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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7일 목요일

복개천을 통해 보는 언어현상과 토목의 도시공간사

얼마전까지 뜻을 정반대로 알고있는 단어가 있었는데, 그게 무엇인고 하니 바로 '복개'이다.


나는 복개라는 한자어의 훈을 내 느낌대로 추측해서, 콘크리트에 덮여있던 청계천을 '다시 오픈한' 게 복개인 줄 알았다 (다시 복 자에 열 개 자 이런 식으로). 그런데 알고 보니 옛날에 청계천을 고가도로로 덮은 게 바로 복개공사였고, 그렇게 덮인 하천을 복개천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복개천을 MB 시장 때 다시 연 것은 복원공사 라고 부른다.

근데 웃긴 게, 이 단어의 원래 한자는 덮을 부 (거의 안쓰임), 덮을 개 (개연성, 두개골 등에서 쓰임) 자여서 굳이 말하자면 '부개'가 맞는데, 이 '덮을 부' 자와 위에 말한 '다시 복' 자가 사실 한자로는 같은 글자라고 한다. 이렇게 여러 음 (그리고 주로 그에 대응되는 여러 훈) 을 갖는 한자를 '다음자'라고 한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서 사람들이 덮다의 의미로 쓰일 때도 거의 '복'이라고 읽게 되다 보니 (이런 현상을 '속음'이라고 한다고 한다) 부개 대신 복개가 표준어로 인정이 되었다고 한다.

속음인 독음과 맥락에 이끌려 내 마음대로 한자의 훈을 잘못 추측했는데, 사실 그 잘못 생각한 한자가 실제 한자와 같은 글자였던 (그러나 다음자여서 의미상으로는 정반대인) 묘한 상황인 것이다. 그야말로 속음에 완벽히 속음...


그리고 서울에 현재 존재하는 자동차 도로 중에서도 이러한 복개천 위에 차가 다니는 구조인 게 꽤 있다고 한다.

말로만 들으면 엥 그런가? 싶은데, 한번 생각해 보면 도심 하천이 갑자기 콘크리트 지붕 속으로 들어가면서 끊기는 건 여기저기서 많이 보았다. 그런 것들이 바로 복개천인 듯하다. 우리 학교 옆의 도림천, 그리고 본가 근처에서 가족들과 자주 산책했던 성내천이 이런 식으로 일부 구간 복개되어 있다.

그리고 전구간 복개천인 곳도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서울대입구역 큰길 말고 그 바로 뒤편에는 술집이 많고 자전거타기 좋은, 나름 넓은 이상한 뒷길이 있는데 (학부때는 이 길을 6, 7, 8번 출구쪽 갈 때 봐서 그 존재만 알고, 제대로 탐색한 적은 이상하리만치 없었다) 거기가 바로 봉천천이라는 하천을 복개한 도로라고 한다. 2024년에 복원할 예정이 있다고 하니 어떻게 될지 기대해볼 법하다.


그러면 애초에 이러한 복개를 왜 했는가? 먼저 하천들은 애초에 물길 겸 자연구획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현대적 교통이 발달하면서 그 하천을 그대로 따라서 자동차 도로를 깔면 여러모로 편리했다는 점이 있다. 그리고 하천들 중에 백 년 넘게 아무리 공사를 해도 범람 및 위생문제가 계속되어온 경우, 이를 아예 덮고 하수도로 이용하면 해결된다는 장점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서울시내의 땅 모습이 결코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며, 그 밑에는 오랜 기간 동안 역사를 거치며 형성되어 온, 우리가 잘 모르는 구조물들이 굉장히 많다는걸 알면 기분이 신기해진다.

복개천 외에도, 마치 베네치아처럼 조선시대때 이미 늪지대에 나무 말뚝을 빽빽하게 박아서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땅으로 만든 지역들이 서울 시가지에 있다고 한다. 훨씬 더 와닿는 또다른 예로, 지하철도 그냥 뚫어 놓았다고 끝이 아니라, 매일 수만 톤의 물을 펌핑해서 버려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금방 침수되어 버린다고 한다.

이외에도 서울이라는 도시에 관여되고 있는 여러가지 물질, 에너지, 정보의 흐름 (혹은 그것들의 의도된 차단) 을 각 타임스케일에서 유지시키기 위해 투입되는 인적, 물적 인프라들을 뽑아내서 한눈에 볼 수 있다면, 도시공간에 대한 색다르면서도 본질적인 이해를 갖출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해외의 융성했던 고대 도시들이 전란을 겪으며 관리가 끊기면 그 형태를 잃어버리고 유적으로만 남거나 심지어 땅에 묻혀 버려서 나중에 발굴되는 게 잘 이해가 안 됐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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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적 사고'에 대한 일부 해석을 보고: 열광과 가벼운 향유는 공존가능하다

IVE의 멤버 장원영의 초긍정 태도로 잘 알려진 '원영적 사고' 관련 글들이 뒤늦게 Facebook에 많이 올라온다. 그런데 그 글들 중에서 '원영적 사고는 태어날 때부터 세상이 다 자기 편인 순진무구한 사람만이 할수있는 생각이므로, 그걸 소비하는건 진지한 열광이 될수 없고 가벼운 밈에 그친다'는 취지의 글은 자세한 취지도 알기 어렵거니와 내용 자체에도 동의가 되지 않는다.


성장 배경도 좋고 외모와 실력도 뛰어난 장원영은 일반적인 범주를 뛰어넘는 지지와 인기, 그리고 부를 얻고 있겠지만, 어린 나이부터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극복해야 했던 억까는 단지 아이돌로서 캐릭터성 면에서의 서사 형성을 넘어 실제 장원영이라는 사람이 겪는 인간적 고난의 범주에 너끈히 속한다고 인식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설령 전자라고 해도 밈의 성립에는 문제가 없고).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원영적 사고가 무엇인지 '굳이' 살펴보자면, 사람들이 자기 편이 아니게 될때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순진무구한 낙관은 전혀 아닐 듯하다. 오히려 어떤 상황이든 단순한 정신승리가 아니라 유연하고 강하게 대응해서 긍정적으로 바꿔내려는 천생 낙관, 혹은 계속되는 억까에도 불구하고 아이돌로서 좋은 모습을 가지고 또 보여주려는 프로페셔널한 낙관 등에 가깝지 않을까.


