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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6일 토요일

한국 정치인들의 우크라전쟁 언급을 보며: 국제정세의 '교훈적' 소비를 유보하라

전현직 법무장관과 대선후보를 포함한 특정 정당 유력 정치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무능한 대통령을 뽑아서 이렇게 된 거라는 말을 해서 논란인 모양이다.


일단은 사태에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진단'의 측면에서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요인을 강조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치자(얘기 나오는 걸 보니까 젤렌스키가 무능하다는 것도 사태의 일부만 보는 진단 같긴 하지만). 그러나 정치인으로서의 '액션'의 측면에서는 무엇을 강조하는지가 곧 자신의 포지션을 정하는일이 됨.


국제문제에 대해 꾸준히 적극 진단해 온 인물들이면 그 맥락을 이해해 볼 수 있겠으나, 평소에 우크라 상황에 딱히 각별한 관심 갖고 있었을 것 같지 않은 정치인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똑같은 말 한 것을 보면, 진영 내 셀럽이나 당내 전략가가 그런 텍스트를 적극 생산해서 문헌오염(?)이 일어났고 그걸 정치인들이 받아서 읊는 게 아닌가 싶음. 여러 명이 똑같은 논리를 밀면 대개는 공통된 소스가 있더라.


일단 저런 말이 며칠 만에 널리 유포된 이유를 생각해 보면, 위기에 강한 리더가 필요한데 상대 후보는 무능하니까 뽑으면 안 된다고 하려는 의도인 것 같음. 마침 민주당 후보가 이미지상 추진력, 결단력이 강조될 때에 유리한 인물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군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향해 맘에도 없는 어색한 가혹한 발언을 하는건 사실 친민주당 스피커들의 오래된 습관이기도 함 (천안함을 생각해보라). 민주당이 외교안보에 약하다는 이미지가 있으니, 그렇지 않고 힘의 논리를 잘 안다는 걸 보여주려고 일부러 가혹하게 말하는 것. 후술하겠지만 그렇게 할 필요가 전혀 없으며, 필요한 상황에 적절한 기능을 발휘하는 발언을 하고 묵묵한 대응의 준비를 지원하는게 위기를 관리하는, 혹은 지지 세력으로서 동참하는 올바른 방법임.


그러나 연결된 국제관계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는 특정한 포지션을 차지하고있고... 한국 유력 정치인들의 발언에는 국제사회가 약간이나마 주목할만한 무게가 있다. 그 상황에서 이런 발언들은 적절하지가 않고, 타국의 비극적인 일을 내부정치에서 교훈적으로 소비시킨다는 인상을 지울수없음. 사회문제나 학술이론 같은것에 대한 '교훈'이라는 자기계발 일변도의 소비방식이 모범생을 주조하는 한국 수험문화에서 비롯돼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개복치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국가차원의 이런 이슈에서도 한몫 하는걸 보니 훨씬 뿌리깊은것일 수도 있을듯.


차라리 실제 신념이 반서방, 친러적이어서 발언의 여파를 정확히 알고 러시아를 옹호하기 위해 그런 발언을 하는거면 또 모르겠음 (개인적으론 서방의 역사적 실책을 은폐하는 무비판적 친서방에는 냉소적인지라 너무 신난 친서방 스피커들은 보기 안좋지만, 그래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마땅한 지향점으로 보고있으며 현실에서의 친중친러에는 동의안함). 그런데 그것도 아니고, 그냥 러시아의 침공을 상수(?) 내지는 자연현상(?) 취급하고, 그 아래서 우크라가 어떻게 했어야 할지에 대한 교훈만 추출하면서, 엄연한 행위자로서의, 침공을 안 할수도 있었던 주체로서의 러시아의 책임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전쟁의 참혹함에 대한 인식을 탈색해놓는게 이상하다는것. 그런 발언들을 해외언론 등에서 보면, 교묘하고 의도된 친러적 언행보다도 오히려 더한 언행으로 보일수가 있는듯.


