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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28일 화요일

[음악 추천] Goliaths disarm their Davids - In Flames (원곡 및 커버 공연 영상)

Goliaths disarm their Davids - In Flames


최근에 참여하고 있는 밴드의 지난 2월 15일 공연에서 셋리스트 중의 하나로, 멜로딕 데스메탈 밴드 In Flames의 Goliaths disarm their Davids라는 곡을 공연했다.
(원곡 들어 보기: Youtube 링크)

파워풀하고 매력적인 메인 리프를 가진 이 곡은 살짝 예스러운 느낌이 있지만 그럼에도 촌스럽지 않고 아름다우며, 멜데스의 정수를 이른 시기에 상당부분 달성하고있다. 인플레임스의 주요 정규앨범만 들어 봤다 보니 몰랐던 곡인데, 이번 공연 선곡 과정에서 이 곡의 존재를 알고는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내 추천으로 셋리에 올렸다.
이 곡을 악기별(주로 기타)로 스튜디오에서 커버한 영상은 Youtube에서 꽤 여러 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공연에서 풀 세션으로 연주된 영상은 내가 열심히 검색해 본 바로는 (인플레임스 자신들의 공연을 포함해서) Youtube에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추측컨대 아마 처음에는 보너스 격 EP로 발매된 뒤에 정규앨범 Jester Race, Whoracle의 일부 재발매판에만 수록되어 있다 보니 (그래서 해당 앨범들은 자료에 따라서 이 곡 포함 여부가 다르다), 인플레임스 자신들도 라이브에서 선보일 기회를 마땅히 만들지 않았고, 커버 밴드들 입장에서도 제대로 하려면 기타가 3대 이상은 필요하므로 공연에 올리기는 애매했던 듯하다.

이렇듯 커버 공연 영상을 찾아보기 어려운 곡을, 001 클럽에서 녹화해서 올려주셨으니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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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17일 금요일

다시 87년을 생각한다: 막연한 낙관은 자제하되 국민들의 지혜를 믿어보자

비상계엄 사태를 그동안 엄중하게 지켜보면서도 국민의 민주적 의지와 제도를 믿고 잘 버텨 왔는데, 요 며칠 사이에는 스트레스가 어떤 임계점을 넘어 버린 듯하다.

나는 군대가 동원되어 버린 이번 반헌법적 사태의 중대성에 비해 국민의힘의 태도가 대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단순한 당리당략 문제를 넘어 헌법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본다. 무려 당 공식 조직인 '진짜뉴스 발굴단'에서 가짜뉴스를 살포하고, 기초의원부터 중진 국회의원까지 곳곳에서 계엄 선포 자체를 아예 옹호해 버리는 등, 위헌 위법적 비상계엄에 대한 선 긋기조차 거의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너무 화가 나고 걱정이 된다. 오늘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정치 고관심층 친구들한테 이걸 솔직하게 토로해 보고, 몇 시간 전에 내가 신뢰하는 페친 분의 포스팅도 보고 나니, 이런 내 생각이 중도층 생각과 많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늘 calibrate해야 되는 것 같기는 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문제있는 경제관이나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성격(먹사니즘, 빛의혁명 등 특유의 독자적인 어휘 사용을 보면 짐작이 된다)은 나 역시 지극히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재명 일극 체제가 너무 공고해져서 딱히 경쟁할만한 유력 주자도 없고, 그렇다고 새로운 흐름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부적인 계기도 없는 작금의 민주당 상황은 심히 유감스럽다. 대선 주자급 정치인들의 층은 국민의힘이 훨씬 두터운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그냥 균형 맞추려고 적당히 섞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이다.