일반인과 다른 삶을 사는 입장의 기만적인 긍정보다는 (그러면 밈이 아니라 오히려 소소하게든 크게든 논란거리가 되었겠지), 따라잡기 어렵지만 그래도 본받을 점이 있는 긍정에 조금 더 가깝게 소비된다는 게 내 인상이다. 그러한 긍정이 래디컬하게 추구되었을 때 내적 일관성을 갖추고 성립할수 있는지, 어떤 결과를 주는지를 따지는건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물론 밈을 소비하는 양태는 다면적이기 때문에 그냥 그 말 자체가 재밌고 좋아 보여서, 남들이 하니까, 큰 생각없이 소비하고 재생산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심지어, 힘든 상황에서 쉬이 와닿지 않을만큼 지나치게 긍정적이다 보니 가볍게 냉소적인 뉘앙스로 사용하며 집단적 위로를 꾀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쪽을 많이 본 것 같다). 이 정도로 사실 충분하다. 밈의 소비 및 재생산과 그 담론화(?)는 분리되어 있으므로, 더 이상의 단정적인 분석은 무리다. 그러나 그런 글들처럼 원영적 사고가 무엇인지 '굳이' 분석적으로 생각해보고 파고든다면, 그것이 위에서 언급한 '순진무구한 긍정'에 닿아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밈이라고 해서 꼭 가볍기만 하고, 열광적인 태도를 가질 수 없다는 식의 이분법도 다소 의아하다. 사람마다, 혹은 한 사람 안에서도 여러 계기가 겹쳐 있을 수 있다. 남다른 긍정에 진심으로 감명받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좀더 열광적으로 쓰지 않겠는가. 밈의 strict한 개념을 레퍼런스하면서 과하게 의존하지 말고, 회색 부분까지 총체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또한 해당 글에서 여러 차례 비판하는 열광이란 단어가 어느 글들에서 어떤 뉘앙스로 나오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그런 글들에서 과잉되고 단정적인 분석들이 있었고, 그게 열광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했나보다 싶기는 함), 그 열광이라는 단어가 꼭 비일상적 수준의 카타르시스적 경험을 일컫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냥 가벼운 소비일지라도 사람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면 열광적인 인기라고 으레 표현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물론 해당 밈에서 이야기하는 긍정적 태도가 자율적인 것이 아니라 권력관계 하에서 언급될 때 강요로 작용할 것을 미리 경계하는 것 자체는 좋다. 또한 이런 류의 유행이 일각에서처럼 각종 리더십 강연(?)들과 어른들이 보는 tv 등에서 언급되게 되면 종종 실제로 위처럼 흘러가면서 생명력을 금세 잃는것 또한 사실이다.


다만 그런 전형적인 '페북긴글'에서의 단정적인 분석과 논쟁 역시 밈들에 대한 피로감을 유발해서 정확히 바로 그런 흐름에 일조한다는 것 역시 인지해야 한다. 사실 내가 쓰는 이 글도 마찬가지라서, 그냥 쓰지 말걸 하고 후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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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일 일요일

aespa 정규 1집 더블 타이틀곡 'Supernova' 및 'Armageddon' 감상평

5월 14일

aespa 정규 1집 선공개곡인 <Supernova>를 처음 들어 봤는데, 곡이 화려한 요소 크게 없이 깔끔한데도 귀에 감기는 듯하다. 다만 정규앨범 수록될 곡인데도 메인 활동 곡이라기보다는 광고 삽입곡 내지는 ost 같은 느낌이 나는데 이건 왜인지 잘 모르겠다. 앞에 말한 대로 미니멀해서 그런 것인지... 실제로 드라마 테트리스의 삽입곡이었던 <Hold on Tight>와 약간 스타일이 비슷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듣다보니 은행플러팅 노래랑도 뭔가 비슷한 것 같음 ㅋㅋㅋ

(추가: 그동안 aespa 곡으로 발매된 것 중에 KENZIE 곡은 하나밖에 없었는데 Savage 앨범의 <I'll make you cry>와 이번 Supernova가 켄지 작곡이라고 해서 무척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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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멜론 차트 보는데 수퍼노바 실시간 화력이 대단하다.
그리고 정규앨범 곡의 제목들(총 10곡)도 멜론에 이미 다 공개되어 있으나 아직 들어 볼 수는 없다. <Licorice>도 곡이 참 좋던데, 민트초코 괴물과 싸우는 재미난 특촬물 스타일의 뮤비도 공개했지만 음원은 아직 열어 주지 않고 있다.
5월 27일에 공개될 타이틀곡 <Armageddon>은 장르가 올드스쿨 힙합이라고 하는데, 만약 그 장르의 전형적인 문법으로 쓰인 곡이라면 레트로 팬들이야 환장할 테지만 과연 어떤 부분에서 트렌디하고 에스파답다고 어필이 될지 약간 걱정이 되긴 한다. 그렇지만 에스파 멤버들도 엄청 마음에 들어한다 하고 여러모로 기대해도 좋다는 느낌이 있어서 일단 기다려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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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수퍼노바에서 '잔인한 queen 이며 scene 이자 종결' 이라는 가사를 실제로 그 표현에 걸맞는 위엄이 느껴지게 살린 게 신기하다. 보컬의 디테일한 뉘앙스랑 발차기 안무 덕분에 그런 것 같은데, 수퍼노바에서 코러스랑 댄스브레이크 외에 또 다른 킬링파트인 것 같고 계속 보게 된다. 켄지가 오랜만에 에스파 곡을 했는데 곡이 가벼우면서도 힘있는 것이 참 잘 어울리게 만들어낸 것 같다.

또다른 타이틀곡인 <Armgeddon>은 사실 내 취향은 아니긴 해도 곡에 특기할 만한 점이 좀 있다. 사실 나는 이런 올드스쿨 힙합 장르는 특유의 길바닥(?) 느낌, 그리고 찰지고 인간적이며 유머러스한 느낌이 있는 탓에, 아마게돈을 비롯한 장엄한 개념들을 표현하기에 유독 잘 안 어울린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유머러스한 느낌은 이 곡에서 사용한 Armageddon과 Imma get em의 언어유희에서도 부분적으로 드러난다. 장르와 잘 어울리는 유머지만 아마게돈이라는 개념의 아우라는 파괴하는 느낌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드스쿨 장르는 묘한 세기말적 분위기로 인해 어두움을 표현하는데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게 신적, 대자연적인 어둠보다는 지극히 인간 문명이 만들어낸 어둠에 가깝다보니 정작 별로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달까...