잔뼈 굵은 외교전문가 김현종 차장은 이재명 캠프를 적극 지원하고, 위기에 강한 리더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면서도 저런식의 발언을 하지는 않았음. 남일보듯 한마디씩 얹는것, 교훈을 얻는것은 나중에 해도 충분함. 적어도 정부의 입장에 영향력이 있(다고 믿어지)는 위치의 최고위급 정치인들은... 지금은 그렇게 선거용 발언을 할때가 아니고, 현재진행형인 사태에 엄중한 인식을 갖고 자신이 하게끔 되어있는 직무상의 행동을 해야할 때이며 국민들이 그것을 몰라주지 않음. 위기에 강한 정치세력이라면 그렇게 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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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4일 목요일

NFT: 확장되어 실현되는 소유감각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에 여러가지 아이디어 같은 걸 써 놓곤 하는데, 2018년에 썼던 메모 중에 "미술품관리 Blockchain", "디지털 '박물관', 가치있는 성지 등에 대한 보존기술" 이런 것들이 있다. 어쩌면 2020년 이후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NFT 붐과 상당부분 결을 같이하는 생각을 저때부터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안 찾아봐서이지 이미 있긴 했다). 그래서인지 디지털정보 조각의 진본 증명서에 가치가 부여되고 투자수단이 된다는 NFT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의아하기보다는 무척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디지털 매체에 애정이 있어서 그런가... 무한히 복제 가능한 데이타 조각일지라도 사람들이 가치를 느끼면 (밈, 성지 등) 인공적으로 소유감각을 부여한다는 게 일각에선 웃기다고 하지만, 난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블록체인 설명 듣고나서 이런 쪽으로 제일 먼저 생각이 흘러간 듯.

원본이 있는 것 말고 예술가들이 애초부터 NFT로 창작해서 낸 것들은 오히려 더 당연하게 가치가 있는것이고.

지금도 투기 목적을 떠나서 블록체인의 이런 쪽 용도 자체는 상당히 좋게 보는 중이다. 실제 유래와 별 상관 없는사람이 발행하면 스캠인 거고, 그런거에 안 휘둘리는 게 생태계 전체의 역량일 것임.

이건 좀 아예 다른 얘기긴 한데 디지털매체에 대한 애정이라는 측면에서 연결지어 보자면.... 옛날 기기에서만 돌아가는 게임이나 옛날 웹사이트 (특히 퍼블릭섹터), 잘 만들어진 웹게임 같은 걸 보존해서 유니버설하게 재생시킬 수 있게끔 누가 기술과 자원을 투입해 주면 좋겠음. 디지털시대의 박물학이랄까. 싸이월드는 빼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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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0일 일요일

내 성장의 역사: 예민함과 미숙한 사회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어릴 때를 돌아보면 가족간에 감정을 직접 표출하는 대화는 많지 않았던 것 같고 이건 지금도 비슷하다. 그리고 내가 감정 표출이나 세련되지 못한 호불호 표현 (세상에대한 막연한 불만?) 같은 걸 할 때도 직접 공감받기보단 그래 계속해라 라는 식으로 놔둬지거나, 계속 팩폭 느낌으로 교정받는 편이었던 것 같다.


이게 이렇게 말하면 정서에 안 좋을것처럼 들릴 수도 있고, 실제로 당시에도 그런 상황에선 이런게 나한테 안좋지 않을까, 조금 더 지지하고 공감해줄수도 있지않나 이렇게 생각했었다. 감정적인 성숙보다 머리가 먼저 큰 편인데다, 아주 어릴 때부터 사회성이 부족하다, 남들처럼 자연스럽게 뭘 못한다라고 스스로 인지하고 컴플렉스로 정해뒀을 정도인지라 아마 키우는 입장에서 꽤 피곤하고 고민이 있으셨을 것 같음.


암튼 막연히 떼쓰는 거나 일탈 하는 것과는 다른 좀 이상한 방향의 고민과 불만이 내가 봐도 많았고, 그걸 공감받고 싶어서 계속 얘기하고 그랬던 것 같다. 다행히 지금은 이런 고민 하면서 크는 애들이 나 말고도 많다는 걸 알아서 안심도 되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해 주면 좋겠지만 그러기가 어렵고, 성내봤자 소용 없다는걸 알아서 사람이 아예 정반대로 깎인(?) 느낌이 있다. 예민함을 바깥에 표출하는 대신 나 스스로에게로 돌리니까 오히려 이해가 되고 평온해졌달까.