그런데도 나는 이런 걸 논할 시점이 아직 전혀 아니라고 느낀다. 일부러 말을 자제하는 정도가 아니라, 탄핵 인용 결정이 나고 윤석열 측이 파면을 확실하게 승복하기 전까지는 일단 차기 대선에는 정말로 아무 관심이 안 간다... 이런 내가 이상한가 싶다. 군 부대의 국회 투입이라는, 통상의 정치 사안과 궤 자체가 다른 잘못을 저질러 버린 윤석열의 혹시 모를 정치적 복권(탄핵 기각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이나, 그 잘못의 심각성을 부정하거나 아예 적극 옹호하고 있는 극우세력 쪽으로 보수정당 주류가 아예 고착되는 것에 대한 위기감만이 오직 최우선적으로 든다. 이게 지금의 내 솔직한 심정이다. 게다가 19대 대선과 비슷한 '어대명' 상황도 전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군을 동원한 국가폭력의 무서움과 중대함을, 중도층을 중심으로 한 일반 국민들이 생각보다 너무 몰라주는 것 같아서 속상하다. 비상계엄이 조기에 해제되어서 결과적으로 피해가 없었다는 것 덕분에 (사실 없지도 않았지만) 일반적인 민주정치의 틀 내의 정쟁 사안이랑 비슷하게 취급되는 지금의 흐름이 너무나 답답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어떻게 쌓아온 민주주의인데.

그렇지만 이런 흐름이 존재하는 이상, 결국 이것도 건전한 사법과 정쟁의 틀 내에서, 더 좋게 말하면 민주정치의 절차적 방법으로 순리대로 풀어나가야만 한다. 위에서 언급한 페친 분도 얘기하셨듯이, 그러려면 어느 진영이든 일단 현상 자체를 먼저 인정하고 들어가야 인지부조화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내 페북을 오래 봐오신 페친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나는 유권자를 원망하거나 부정하기만 해서는 되는 게 없다, 현상을 받아들이고 시작해야 된다는 얘기를 정말 꾸준히 해 왔다. 이는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와 국민들의 반응이 일치하지 않을 때 꼭 국민을 탓하고야 마는 민주당 지지자들한테도, 그리고 호남표심을 자꾸 이상하다고 하고 인정을 안 하는 일부 보수 지지자들한테도 정말 꾸준히 해왔다. 이번에는 이걸 내가 나 스스로에게 새겨야 하는 시점인 듯하다.

내 지금 상태가 이럴진대, 비상계엄 사태가 이미 어느 정도 정리된 걸로 생각하고 벌써 이재명 등 차기대선 이슈를 적극 언급하는 국민들은, 아마도 순리대로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고 믿고 벌써 그 다음 국면을 생각하는 것이니, 나보다 현명하고 강인한 것일 수도 있겠다.


음모론적 극우가 없을 수야 없지만, 대통령 본인이 경도되어서 거기에 아예 힘을 실어 줘 버린 것은 정말 너무 대형사고다. 혹자는 미국정치와 현재 세계질서의 변동을 보면 극우의 등장은 언젠가는 겪었어야 할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우리 사회가 '이렇게까지는' 겪지 않아도 될 너무 큰 분열의 씨앗을 윤석열 대통령이 '너무 빠르게' 싹틔워 버렸다고 생각한다.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내가 오랫동안 경계해왔던, 기독교극우의 주류화가 이번 일을 겪으면서 빠르게, 비가역적으로 진행되어서 한국사회를 두고두고 괴롭힐 거라고 생각한다.

미래통합당 때 장외 위주로 극우 음모론이 득세한 것이 황교안 당시 대표의 행보 때문에 일시적으로 그런 거라고 안심시키는 사람도 많았지만, 결국 그때 만들어진 것들이 지금까지 영항을 발휘하면서 지금의 이 사단을 일으킨 것 아닌가.


이런 내 우려가 과도한 것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진입, 정치인 체포 시도 등 일련의 사태의 반헌법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한게 아니라, 그것들은 너무 당연히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굳이 언급을 안 하고 그 이후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길 바란다.