그런데 이번 곡의 경우 작법은 그쪽 스타일의 전형적인 찰진 비트 및 바람 빠지는 듯한 고음역의 꾸밈 효과음(?)들을 포함하지만, 정작 그것들을 연주하는 사운드는 기존 에스파 스타일의 쇠맛 악기들로 많이 배치함으로써 아마게돈이라는 개념에 어울리는 아포칼립스적이면서도 텁텁한 테마가 약간은 묻어나오는 것 같다. 멤버들의 흙맛이라는 표현이 꽤나 적절한 듯싶다.

음악 자체에 대한 평가를 떠나 원하는 콘셉트와 색깔을 송라이팅에 구체적, 감각적으로 반영하는 프로듀싱은 산업화된 k팝의 역량 중 하나이고 스엠이 이런 면에서는 여전히 참 잘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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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23일 목요일

전공설계지원센터 간담회 후기 - 퀀트 헤지펀드: 전공을 넘나드는 투자전략

5월 21일 화요일에 전공설계지원센터에서 진행한 진로 특강(링크)에는 퀀트 리서쳐로 일하는 분이 특강을 오셨다. 연사분이 너무 자세한 얘기는 할 수가 없다고 하셨고 실제로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무척 명료하고 구체적인 lesson들이 있는 유익한 톡이었다. 블로그에 올리기에는 좀 specific하다고 느껴지는 업계 얘기 몇 개는 빼고, 질의응답 중에 흥미로운 내용들을 밑에 옮겨본다.


개인적으로는 LLM이 이미 광범위하게 업계에 적용 중이라는 것과 (코딩 돕는 것뿐 아니라 투자 알고리즘 자체에 적용한 일부 사례는 본 적 있는데 이 정도인 줄은 몰랐음), 퀀트 리서치에 SDE가 당연히 절대적인 비중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 제일 놀라웠다.

물론 현업 최전선에서 알파를 창출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지, 확률과정 지식을 통한 포트폴리오 이론과 파생상품론의 수리적 이해는 기초 소양으로 잘 갖추고 있어야 하긴 할 거라고 내 마음대로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리고 5월 23일(목요일)에는 AI, 언어처리 쪽 국내 리서치 엔지니어 분이 특강을 해 주셨는데, 이 분과는 끝나고 운좋게 커피챗 하는 시간도 가져 볼 수 있었다. 다소 시니컬하게 이야기하셨지만 현재 업계 동향과 함께, 학부뿐 아니라 석박사 졸업생들까지 염두에 둔 진로 관련 조언들을 해주셨다. 나랑 학부 학번이 같으시고 생각보다 human distance도 가까운 덕분에 겹지인들이 꽤 있다보니, 학교 졸업하고 떠난 그때 그 시절 사람들 얘기도 오랜만에 해 볼 수 있기도 했다.


밑에는 분야 자체에 대한 질의응답 위주로만 썼는데, 사실 이번 특강 시리즈의 포커스는 다중전공자 및 희망자의 학업 및 진로설계 쪽이었다. 센터에서 각종 경로를 통해 다중전공자나 특이 이력자를 파악하고 있다가 연락을 줘서 섭외를 한다고 하는데, 나도 평범하지 않게 다중전공을 했던 경우인만큼, 만약에 나도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이런 자리에 섭외가 된다면 보람차겠다는 상상도 해 보게 된다.


질의응답 요약

- 퀀트 일은 크게 연구 / 검증(구현 포함) / 운용 으로 나뉘는데 기본적으로는 (프랙티컬한) 리서치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손가락 끝에 수백억이 달린 트레이더와는 구분되는 편이다. 물론 퀀트 리서쳐도 회사의 미래에 대한 책임이 당연히 아주 큰데, 트레이더와는 책임의 양상이 다른 것이다. 검증 및 구현은 연구의 연장선이라 생각하면 된다. 운용은 회사의 방향과 관련된 거시적인 의사결정을 말하는데, 운용 관련 능력은 학교에서 쌓긴 어렵고 업계에서 연차를 쌓으며 얻어야 하는 것.


- 퀀트는 계속 배워야 살아남고, 수학, 물리, 통계학적 기초체력이 높아야 한다. 학업 내용들 자체보다도, 어떤 새로운 걸 봐도 쫄지 않고 잘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이건 오늘 오신 인공지능, 언어모델 쪽 연사 분도 정확히 같은 단어를 써서 이야기하신 부분. 이공계 쪽 챌린징한 일들은 대부분 마찬가지인 듯)


- fancy한 업계에서의 튀는 이력일수록, 그 당시 업계 사정에서만 가능했던 예외 사례일 수 있다. 그렇다고 표준적인 이력을 따라가서 성공한 사람을 너무 롤모델 삼아 따라가려 하지도 말아야 한다. 이력상에 안 나오는 요소들이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퀀트뿐 아니라 general하게 의미 있는 wisdom인 듯).


- SDE를 비롯한 금융수학이 얼마나 활용되나?
: SDE는 퀀트헷지펀드를 기준으로 옵션, 단기예측 쪽에서는 활용을 하는 것 같은데, 현재 퀀트 전반적으로 각광받고 많이 쓰이지는 않는다. 경우에따라 재조명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SDE라는 수학분야를 알고 있으니 그게 그 자체로 많이 쓰일 거라고 기대를 하기보다는, 나는 이런 정도의 수학을 이해하고 내 아이디어로 삼아서 사용할 수 있다 라는 개인역량으로 어필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 시장을 읽고 대응하는 능력, 수리적 이해능력, 빠른 습득 및 적용 능력 중 퀀트에 가장 중요한 역량을 꼽자면?
하나만 꼽기보다는 순위를 매기자면 1: 시장 2: 수리 3: 빠른적용 이다. 그런데 LLM 도입 이전까지는 정반대였다. 3이 edge가 되는 리서쳐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2는 LLM이 대체할 수도 있겠지만 훨씬 늦거나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1은, 시장 분석까지는 LLM으로 되겠지만 의사결정은 자신의 몫이므로 대체되기 힘들 것 같다. 그리고 애초에 시장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지 않다면 좋은 질문을 던지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게 어렵다.
(여담이지만 이건 내가 등록한 사전질문인데 아주 좋은 질문이라고 해 주셔서 뿌듯했음)


- 자격증은 가점이 굳이 된다면 CFA 정도이지만 크지는 않다. 그 자체로 가점이 된다기보다는, 쌩 이과 출신인데 CFA가 있다면 금융 모르지는 않겠구나 정도이다. 그렇다고 CFA 있는 걸 특이하다거나 낭비라고 보는건 아니고, 있으면 당연히 좋다.