그런데 이런 것에 대해 작게작게 보면 위처럼 계속 교정받고 좌절했던 기억들이 많이 나고 그게 지금 생각해도 상처인 게 맞는데도, 거시적으로 보면 정서적으로 많이 서포트받아서 잘 깎아졌다는 느낌이 들고 특별히 엄격하거나 냉정하게 키워졌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아마 겉보기엔 왜 공감 안해주는 거지 싶더라도, 뭔가 따뜻함을 겸비한 인내?같은걸로 더 큰그림으로 챙겨주신게 많이 있는 듯하다. 무슨 오은영 박사님도 아닌데 어떻게 한 건지 엄청 신기하고 나같으면 절대 그렇게 못할것같음..... 아니면 어릴때 아무리 머리 굴려도 한계가 있어서 어른의 눈으로 볼때 별 게 아니고 대처법이 명확했던 것일 수도 있고. 물론 그렇게 힘들어했던 부분 말고 전반적인 일상에서 잘 지지받고 비교적 평온했던 거랑, 진로문제 같은 커다란 거에서 지지받은게 정서에 더 중요할수도 있긴 하겠다.


생각해보면 엄마는 중학교 사회 교사셨으니 질풍노도의 중학생들을 많이 다뤄 보셨을 거고, 누나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비슷한 수준에서 싸우는 게 아니라 어른스러운 입장에서 훈육하는 느낌이 더욱더 컸는데, 이런것들의 영향도 있었나보다. 아버지는 감정적인 쪽의 기억이 많지는 않지만 관계가 냉랭해졌을 때 같이 운동 가거나 여행 데려가는 등 많이 노력하셨던거 같다. 암튼 돌아보면 내가 완전히 손바닥 위에서 논 느낌은 아니고 실제로 당혹스럽거나 화나게 한적도 많이 있는것 같지만.. 대체로는 이성적으로(?) 훈육된 느낌이다.


그리고 지금와서 가끔씩 어릴때 얘기를 해 보면, 어머니도 유치원에 가 보니 내가 잘 못 어울리는거 같아서 실제로 걱정 했었다고 한다. 근데 유치원 선생님이 나같은 아이가 사회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섬세한거라고 좋게 말해주셨다 함. 아마 그런게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힌트가 될수도 있었을듯.


암튼 이런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게 있는지 굳이 짚자면 지금까지도 사람들한테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꼭 직접 듣고싶은? 이상한 욕구 같은 게 있긴 한데... 사람들이 아무리 친해도 그렇게까지 잘 해주지 않는다는 걸 이해하고 참을 수 있어서 아마 큰 문제 없는 듯.


그리고 본가에 가서 가끔씩 인간관계론(?) 같은 얘기가 나와서 말을 얹 을때면 어릴때는 미숙하고 토로하는 얘기들밖에 할 줄 몰랐던 것 같은데, 지금은 종종 참 맞는말이고 좋은 태도 같다고 놀란 듯이 말씀들 하시곤 한다. 나름 장족의 발전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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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18일 금요일

호남의 '진짜 표심'이라는 극우적 착각을 민주당도 따라가는가?

한창 극우 유튜버들이 유행할 시기에는 자신들을 안찍어준다는 이유로 호남 표심은 뭔가 이상하다, 자신들을 이용할 뿐인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세가 그렇게 높은건 비합리적이니 분명 숨은 표심이 있을거다, 민심 왜곡이 있을거다 이런식의 주장이 흥행하곤 했다. 그런주장을 진짜 선의로, 자신들이 진짜 호남 편 들어 준다고 생각하면서 하는경우도 꽤 많아서 비난하기도 뭣한경우도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표심이 득표수로 드러나는 것이고, 선거는 그 결과로 평가받는 것 아닌가. 그걸 인정 안하고 이상하다, 왜곡됐다고 하는건 나쁜 주장이기 이전에, '성립할 수 없는' 이상한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를 못 받으면 늘 그런 소리가 나온다. 이는 호남에 표 맡겨놓은 것처럼, 자신들이 필연적으로 호남을 대표하는 것처럼 오만하게 언행하곤 하던 민주당계열 일부 정치인들의 거울쌍이었다고 하겠다.


정치인들이 국민들한테 당신들은 이런가치를 담지해야만 한다, 안하면 이상한 것이다라는 식으로 역으로 훈계해서야 되겠나. 그렇게 하지 말고 도민들,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포지티브한 걸 제시하면 된다, 5.18 망언 사과 및 호남 타자화 손절을 선제적으로 하면 된다, 본인들 스스로가 잘하면 된다 라고 꾸준히 말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복합쇼핑몰 약속은 정치공학(?)적으로도 훌륭할 뿐더러, 방금 말한 정석적인 표심잡기 원리에도 비교적 충실하게 pose되었다고 보인다. 민주당 지지세에 균열이 일어나는 지점에서 탄력을 받아 국민들의 수요가 있는 부분을 잘 파악하고 의미있는 공약으로 이끌어낸 것 같다. 호남 주민들 막연하게 탓하는(?) 붕 뜬 얘기들은 많이 들어가고 지역의 구체적인 의제에 대한 접근이 나왔다.