국민의힘이 지금 정권을 뺏기면 안된다는 위기감 때문에, 마일드한 수준의 민주당 비토부터, 무려 당 공식 조직이 스카이데일리를 그대로 받아쓰는 수준의 심각한 가짜뉴스까지 모든 스펙트럼의 주장들을 일시적으로 여과없이 내보내는 것일 뿐이길 바란다 (물론 공당으로서의 공보기능이 마비된 수준의 그런 가짜뉴스 살포는 끝까지 기억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상황이 정리되고 나면 국힘 지지 유권자들의 다수도 반헌법적인 계엄에 대해서는 철저한 비판적 인식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지도자의 권위주의적 행보를 자연법칙화해서 책임에서 이탈시키는 우파 지지자들의 특이한 습관을 이번에는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찌됐건 나는 탄핵 인용과 정상적인 승복 전까지는, 대통령이 계엄군을 동원해서 국민들과 대치시킴으로써 일촉즉발의 폭력에 노출시킨 사태의 중대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그걸 잊거나 가벼이 여기는 의견들에 대해서는 지극히 비판적인 생각을 유지할것이다. 차기 대선은 그 이후에나 머리를 굴려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다. 누군가는 너무 비장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수 있지만, 이것도 결국 내 관심사에 따라 내가 할수 있는 일에 대한 내 판단인 거니까.


다시 87년을 생각한다. 정보가 차단된 채 진행된 고강도의 훈련으로 악에 받힌 계엄군을 동원하여 아예 실제로 국민을 학살하는 결과에 이르고, 그 이후로 7년이라는 시간 동안의 독재까지 했던 전두환 정권이 1987년에 끝나게 되었을 때, 양김의 분열로 인해 민정당 내 다른 세력도 아닌 전두환의 최측근 노태우가 당선되어 버렸다. 이를 보고, 민주화를 열망하던 국민들의 절망감은 대체 어땠을까 싶다. 그런 시간조차도 한국인들은 버텨왔고 민주화를 정착시켰다. 그러니 이번 상황도 잘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비합리적인 기대를 가져 보게 된다.

다만 1980년대에 비교해서 지금의 한국은 엄연한 세계 10위권 선진국으로서 너무 잃을 게 많은 나라가 되어있긴 하다. 국격과 국가 경제의 낙차가 발생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나 크다. 게다가 경제 성장 분위기 속에서 대통령 직선제라는 성취라도 얻어 내면서 정치적 진전과 희망이 없지 않았던 87년과 달리, 지금은 나라의 여러 상황 전체가 그렇지 않아도 근시일 내에 고점을 찍고 급격히 하락하는 게 예정되어 있던 시점이다.

그리고 이번 사태가 최대한 잘 해결되어 봤자 이번 사태의 빠른 수습과 세계에 자랑하던 민주주의의 원상회복 정도이지, 나라가 딱히 진전되거나 성취를 얻을 부분이 없어 보인다. 이런 점에서는 87년에 비해서 미래지향적 계기를 찾기 더 어려워보이는 면도 있다. 또한 정치엘리트들이 어떻게 다룰 수 있는 크기가 아닌 민간의 극우 및 극우기독교 조직이 너무나 커진 상태라는 점도 상당히 부정적인 지표다.


그러나 디테일에 있어서는 개혁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 배우고 기억할 부분도 분명히 많이 보인다. 내 생각에 먼저 5년짜리 왕과 다를 바 없는 대통령의 과도한 권위를 더욱 분산하는 제도와 관례를 확립해야 한다. 경호실이 본연의 기능을 넘어서 정치적 최측근이 되는 것을 막는 장치를 만들고, 심기경호라는 잘못된 개념도 철폐해야 한다. 군 일부 고위 인사들과 일부 일선 부대 내에서 아직까지 이어져온 잘못된 인식을 타파하고 헌법과 군의 역할에 대해 더욱 철두철미한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번 일은 아마도 뉴미디어 음모론에 국가지도자 자신이 경도되어 반민주적 군사개입까지 일으킨 최초의 사례로 보이므로, 굉장히 중요한 화두를 전세계에 던져주고 있다. 이런 일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지 앞으로 한국인들이 활발하게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루하루가 아까운, 나라가 성장을 점점 멈추고 미래를 위한 동력도 안 보이는 지금의 상황에서 나라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기 위한 각 부문의 정책논의가 반드시 적극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 물론 계엄 때문에 더 밀린 것 같긴 한데, 연내에 결국 상법개정 하나 합의를 못 한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다.