- 추천하는 실전 경제 공부법이 있다면?
1. 작은 금액이라도 다양한 섹터를 해보기
2. 실질 소득을 냉정하게 판단 (세금, 은행 이자수익 대비 상대값, 현금화비용 등 다 고려)
3. 확증 편향을 안 하는 습관


- 물리학 전공자가 여전히 많은가? 업계 경험상 그들이 특별히 보완해야 할 능력?
: rocket scientists in wall street 시절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여전히 굉장히 많다.
: 특별히 보완해야 할 능력? 이론적으로 파다 보면 리서치의 호흡이 느려진다. 일단 들어오고 나서 연습해도 되는 거긴 하지만, 문제 해결 능력이나 view를 전환, 도입하는 능력의 속도를 높이는게 필요하다.


- 비 stem 리서치 경험도 채용에 도움?
: 무조건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재밌어하고 연구 경험을 좋게 본다. 예컨대 퀀트를 위한 LLM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철학 전공이 도움이 된 사례.
: 본인의 아이디어가 테스트로 확인이 안 되더라도 말이 되고 창의적이라면 채용에 가점이 될 수 있다.


- hedgefund brainteaser 이런 식으로 구글링하면 나오는 퀴즈를 많이 풀어 보는 게 좋다.


- 너무 이것저것 요건을 채우기보다 자신만의 edge를 만들어서 어필하는 게 좋다. 들어와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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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18일 토요일

[음악 추천] Scary Monsters and Nice Sprites (Skrillex) - Squijeeblion cover

Skrillex의 Scary Monsters and Nice Sprites는 명실상부 2010년대를 대표하는 전자음악 곡 중 하나로, 더 말할 필요가 없이 유명한 곡이다. 그런데 이번에 동아리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어떤 분이 올려 주신, 정말 인상깊은 커버를 발견했다.

이 커버는 Leonard Solomon (개인 홈페이지: http://www.bellowphone.com/) 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bellowphone"에 올라왔는데, Squeejeeblion이라는 이름의 자체 제작 악기 세트를 이용한 연주를 보여준다.


방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는 여러 기계장치와 악기 세트들 사이에서, Squeejeeblion을 꺼내 놓고 약간 느린 템포로 홀로 한 음 한 음 연주하는 모습 자체가 매우 인상깊다. 연주를 들어 보면 더욱 그러한데, 일반적인 피아노 및 어쿠스틱 커버와는 다르게, 악기 세트의 이름대로 squeeze하는 악기를 이용해서, 누가 들어도 덥스텝의 어쿠스틱 버전이구나 라는 느낌이 나게끔 원곡의 특색을 창의적으로 살려서 연주한다. 이 연주에서 느껴지는 다소 웃기면서도 극도로 서정적인 분위기가 정말로 마음에 든다.


이분의 웹사이트를 보면 Squeejeeblion 외에도 여러 가지 기계장치를 이용한 멋진 악기들을 제작하고, 이에 대해 글도 쓰고 공개 공연도 하고 교육(?)도 하는 듯하다. 어떤 분인지 굉장히 궁금해지는데, 시간이 나면 더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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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1일 목요일

22대 총선 단상: 정권 견제는 다행이나 미래정책 실종이 아쉽다

어제는 22대 총선이 있었다. 나는 자취방에서 친구들과 치킨을 먹으며 종합선거상황실(?)을 차려놓고 출구조사를 본 뒤에, 할 일을 하다가 새벽쯤 주요 격전지만 좀 다시 들여다 봤다.

자취방에 차려진 종합선거상황실(?).


국가대표 축구 경기나 전국구 선거 등의 행사가 있을 때면
BBQ 치킨을 시켜 먹으면서 시청하곤 한다. 

다음날의 해가 뜬 지금 정리되어 가는 결과를 보니, 더불어민주당(161), 더불어민주연합(14, 시민 및 진보 포함), 조국혁신당(12)을 합쳐서 범민주계열은 187석 정도를 가져갈 모양이다. 여기에 실질적으로 야권 연대에 의미가 있는 숫자는 아니지만 개혁신당 등도 야권으로 친다면 190석 초반 정도까지도 볼 수 있다.

총선 전날에 나는 더민주+더민연+조혁 합쳐서 185석 정도를 예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거의 맞았다고 볼 수 있겠다.

운좋게 실제 결과와 상당히 근접했던 내 의석수 예측.

다만 이것을 지역구 하나하나 따져 가면서 예상한 것은 당연히 아니고, 200석 이상까지 조심스레 점치던 주장들은 공통적으로 수도권과 PK의 격전지들에 대해서 너무 낙관하는 것 같고,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너무 낮게 잡는 것 같아서, 분위기 봐서 이를 적당히 낮추어 불렀더니 대충 비슷하게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에는 잇따른 외교 실수와 그에 대한 부적절한 국내 대응, 이태원 참사, 수능 킬러문제 논란, 재정건전성으로 얼토당토않게 위장된 심각한 세수부족, 과학기술 R&D 예산을 비롯한 수많은 정부사업 졸속 삭감, 역사관 논쟁,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과 이종섭 호주대사 도피임명, 방송장악, 무대책 졸속 의대 증원 등을 비롯한 수많은 논란거리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비판을 차단하기 위한 졸속 조치들로 오히려 일을 계속 키우는 괴상한 대응의 방식을 매우 일관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번에 여당이 참패한 것은 이러한 정부여당의 태도 때문이며, 선거결과의 이러한 면 자체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의 결과가 전혀 기쁘지도 않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들지 않는다. 그 이유를 마지막쯤에 쓰겠다.


먼저 여론조사 공표금지 직전까지의 각종 조사결과들과, 개헌저지선 확보를 향한 국민의힘의 간절한 호소, 그리고 출구조사에서의 압도적인 야권우세(200석 이상)를 감안하면 범민주 계열이 약간은 김새는 면이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것 자체만으로 뭔가 아쉬운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후술하겠지만 좀 다른 국면을 생각해야 한다. 결국 출구조사는 출구조사일 뿐이니 그것보다 적게 나와서 아쉬운 것에 과잉된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수도권 격전지와 PK를 국민의힘이 안정적으로 지켰다. 정치 구도 자체에 균열과 충격이 생길 정도의 결과는 아니다.