표심이란 건 당연히 다이나믹하다. 특정 정당 몰표도 아니고 특정 인물들 몰표도 아니다. 얘기가 나온 김에 호남을 예로 들자면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DJ계 거물 다수가 국민의당으로 나갔을 때는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당이 선택을 많이 받았다. 반면 그 인물들이 21대 총선에서 민생당으로 다시 나왔을 때는 민생당이 떨어지고 민주당 후보들이 선택을 받았다. 정치상황, 공약이행, 현안, 후보의 이미지와 언행 등에 따라 다른 것이다. 그리고 중앙 정치 무대뿐 아니라 지역조직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


기성세대만의 것일 줄 알았으나 인터넷에 의해서 젊은 세대에까지 재생산된, 전라도를 계속 타자화하고 표밭/표 안주는곳으로만 바라보는 이상한 경향. 그리고 보수정당에서 잊을 만 하면 나오고 누구도 책임을 안 지는 5.18 망언들. 이런 것들의 문제성은 당연히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이번 복합쇼핑몰 공약은 스스로가 그런 것들과 분리돼서 pro tanto하게나마 긍정평가 될수 있게끔 하는 어떤 모멘텀을 만든 듯하다.


물론 해당 제안의 배경이 어떻느냐, 그리고 앞으로 실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평가는 당연히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정당이라는 유기체가 빠르게 바뀌진 않으므로 멀지 않은 시일내에 관성에 의한 문제들이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미 한껏 신나서, 광주가 이제야 드디어 올바른 선택을 한다는 식의 사실상의 차별발언 또 시작한 사람들도 많 이보인다 (사실 이쪽이 굉장히 킹받는다). 주로 이 글 첫머리에 쓴 것과 같은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어쨌든 이번 공약은 적어도 현재적으로는 분명히 파괴력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젠 윤석열의 복합쇼핑몰 공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호남주민들 의견을, 민주당쪽 일각에서 부정하고 과소평가하고 원망하는 기막힌 경우도 보인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가치 형성을 오히려 폄하하고, 자신들이 필연적으로 담지한다고 믿는 가치를 국민에게 강요하는 꼴이다. 복합쇼핑몰 관련 각종 팩트체크도 거시적인 의지 앞에서 크게 힘을 쓰지는 못하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지지세 낮아지면 눈돌아가서 국민들 탓 하는 볼멘소리, 죽는소리들 나오는건 여야 공통인가보다. 그렇지만 그런걸 극복하고 정석적인 방법으로 해야 궁극적인 지지세를 얻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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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13일 일요일

즉흥적인 선택이 준 최상의 영화적 경험들

집 앞 영화관에 즉흥적으로 들어가서 봤는데도 무척 만족스러웠던 영화가 두 개 있다.


1.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 스파이더맨 팬임에도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그냥 귀갓길에 포스터가 보여서 엥 스파이더맨? 이러면서 들어가서 관람했다. 애니메이션의 연출 자유도를 감안해도 무난하지 않고 과감한 시도를 했는데, 그 완성도도 높아서 매순간 감탄하면서 봄. 거의 모든씬이 인상적이었지만 페니 파커가 전자음악 틀고 칩 고치는 장면이 이상하게 satisfying해서 클립 계속 돌려 봤고 유튜브에서 구입도 해서 봤다. 밑에 쓸 1917이 실사영화 영상미의 정점이었다면 뉴유니버스는 미국 카툰을 베이스로 한 애니메이션 연출의 정점인 듯.


2. <1917>
: 어떤 영화인지는 잘모르고 유명하던데 한번 보기나 할까 하면서 봤는데, 이것도 신세계를 경험함. 특히 밤에 몸 숨기면서 이동하는 장면은 전쟁의 참상인데도 기묘할 정도로 아름답게 연출됐고 생전 처음보는 색감이었다. 영화적 경험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싶었다. 솔직히 내용이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상황이 끝났을 때의 감정 빌드업에 내용들이 효과적으로 기여했던 것 같기는 하다.

