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역대 그 어떤 대통령도 공식 ..." (사상 최초로 '환단고기'를 언급한 대통령, 역사 광복의 서막인가 - 한문화타임즈)
참으로 아찔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렇게 장차관, 고위공직자, 일반 시민 등이 함께하는 간담회를 자주 연출하는 편인데, 여태껏 그 상황들에서 대체로는 디테일한 상황 파악을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런 행사들에서 종종 굳이 안해도 될 다소 가벼운 농담이나 튀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이 보이기도 하는데, 본인 스타일인 것 같지만 그것들 중 일부는 논란을 자초하기도 한다. 최근 1-2주 사이에 그런 게 유독 크게 보도되어 이런저런 논쟁을 낳은 경우가 많이 보이는데 (북한 억류자 처음 들어본다, 언어순화 등), 이번 일도 그 중 하나라고 보아야겠다.

이덕일 류의 유사역사학은 단순히 그들만의 장사를 넘어, 중앙 정계에 있는 정치인들과 그 지지세력에게 상당히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학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기 위해 남용되는 '식민사학', '강단사학'이라는 단어가 그들 주변에서는 이미 너무나 당연하게 자리잡아 있을 정도이다. 주류 사학계에서 유사역사학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오래 노력해온 분들의 목소리가 효과적으로 정치계에도 전달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이들의 영향은 중앙 정계뿐 아니라 미시적, 지역사적인 부분에서도 상당히 마음 아픈 형태로 일어난다. 소외 의식과 민족 의식을 자극해서 주류 사학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게 하고, 이것이 실제 역사학적 작업을 왜곡하거나 좌초시키는 데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전라도 천년사>, <김해시사> 출간을 둘러싼 사건들도 그 예시이다. 이는 조롱하고 비난한다고 해서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고 아주 세밀한 실천적 이성을 필요로 하는 논쟁인 것 같아서 꼭 팔로업하고 싶은데, 지난번에도 이에 대해 공부해 보겠다고 페북에 썼지만 아직은 문헌들만 찾아봐 둔 상태다.

이들뿐 아니라 맨 아래 공유한 글(기경량 교수님) 말미의 추천서적도, 누가 유사역사학 얘기를 하면 나도 몇 마디 얹을 수 있도록 한번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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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7일 일요일

PWS Korea 메인쇼 관람 후기 - 흥미로운 대안적 엔터테인먼트 판의 등장을 목격하며

지난 주말에는 지인과 함께 한국 프로레슬링 단체 PWS Korea (Pro Wrestling Society Korea)의 메인쇼를 보러 갔다 (11/29 중구구민회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지금 한국 프로레슬링은 중흥기라고 할 만큼 상당한 인기를 누리며 성공적인 종합 엔터테인먼트화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흥미롭게도 최근 1-2년 사이에 유튜브 채널 '급식왕'과의 콜라보를 통해 급격히 유입된 어린이 팬들이 있다. 나는 프로레슬링에 대해 학창시절에도 관심이 없었던지라 직접 보러 가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나, 요즘 이처럼 인기를 얻게 된 독특한 과정에 대해 이미 어느정도 알고 있는 바가 있었어서 소개해본다.



유튜브 급식왕/급식걸즈 채널은 현재 코미디언 출신 박병규가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용 유튜브 채널인데, 처음에는 '~하는 유형' 등 단편적인 영상 위주로 인기를 끌었으나 점점 규모가 커지고, 꽤나 본격적이고 일관적인 등장인물별 캐릭터성(기믹)과 스토리라인을 갖추며 드라마화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주로 학교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여러 유쾌한 사건사고를 다루는데, 그때그때 인기있는 유행어, 놀이, 장난감 등도 반영한다. 나는 어쩔티비 유행 때 침착맨이 한번 언급해서 우연히 유입되어 지금까지 보고 있다.