따라서 보수언론이 선방이라고 평가해 주면서 정부여당을 보호하는 논리를 펼칠 구석이 은근히 좀 있다. 이런 흐름에 따르면 대통령실 대대적 개편과, 비윤 중진들 다수 당선에 따른 정부여당의 관계 재정립은 어느 정도 일어날 수 있겠지만, 대통령실이 지금까지와 다른 겸허한 태도, 경청하는 태도로 근본적인 변화를 하는 일은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민주세력 입장에서도 이번 결과는 기존 구도에 비해 질적으로 차이가 나는 의석이 아니기 때문에, 의석은 많지만 이걸로 어떤 훌륭한 일을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돈 시점 이후 (특히 최후반) 에 민주당이 180석을 가지고 진행하던 여러 입법들 중에서도 국민생활문제에 밀착된 것과 나라의 미래에 관련한 것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집중해서 밀어붙였던 권력기관 개혁 관련 입법에서는 국정 동력을 과도하게 소모해버리며 확실한 결실 없이 정권이 끝나는 모습을 봤지 않는가. 게다가 어쨌든간에 압승은 압승이기 때문에, 현재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쇄신의 계기도 딱히 마련되지 않고 계속 곪아 갈 것이다.


의석 수와 별개로 구체적인 판세를 통해 민심을 짚어 볼 수도 있다. 일단 민주당이 압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긍정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면서 끌고 간 선거가 아니다.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심판 정서, 그리고 역으로 이재명, 조국에 대한 심판(?) 정서만이 선거에서 부각되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먼저 수도권 격전 예상지역들에서 민주당이 대부분 패배한 것뿐만 아니라, 서울 지역구들 중에 원래대로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곳들에서도 생각보다 접전으로 아슬아슬하게 이겼다는 점은 민주당이 대단히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특히 도봉갑, 마포갑, 동작을에서의 패배, 송파병, 영등포을, 강동갑 등에서의 아슬아슬한 승리는 왜 그렇게 되었는가 이유를 꼭 알아야 한다. 아무리 지역특색의 변화가 있었기로소니, 각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정치역량에 대한 반성도 반드시 필요한것이다.

또한 PK 격전지에서 은근히 기대했던 곳들 중에서도 단 한 곳도 가져가지 못하고 오히려 21대 총선보다 더 안 좋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즉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론에도 불구하고, 원래 민주당을 안 뽑던 사람들까지 민주당을 뽑으러 투표장에 나오게 하는 데에는 실패했고, 그렇기 때문에 의외의 곳에서 의석을 넘는 이변을 일으키지 못한 것을 넘어서, 오히려 밀리면 안 될 곳들에서도 상당부분 따라잡히거나 밀려난 것이다.

즉 의석 수에 비해서 선거의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민주당에게 생각보다 좋지가 않다. 이런 걸 감안하면 자칫하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지지부진한 선거가 될 수도 있었는데, 조국혁신당이 등장해서 선거판에 활기를 확 돌게 만들면서 지지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오히려 민주당세까지 같이 견인해 준 면이 있다.


결국 대통령실 입장에서도 겸허한 태도로 돌아설 계기가 없고, 민주당 입장에서도 당내 쇄신의 계기 및 지금까지와 질적으로 다른 개혁적 국회운영의 동력이 없으므로, 당분간은 별다른 일이 없는 한은 각종 민주당 취향의 입법과 그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민주당의 특검 시도, 정부의 언론장악 등 지금까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답답한 정국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대통령실이 주요 사건사고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인정하고 정석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정말 단 한 차례도 못 본 것 같은데(...) 이런 모습은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대통령 본인의 태도 변화를 통해 꼭 좀 바뀌었으면 한다. 걱정에 비해 선방한 부분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참패했다는 큰 결과를 바탕으로 겸허한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개혁신당의 이준석은 좋으나 싫으나 커다란 정치적 자산을 얻은 것은 사실로 보인다. 여당 당대표 자리에서 노골적인 대통령실의 의중으로 완전히 쫓겨났는데도, 애매한 태도 없이 얄미울 정도의 선명한 반윤석열 스탠스를 보여주며 혼자 힘으로 살아 돌아와서 마침내 당선이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종일관 밀리는 결과가 나오다가 개표에서 드라마틱하게 당선되는 서사가 생기면서 보도도 많이 되고 국민들의 인상에 남았기 때문에, 의석 수에 비해서 더 많은 주목을 받고 향후 주요 선거에서도 일정 정도 존재감을 발휘하지 않을까 싶다. 약자 계층에 대한 혐오, 차별 정서에 의존해서 정치적 기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성장해 온 면이 크다 보니 개인적으론 퍽 우려가 된다.


조국혁신당은 대정부 강경노선과 함께 조국 후보의 대표 컨텐츠인 '사회권 선진국'을 내세우면서 민주당에 비해 조금 더 선명한 진보개혁적 색채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것 자체는 좋지만 대기업 임금 제한 등 괴상한 정책으로 지지자들에게마저 의문을 사고 비판을 받는 등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 주요 정당치고는 역대 한국정치에 없었던 수준의 서울 강남 엘리트 편중도 큰 한계점이다.

창당 초기 목표보다 훨씬 많은 의석으로 당선이 된 얼떨떨한 상황이고, 나라의 체질을 바꾸는 진보개혁적 의제와 정권심판이라는 커다란 사안들을 제대로 추진해 나갈 실질적인 실력이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이준석과 함께 정권이 불편해할 만한 구도를 연출하면서 일정 정도 의석을 차지한 것은 사실이므로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 정부여당은 입시비리 범죄혐의자라는 낙인을 가진 조국이 이렇게 돌풍을 일으키는, 3년 전은 물론이고 반년 전에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결과가 왜 나왔는가 한번 겸허하게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녹색정의당은 오랜 기간 정의당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해오면서 인지도는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해서 결국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에 놓였다. 이 결과를 현실적으로 본다면, 좋으나 싫으나 민주당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 같다. 단독으로 지역구 후보를 당선시킬 능력까지는 없었고, 정의당의 주요 후보가 있되 민주당과 단일화를 해야만 야권이 이길 수 있는 아슬아슬한 지역구도 크게 없다 보니, 단일화의 동기도 양쪽 모두 크게 없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결국 소수정당에 좋은 쪽으로 작용을 하지 못했다. 정의당과 민주당의 심리적 거리가 8년 전에 비해 매우 멀어졌고, 반쪽짜리 비례대표제로 인해 탄생한 기형적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도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진보당보다도 안 좋은 결과를 받아들게 되었다. 민주당이 당분간 관심을 갖지 않을 것 같은, 정의당이 상징해 온 진보적 가치들이 의회정치에서 어느 정도 명맥을 유지하면서 이슈파이팅이 되면 좋은데 참 답답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번 선거를 보며 전혀 기쁘지 않고 미래에 대한 기대가 안 되었던 이유를 얘기해보자. 그 이유는 중단기적으로 여의도 정치 구도가 큰 변화 없이 계속될 것 같아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내 생각에 위의 모든 논의를 뒤로하고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정책 실종 선거, 그중에서도 청년 실종 선거였다. 상대방 진영에 대한 심판론이 선거의 주요 동력이 되었고 정책 공약, 심지어 정치이념의 이슈마저 이에 묻혀 버린 느낌이 있다.