아무튼 가끔은 즉흥적인 픽이 이런 선물을 주기도 하더라. 영화관에서 보길 정말 다행인 영화들이었고... 한가지 아쉬운 건 상영관이 그리 좋지는 않아서 다른 데서 봤더라면 더 좋았긴 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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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10일 목요일

[음악 추천] 이진아 - 람팜팜

가수 이진아는 K팝스타에서 자작곡 <시간아 천천히>의 인트로 연주만으로 유희열의 합격점을 받아낸 것으로 나를 포함한 사람들에게 일찍이 상당한 인상을 남겼었다. 복잡한 재즈화성을 구사하는 등 무척 실력자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으나 사실 구체적인 음악세계는 잘 몰랐었는데 이번에 나온 <람팜팜>(Youtube 링크)으로 오랜만에 다시 접했다.


대중적으로 수용될수 있으면서도 엄청 프로그레시브해서 사람들의 환호를 많이 받는듯하다. 쭉 들어보니 팝적인 보컬 멜로디랑 복잡다단한 전개의 연주가 서로 유기적으로 구성됐다기보다는 다소 의도적으로 거리를 둔 채로 병존하는 느낌이다. Memory 등에서 일찍이 유감없이 실력 발휘한 적재의 기타연주도 상당히 전진배치 돼있고 인상적이다.


여러번 더 들어보고 싶어지는 곡이다. 음원도 바로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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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9일 수요일

천태만상인 대선 정국

대선정국을 보니, 절치부심하고 원팀이 되어 국정 운영을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들면 좋은데 요즘의 민주당엔 그게 보이지가 않는다. 지지자들과 국회의원들의 과도하게 비장한 언사들, 안타깝지만 안먹히는 네거티브 이슈에 대한 집착, 당내 누구누구 책임론과 심각한 분열...


생각해보면 하나같이 2014-2015년 시즌에 국민들이 민주당을 외면하게끔 했던 요소들이다. 민주당에서 몇 년간 본 적 없는 수준의 위기상황 같고 전형적인 패배테크를 타는것 같다. 이재명이 당선되려면 단합과 반전의 계기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대선은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


일각에서 아쉬워하는 것과 달리 이낙연이 후보가 됐더라도 드라마틱한 스토리의 부재, 축적해온 컨텐츠의 부재와 무색무취, 젊은 당직자들(-> 캠프 관계자들)의 인기영합성 반여성주의 등등 때문에 지금보다 유의미하게 상황이 좋았을지는 의문이다.


반면 국민의힘 같은 경우에는 윤석열 이준석 갈등이 연초에 봉합된 이후로는 (그 방향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나름 원팀으로 일관적 메시지를 내고 있다. 연말까지 계속됐던 윤석열의 K-자유주의적 1일1망언은 웃겼다면, 지금의 일관된 반여성주의는 두렵다. 이재명 캠프는 그쪽에 영합해서는 어차피 비교우위(?)를 점하기 힘든데 자꾸만 그쪽에 기대를 거는 것 같다. 젊은 캠프구성원들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윤석열은 연구할 가치가 있는 매우 특이한 캐릭터이고, 검사로서의 행보는 물론이거니와 정치참여 선언 이후에 나타난 과학기술혁신 및 외교안보에 대한 관점도 나름 조언 많이 받고 잘 확립한 듯 해서 조금 긍정적으로 봤었다. 1일1망언 하면서 본인 성향 드러내고 당내 갈등 컨트롤 못하고, 갈등 봉합하고 나서는 일관되게 노골적 반여성주의 밀어주고 하기 이전에는 말이다.


경제정책의 경우 이재명은 주로 금융시장 질서 확립,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하방을 높여주는 정책 등에 포커싱이 되어있다. 다만 금융과 재정을 궁극적으로 떠받치는 과학기술혁신과 성장에 대한 얘기는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거시적인 성장동력보다는 없는데서 짜내게 될 느낌이랄까. 반면 안철수의 경우 전형적인 기업가적 태도로, 각종 진보의제를 포함하는 사회적 갈등의 축을 이해할 의지가 없어 보이지만 과학기술 혁신 자체에 대한 본인의 견해 자체는 눈먼 돈을 유발하는 이상한 담론에 휘둘리지 않고 무척 잘 수립된 듯하다. 윤석열도 캠프가 써준거겠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꽤 구체적인 인식을 보인바 있다.