개콘이나 SNL 등 개그프로나 기타 TV프로그램을 많이 봤던 우리 세대라면 익숙한 배우들도 많이 나오고 (코미디언들 외에는 대표적으로 크레용팝 초아가 아이돌 연습생 역할로 거의 4년정도 출연을 했었다), 극중 대사나 설정들에 어린이들은 잘 모를 깨알 옛날 소재들도 많이 사용되어서 상당히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기성 유튜브에서의 유행도 그때그때 창의적으로 반영하는데, 예를들어 피식대학의 B대면데이트에 킹받는 재벌집 자식으로 출연한 이호창(코미디언 이창호)이 똑같은 캐릭터성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촬영은 아주 잘 갖춰진 스튜디오라기보다는 급식왕 채널이 사용하는 사무실(학원 강의실처럼 생겼다)이랑 그 주변 골목길 같은 데서 하거나, 필요하면 그린스크린 등을 이용해서 연출하는데 코미디언들 출신이 많아서 그런지 상당히 연출의 센스가 뛰어나고 연기도 퀄리티가 높다. 나는 애초에 유튜브를 볼 때 머리아픈 지식/시사 컨텐츠보다는 깨알 재미가 있는 유치한 컨텐츠나 추억팔이 컨텐츠를 좋아하는지라 내 취향에 쏙 맞았던 것 같다. 아이들이 어떤걸 좋아하는지 알아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급식왕은 단지 유튜브 영상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설정을 바탕으로 굿즈도 판매하고, 심지어 음원도 내고 그걸 바탕으로 개그 뮤지컬도 여러차례 하는 등 컨텐츠적으로나 비즈니스적으로나 상당히 수완이 있어보여서 인상깊게 시청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기 출연하던 멤버들도 다른 고정 일자리가 생기면 빠지는 경우도 잦은 편이었다. 특히 2023년 말 개그콘서트가 부활하면서 출연자들이 많이 빠지는 징후가 보였는데, 이때쯤에 프로레슬링 단체 PWS와 콜라보를 시작해서 채널에 새로운 성장의 계기를 도입한 모양이다 (나무위키를 보니 급식왕의 박병규님이 발가락쌤 의상을 입은 채로 관람하러 갔다가 PWS의 수장 격인 레슬러 시호가 알아봐서 콜라보 논의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 콜라보는 급식왕 채널뿐 아니라 프로레슬링 쪽에게도 대단히 성공적이어서, 이제 급식왕과의 콜라보는 몇몇 특별한 행사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아예 프로레슬링 메인쇼에서 급식왕 배우들이 진행과 안내를 맡고 레슬러들 사이에서 마이크도 전달해주며, 스토리상으로도 PWS의 단장을 발가락쌤(박병규)이 맡는 서사 빌드업이 있는 등 상당히 밀접하게 결합되어 진행된다. 그리고 급식왕 채널의 컨텐츠에도 PWS 레슬러들이 링에서와 같은 기믹을 가지고 배우로 거의 매번 출연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급식왕과 PWS 모두 실제와 가상이 다소 뒤섞인, 기믹과 배우의 인기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엔터테인먼트라는 점에서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하겠다.

이번 프로레슬링 메인쇼에 가보니, 초반부는 급식왕 설정들과 함께 유쾌하게 진행을 하다가도, 중반부부터는 점점 서늘하고 하드한 분위기로, WWE나 일본 등 해외 판에서 실제로 뛰던 프로레슬러들도 등장해서 긴장감있는 경기를 연출하는 등, 전 연령대가 각자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라는 느낌이 들었다. 끝나고 굿즈 사면서 싸인받을 수 있는 시간도 있어서, 영상으로만 봤던 배우/레슬러 분들이랑 직접 말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어서 신기했다.



나를 여기에 데려온 지인은 스트리머 케인 방송을 보다가 프로레슬링에 유입되었다고 하고 (케인의 이름 자체가 WWE 레슬러 케인을 따서 지은 이름이기도 하다), 나는 침착맨->급식왕을 통해 유입되었는데, 침착맨과 케인도 친분이 있는 걸 고려하면 하나의 싸이클이 완성되는(?) 느낌이라 재미있기도 했다.
심지어 몇 달 전에는 레슬네이션이라는 한 해의 가장 큰 행사(WWE의 레슬매니아에 해당하는 듯하다)에서 케인이랑 급식왕 대장인 발가락쌤(박병규)의 매치도 있었는데, 링에 실제로 오르는 건 처음인데도 훈련도 많이 하고 진지한 태도로 임해서 박진감있는 경기를 했다고 한다. 이 행사에 유명 스트리머들도 대거 구경을 오고 각자 방송에서 소감도 말하고 해서 프로레슬링의 인지도가 올라가기도 했다. 케인 시청자들은 프로레슬링 팬이었던 케인이 시간이 흘러 한국 프로레슬링 판을 알리는 역할도 맡게 되다니 감격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리고 내 경우에는 팟캐스트 등 시사분야 활동으로 처음 접한 김남훈 님도 프로레슬링계로 다시 복귀하여 이번 쇼에 해설자로 나오셨길래 신기하고 반가운 느낌이 있었다. 나로서는 가히 거대한 세계관 통합이 아닐 수 없다.
오메르타, 오지 블레이즈 단장

별빛나루


픽셀, 디바(급식왕), 예니, 포이즌 로즈



어린이 위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는 PWS 팬들 사이에 호불호가 없지는 않은 것 같고, 또한 프로레슬링 단체가 PWS만 있는 것도 아니지만, 여태껏 다소간에 높은 연령대의 관심사였고 그마저도 해외 매치 시청 위주였던 프로레슬링 분야에 이 정도로 티켓파워가 상당히 나오는 국내단체가 확고히 자리를 잡고, 게다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팬을 해 줄 수 있는 어린이 팬덤까지 확보한 것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이고 놀라워하는 반응인듯하다. 그리고 반대 방향으로, 어른들이 보기에도 깨알 재미가 참 많은 급식왕 채널 역시 프로레슬링을 통해 인지도가 더 확대되는 것 같다.

아무쪼록 뭔가 주류 미디어와 일정정도 거리가 있으면서 규모가 꽤 있는 인디 엔터테인먼트 판 하나가 새로 커다랗게 자리잡은 느낌이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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