사람들이 종종 이야기하는 '어차피 누가 되든 똑같어~' 라는 클리셰 같은 정치혐오적 언설은, 우리나라의 지금까지와 같은 성장세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야 아주 큰 틀에서는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위기와 불가역적인 기후변화를 비롯한 세계 체제의 총체적 위기에 더해서, 선진국이라면 으레 접어들게 되는 저성장이라는 국면, 그리고 극단적 저출생과 서울집중이라는 거대한 망국병까지 앓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외교안보 환경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라의 체질을 어떻게 개혁할지를 결정해서 최대한 파국 없이 연착륙을 하려면 효과적인 정책을 통해서 선제적,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어느 세력이 집권해서 4~5년간 어떤 정책을 집행하느냐가 그야말로 나라의 미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는 결국 미래세대를 타겟으로 한 정책들이 적시에, 애매하지 않고 확실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구감소 때문에 청년 세대에 대한 정치적 주목도는 오히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막힌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망국병의 직접적인 여파가 목도되기 전에 나라의 체질을 개혁하는 선제적인 대응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확실한 근거는 없는 느낌이지만, 딱 우리 세대쯤이 그 여파를 방파제 없이 정면으로 맞고, 그 이후 세대쯤부터 부랴부랴 대책이 마련될 것 같다는 (그리고 그때쯤이면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이미 늦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좋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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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30일 토요일

차이의 감각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행동의 LLM 표현공간을 이용한 모형화 제안

다개체 동역학 시스템(Multi-agent dynamical systems)의 관점에서, 타 개체에 대한 아주 원초적인 호불호의 감각들과 기본적인 사회적 행동의 규칙들만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복잡다단해 보이는 social behavior들 (대표적으로 이지메 같은 것)을 재현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것들이 재현된다면, 반대로 최소한의 개입으로 특정한 현상을 억제하는 external control도 개발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의 아주 원시적인 버전을, 2018-2 학부 시절에 수강한 최적제어이론 수업 프로젝트에서도 풀어낸 적이 있다. 그 때 내가 다룬 문제는 이지메는 아니었고, 죄수의 딜레마 (정확히는 죄수의 딜레마를 연속 시간 및 연속적인 협력도에 대해 일반화한 CAIPD라는 모형) 때문에 낮은 수준의 협력에 머무르고 있는 동역학계가 있을 때, 한 agent에만 외부 제어입력을 가함으로써 인위적으로 협력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협력도를 높이기 위한 최적의 제어입력을 구하는 것이 해석적으로 풀리는 문제는 아니어서, 기본적인 분석만 한 뒤에 제약된 조건에서 의사-최적 해를 수치적으로 구했다.


여기서 중요한 목표는 당연히 최종 시점의 협력도를 높게 하는 것인데, 이것을 약간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나는 시간에 따른 두 개체의 '협력도 차이의 누적량'을 최소화하라는 조건도 넣었다. 사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최종 협력도가 높더라도 한쪽만 협력 의사가 많고 다른 쪽은 협력 의사가 별로 없을 경우 상당히 stressful한 상황이 되고, 실제 고도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목표 달성은 실패하고 있는 상황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개체들간에 고도의 지적 판단 없이도 본능적으로 느끼고 표출하는 '차이의 감각'이 서로를 이해하거나 배제하는 핵심 기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내 오래된 직관과도 관련이 있다. 간단하지만 지금 봐도 꽤 재밌는 디자인이다.


그런데 그런 원초적인 호불호의 감각이나 다양한 감정에 해당하는 internal state를 그럴듯하게 모형화하는 것이 어렵다 보니, 이 프로젝트는 각 개체의 상태가 '협력도'라는 단 한 개의 축으로 되어 있는 지극히 간단한 모델을 이용하여 수행되었다. 게다가 더 심한 문제는, 개체에 가해 주는 외부 입력의 인간학적 해석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그냥, 이유는 모르지만 한 개체가 갑자기 협력할 의사를 갖게 될 뿐이다. 겸손하게 말하자면, 협력도를 높이라고 시켰으니 당연히 높아지는 상황 정도에 그친 것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낮은 협력도를 유지하게 만들어진 모델인데도, 한쪽만 일부러 높여 주면 다른 쪽이 같이 올라갈 수 있다는 내 관찰은 죄수의 딜레마 모델의 동역학적 특성에 대한 분석으로서 의미가 있기는 하다.


여하튼 이러한 한계의 이유는 더 말할 것도 없이 모델이 너무 단순해서이다. 그러나 이를 굳이 거창하게 말해 보자면, 내가 사용한 모델의 internal state가, 외부 입력에 의해 간접적으로만 액세스되는 인간의 감정적, 사회적 특징을 모사하지 못했고, 그 이전에 state space의 차원 (협력도라는 1차원 축) 자체도 그런 일을 절대 수행하지 못할 만큼 낮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 보니, 제대로 된 모델이 떠오르기 이전에는 이 주제와 관련해서 더 자세한 탐구는 하지 않게 되었었다.


생성AI 시대가 된 지금, 오랜만에 이 주제를 꺼내 보고 다시 떠오르는 게 있다. 먼저 위와 같은 감정적인 부분에 대한 internal representation을 갖고 있는 LLM agent들을, 그런 부분들 위주만으로 남겨서 경량화하거나 미세조정(fine-tuning)한다. 만약에 경량화시키는 방식 자체를 달리하거나 혹은 노이즈를 주어서 agent별로 약간의 차이를 두면, 이는 사람별 성격 차이 혹은 인지 도식의 미세한 차이에 대응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representation을 여러 방법으로 뜯어서 이해해 본다.