나는 전통적인 민주당 그나마덜싫음 주의자(?)에 가깝지만 이재명이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기대되지 않고 도리어 걱정된다. 후보 개인의 인품이나 사건사고 때문만이 아니라, 위에서 말한 것처럼 반이재명 세력까지 포함한 당의 전반적인 상태 때문이다. 물론 이재명 본인도 정치/행정 경력이 긴만큼 나름 최소한은 하겠지만, 권력에 오르는 순간 싫은 소리를 안듣고 반대진영에 적대시 일변도로 몰아붙일 것 같다.


그렇다고 윤석열이 당선되고, 젠더갈등 사안에만 열심이고 타분야에 대한 거시적 시야를 보여주지 않는 이준석이랑, 최인호 이명준을 비롯한 신 청년극우가 떡상하는 것도 좀 너무 아닌것같다. 일찍이 한대포나 흰둥이 김상훈의 자대련이 달성한것에 근접하는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제도권 진입과 이슈파이팅을 이들은 꽤 금방 해내고있다.


진짜로 한달밖에 안남았는데 여러모로 천태만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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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6일 일요일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소개: 쟁점사안들에 대한 퍼블릭섹터의 성실한 팔로업

SNS 친구분들이 종종 공유하거나 인용하는 국회입법조사처 연구 보고서(링크)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며칠에 한번 꼴로 나오고, 사이트에 매번 들어가서 볼 수도 있지만 사이트 하단에 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뉴스레터처럼 받아 볼 수도 있다.


물론 분량이 긴 편은 아니고, 제도권에 인지된 주제들에 한해서 생산되는 문헌들인만큼 폭과 깊이에 한계는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각종 사회/국제/정책 쟁점들에 대해서 무척 성실하게 정리가 잘 되어있다보니 구독한다는 느낌으로 꾸준히 읽어보면 무척 유익할것 같다. 특히 '이슈와 논점', 'NARS 현안분석'들이 읽을만해 보인다.


쟁점이 되는 사안들을 퍼블릭 섹터에서 꾸준히 이렇게 파악하고 정리해둔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어보인다. 다만 종합적인 이해를 하려면 민간 각 부문에서의 보다 생생한 얘기들이 보완을 해주어야 할텐데, 결국은 이런 것들을 anchor 삼아서 알아서 찾아보고 읽어 봐야 하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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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4일 금요일

스쳐지나가는 단상들에 대한 솔직·과감한 표현들이 부럽다

내가 무언가를 생각할 때 어떻게 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곤 하는데, 주로 선호에 기반한 직관이랑 상상이 논리와 팩트보다 많이 우선하는 편인 듯하다. 팩트를 조사해서 지식을 얻는게 아니라, 뭔가 이렇지 않을까 상상하고 나서, '아 이런건 어딘가 있을수밖에 없다'해서 비로소 조사 해보는 일이 많다. 합리성이라는 가치를 중요시하는 것치고는 내 주장을 support하는 팩트, 예시 등으로 잘 무장해있는 편은 아니어서 스스로 걱정되기도 한다.


근데 그런 엄밀하지 않은 지적 유희? 같은게 무척 재밌으면서도 뭔가 위험하고 부끄럽다고 느껴져서, 거부반응 내지는 방어기제 같은 게 있다. 그래서 생각을 하면서도 자꾸 즉각적으로 꾹꾹 억누르게 되고, 글 같은 것도 엄청 건조하게 나오게 된다.

어차피 위에 썼듯이 실제로는 팩트와 예시에는 약하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좋은 글이 나오기는 힘든데, 위에 말한 방어기제(?) 때문에 자꾸 글의 겉보기 스타일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서 뭔가 심각한 부조화와 충돌을 느끼는 중. 요컨대, 쉽고 별거아닌 스쳐지나가는 생각을 딱 그만큼의 무게로만, 딱 그만큼의 시간만을 들여서 표현할 줄 알면 좋겠다.

그리고 남의 글을 볼 때도 질투나고 킹받는 두가지가 있는데, 바로 직관을 억누르지(?) 않고 솔직·과감하게 표현한경우, 아니면 문체의 무게에 맞게 내용 면에서 잘썼는데 최초에 있었을 직관적 모티베이션이 행간으로 가라앉아 버린 경우. 당연히 글쓴분들 잘못은 없고 그냥 둘다 내가 잘 못하는 종류의 글쓰기라서 질투가 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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