그 다음에 특정한 상황을 제시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여러 agent들 사이에 최소한의 짧은 사회적 상호작용들과 의사소통을 하게 한다 (이런 것 자체는 이미 여러가지 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그 종류에 따라 LLM으로 하여금 서로 다른 emotional, social한 representation을 시시각각 동원하게 할 것이다. 만약에 경량화를 했더니 상황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고 인간적 능력이 깎여 나가는 것이 관찰된다면, full weight를 가지면서도 최소한의 짧은 상호작용만을 하는 stylized output을 내도록 프롬프팅을 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한 다음에 dialogue의 한 round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관찰을 하면, LLM이라고 특별한 취급을 할 것 없이, 정해진 weight 값과 약간의 stochasticity를 바탕으로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어떠한 연속시간 동역학계라고 간주할 수 있다. 물론 LLM인 만큼 굉장히 차원이 크겠지만, 로컬에서 inference할 수 있게 경량화된 LLM 같은 것도 있다고 하니 비용 면에서 아주 불가능한 수준의 일은 아닐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어진 설정과 외부 환경 하에서 각 개체별 차이에 의해 어떤 social behavior들이 창발하는지, 각 개체들이 어떠한 역할에 놓이게 되는지 관찰해보고, 그러한 현상들이 각 LLM agent들의 고차원 internal representation에 비추어 볼 때 어떠한 인간학적 해석을 갖는지까지 뜯어본다면, 서두에서 언급한 내 오래된 상상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룰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런 작업의 결과가 실제 사회학이나 심리학 같은 게 될 수는 없겠지만, 통계물리에서도 일부 진행하고 있는, 협력, 진화, 생태 등에서 영감을 받아서 단순화한 모형을 다루는 비선형 동역학 연구에는 포함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거대 딥러닝 모델이 자신에게 주어진 loss를 minimize하기 위해 알아서 형성해주는 고차원의 internal representation들을, 우리가 그냥 주어진 고정된 물체처럼 생각하고(?) 다방면으로 꺼내서 쓰면서 또다른 연구들에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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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7일 수요일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부족한 한국의 이공계 박사 취업 환경

내 생각에는 이공계 박사 배출인력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는 절반의 진실이다.


이공계 박사 졸업 후에 전문성을 살려서 갈 만한 일자리의 숫자 자체가 부족하고 (아카데미는 말할 것도 없고, 박사 인력들을 받아서 혁신적인 연구개발을 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인더스트리 쪽이), 그에 따라서 챌린징한 학위연구의 경험을 정석적인 아카데미나 혁신적인 산업현장에서 활용할수 있는 루트가 부족하다.


그렇다 보니, 박사를 학력이라는 개념으로, 타이틀이 필요해서 따는 경우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이로 인해 박사 인력의 질적 저하 얘기가 종종 나오는 것 같다. 그러면 현장에서도 그런 박사인력의 수요 자체가 불필요해지고, 악순환이 생기게 된다.


그렇다면 그러한 혁신적인 산업분야가 어떻게 등장하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하는데,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와중에도 진짜로 미래먹거리가 될 수 있는 돈을 벌어 오는 곳들이 생기고, 그것을 보고 이공계로 인력이 많이 유입되는 선순환이 있어야 될 것 같다.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느낌이 있는 것인데, 그 선순환의 고리를 되살릴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다.

메디컬의 질적 상승이 해외 돈을 많이 벌어 오는 고마운 부문이긴 하겠지만, 규모 면에서 반도체나 전자제품 제조 급으로 나라의 미래먹거리와 사람들의 일자리를 제공해 주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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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0일 수요일

거대모델이 건설되는 기술사회학적 과정, 그리고 90년대의 딥러닝 역사

삼전 DS부문 경계현 사장은 박사학위를 1994년에 뉴럴 네트워크를 결합한 로봇 제어기법으로 받았다. 이러한 이력을 보고 떠오른, 그러나 이 분 자체에 대한 인물평은 전혀 아닌 몇 가지 생각들을 써 본다.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칩 개발을 리드하는 경계현 사장.



경계현 사장의 1994년도 박사학위논문 서지사항.


AI 칩 관련 기술혁신 최전선의 돌파구를 탐색하는 데 있어서, 현재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을 뉴럴 네트워크 분야에 대한 이분의 학술연구 경험이, 주로 반도체 설계와 관련해서 삼성전자 내에서 쌓은 혁신적 리더십 경험에 견줄 만큼의 구체적인 도움이 되고 있을 가능성은 사실 높지 않을 것 같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0년대에 인공신경망 연구를 했다는 것은 개인사적으로 재미있게 느껴지는, 개인적 소회가 어떠실지 무척 궁금해지는 지점이기는 하다.

여담이지만 나는 학사졸업연구를 전기과 내의 제어 트랙에서 다개체시스템 제어 쪽으로 했는데 (트랙이란 것은 공식적인 것은 아니고 그냥 졸업연구를 제어 연구실에서 해 보았다는 정도이다), 이것이 경계현 사장님이 졸업한 제어계측공학과의 후신 격인 테크트리라는 점에서 또 한 번의 공연한 친밀감을 형성해 본다.


다음으로, 이 박사논문이 뉴럴네트워크 중에서도 하필 로봇제어에 대한 응용이다 보니 또 다른 생각들도 떠오른다. 그 얘기를 조금 해 보자.

딥러닝 중에서도 극히 최근의 패러다임(2020년 부근에 본격화된)은 초거대 모델을 수많은 데이터로 사전학습(pre-training)시킴으로써, 밑바닥부터의 재학습 내지는 전이학습 없이도 수많은 종류의 과제를 비교적 쉽게 수행하게 한다. 이는 전통적(?) 즉 2012년경부터 2010년대 후반쯤까지의 딥러닝과도 양적, 질적으로 꽤나 구분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본다.

이러한 패러다임에서는 인류 전체가 산발적으로 생산하고 축적해온 데이터가 급격하게 일원적으로 수집되고 통합됨으로써 거대모델 구축에 활용되는 무척 흥미로운 기술사회학적 과정이 작용한다. 이러한 과정은 이미지(text-to-image generation), 텍스트(ChatGPT 등의 거대언어모델) 등 여러 도메인에 걸쳐 순차적으로 일어나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로봇 제어에 필요한, (좁은 의미의)기계적 상호작용과 관련된 운동학 및 제어공학, 비디오 등과 같은 도메인의 데이터 및 메타데이터들 역시 이러한 초거대모델 구축에 사용될 수 있게 수집되어 초거대화되는 과정이 급격히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이를 통해, 로봇들로 하여금 언어 프롬프트 기반으로 놀랄만큼 세련되고 복합적인 동작적 과업을 수행하게 하는 연구들도 속속 소개되고 있다. 물론 그러한 동작을 실제 가능하게 하는 하드웨어의 발전이 느리다는 문제도 있으나, 그러한 제약까지 고려해서 최대한 성공적인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들도 등장할 것 같다.

아마 생각보다 꽤 빠른 시일 내에 ChatGPT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대중을 놀라게 할 돌파구가 로봇 쪽에서 다수 소개되지 않을까 한다. 그러한 기술들의 등장을 목전에 둔 지금의 시점에서, 위와 같이 90년대에 연구된 인공 신경망 기반의 로봇제어를 다시 찾아보고 사유해 보게 되면, 귀여운 아기토끼 같으면서도 먼 고대의 조상님처럼 느껴지는 것이 우리들에게 굉장히 독특한 기분을 선사할 듯하다.

90년대 당시와 지금의 신경망 연구를 조금 더 제너럴한 센스에서 비교해 보자면 상당히 양면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일단 먼저는 '엥 그때도 이런 용어들이 있었다고?' 싶을 만큼 주요 essense는 이미 그때 다 연구되어 있었구나 싶은 때가 있다. Teacher-student framework를 다루는 아래의 통계물리학 논문 캡쳐처럼 말이다.

Teacher-Student framework를 통계물리학의 관점에서 풀이한 1999년도 논문의 첫 장.


여담이지만, GPU를 뉴럴 넷 학습에 사용한 초창기 논문 중에서도 국내 학자들에 의해 연구된 것이 있다.

인공신경망 학습에 GPU를 사용하는 방법을 제안한 2004년도 논문의 첫 장.


그러나 한편으로는 딥러닝을 실제로 tractable하게 만드는 여러 노하우 및 신기술들의 도입과 계산 성능의 발전으로 인해, 지금과 그때의 인공신경망 연구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단절에 가까운 완전히 상이한 모습으로 변화했기도 하다.

아무쪼록 딥러닝의 발전사를 추적할 때, AlexNet 및 알파고뿐만 아니라, 자연과학과 공학 양쪽에서 나름의 성과를 축적했었던 90년대까지의 역사도 더 많이 주목받고 탐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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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3일 수요일

웨딩업계 소비자 권익 강화 정책을 환영한다

내년부터 '스드메' 가격 공개 의무화...웨딩업계 횡포 막는다

입력 
 
수정2024.03.13. 오후 2:33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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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산업 관련해서 재미난 소식이 기사로 나왔다.


웨딩산업은 고객들이 이왕 하는 거 불쾌한 요구를 받더라도 얼굴 찌푸릴 일을 되도록 안 만들어야 액운이 안 붙고(?)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는 데다가, 기본적으로 한 번 하면 끝이니까 (물론 아닐수도 있지만) 지속적 고객 관리가 불필요하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그러다 보니 폭리나 각종 암묵적인 추가금, 혹은 금전 외적으로 정성을 들인 선물 등을 관행적으로 요구하는 것, 그리고 여러가지 가능한 옵션들 (대표적으로 드레스 사진 등) 과 그 가격 등을 웹에 공개하지 못하게 해서 정보를 통제하는 것, 이미 다 찍은 사진들인데도 최종 선택본 외에 다른 것도 받아 보려면 추가금을 내야 하는 것 등등, 국민 일반이 한번쯤 거쳐가는 산업치고는 굉장히 불투명하고 문제가 많다.

물론 수완을 발휘해서 크게 횡포를 당하지 않고 깔끔하게 잘 처리한 멋있는 커플도 많은데, 얘기를 들어 보니 아무리 본인들이 실속있게 잘하려 해도 예상못한 일이 생기는 등 쉽지가 않다.


이런 것이 요새 사람들이 결혼 꺼리거나 미루는 이유, 혹은 결혼 하기로 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그것을 피곤하고 힘들다고 느끼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한 10%는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소비자 조합(?) 같은 걸 만들어서 대응해야 된다고 생각해 왔고 이에 관해 자세히 포스팅도 해보았던 바 있다 (블로그에서 해당 포스팅 보기: 링크). 장례식 같은 경우는 상조회사가 보편화되면서 실제로 그런 문제들이 꽤 많이 해결되었다고 듣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위와 같이 기사로 나온 방안은 상당히 괜찮은 것 같고, 결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피부에 와닿는 변화를 줄 수 있는 것 같다.

다만 이전 포스팅에서도 지적했듯이 이러한 제도가 일단 실효성있게 작동을 해야 하고, 여러 업종의 사람들이 차례차례, 혹은 동시에 관여되는, 그리고 고객들이 취향에 따라 표준화되어있 지 않은 특별한 요구를 해 올 수도 있는 웨딩 특유의 복잡한 비즈니스 파이프라인을 고려해서, 과도한 불편이 야기되지 않게끔 실정에 맞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결혼은 사치재다" 라는 말은 물론 결혼식 하나만 놓고 얘기하는 건 아닐 것이고, 내집마련 등도 포함하는 얘기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 말이 정설처럼 통하고, 심지어 딱히 잘못된 것도 아닌 것 같은 작금의 세태는 참 안타깝다. 결혼에 대한 이러한 부담감이, 결혼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인 결혼식에서도 고스란히 농도짙게 드러나고 있다.

물론 청년들이 조금씩 희생하고 양보할 생각, 돈 쓸 땐 써 가면서 살겠다는 생각을 점점 안 하고 금전적 손익만을 따진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하지만 설령 그런 태도가 유의미하게 실재한다고 하더라도, 기층문화가 아닌 규범문화를 먼저 혁신하고 생애주기별 금전 부담을 줄여서 간접적으로 바꾸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기도 하다. 지금의 극도로 낮은 혼인율과 출생률은 미래에 나타날 사회상의 원인이기 이전에, 지금까지의 사회상이 만들어낸 결과 아니겠나.

충분한 정보와 자율적 판단에 따른 여러 선택지를 충분히 보장하면서도, 혼인 부담을 낮추고 결혼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벼랑 끝과 같은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에 국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런 것들을 사소한 부분이라도 하나씩 고민해 나가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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