암튼 이것저것 많이 썼는데 결과적으로 하고 싶었던 것은, 이렇게라도 내 생각을 풀어내고 반대 의견들과 비교해 봄으로써 요새 임계점에 달해있는 스트레스를 좀 식혀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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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5일 일요일

경호의 직업윤리: 심기경호라는 개념을 근절해야 한다

경호처는 끝까지 신명을 다하겠다는 표현을 쓰면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저지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일이다. 대통령 신분인 개인의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고 법원이 판단한 상황이라면, 관계 기관과 협의해서 대통령의 신체의 안전이 보장되게 하면 되고, 실제 과거 사례에서도 그랬다는 것 같다.


경호실/경호처는 공무원으로서 합법적 범위에서 경호 업무를 하면 되는 조직이다. 정무적인 성격이 강한 대통령비서실과 달리, 경호처 직원들 중에는 정권에 관계없이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대통령 경호업무를 해온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알 수 있다 (경호처장은 정무직공무원으로 분류되고 있기는 하다).


이번 일은 단기적으로는 그들 모두를 공범으로 만드는 일이고, 장기적으로는 대통령을 초법적으로 수호하는 집단적 경험을 시키면서 조직의 모럴을 근본적으로 왜곡시키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차지철, 장세동부터 최근의 김용현까지, 경호실/경호처장에 대통령 최측근이 임명되어서 대통령과 정치적 논의까지 주고받으며 사병화, 권력기관화 되는 아주 안 좋은 현상이 현대사에서 꾸준히 나타난다. 현재 경호처도 김용현이 확립한 그런 모럴 하에서 행동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이걸 반드시 막아야 한다. 대통령경호처 말고 다른 어떤 경호원이 그런 식으로 하는가. 장세동이 만든것으로 알려진 '심기경호'라는 단어부터가 지극히 잘못되었다. 자랑스러운 단어가 아니고 부끄러운 단어여야 한다. 찾아보니까 김영삼 정부에서는 내부 승진으로 경호실장을 뽑았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채로 뽑았던데, 그렇게 해서 분위기가 정착될 수 있다면 괜찮은 방안 같다. 딸랑이들을 척결하고 심기경호를 근절해야 한다.


이런식으로 수사기관도, 헌법재판소도 다 무시하고 경호처가 그냥 버티면 어떤 조치이든 실질적으로 집행할 방법이 없다는 게 너무 참담하다. 12월 3일 이후 지금까지 국민들은 분노하면서도 인내하면서 헌법적 절차에 따라서 모든 절차를 해 왔고, 그 마무리까지 물리적 폭력 없이 잘 되는 것이 이상적일 테다.


그런데 대통령실과 경호처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헌정 민주주의에 있어서도 너무나 안 좋은 선례를 다수 제공하는 것이고, 물리적 충돌이 없는 사법처리의 가능성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서 걱정이 너무 크다. 단 한 사람과 그의 파면을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세력이, 아무리 이기적이라도 그렇지 5천만 국민들을 이렇게까지 위험에 노출시킬 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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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6일 목요일

코토바 x 단편선순간들 합동공연 "당신은 재미있다" 후기

2024.12.17

코토바 x 단편선 순간들 합동공연 <당신은 재미있다> at 공상온도 @gongsangondo


늘 궁금하던 두 팀이 공상온도에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예매해서 보고 왔다.

단편선 님은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지인들의 언급으로 이전부터 이름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단편선 순간들이라는 이름으로 오랜만에 팀을 꾸려서 나오셨다는 걸 김로자 님 인터뷰(대중음악웹진 <온음> 인터뷰 전문: 링크)를 통해서 알게 됐었다. 인터뷰 내용이 뭔가 현대미술가 느낌이 나서 음악도 전위적, 개념적인 느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보니 음악이 내용적으로 굉장히 풍부하고 연주도 매우 탄탄했다. 특히 중간에 연주가 끝나는 듯 아닌 듯 하면서 계속되는 곡이 하나 있었는데 어떻게 어긋나지 않고 맞추어 연주하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단편선님의 액션이 생각외로 뽀짝하셔서 같이 간 친구한테 얘기했더니 원래 그게 포인트라고 한다.

코토바는 베이스 혜림 님의 공연 직전 부상으로 코토(?)가 된 채로 공연을 했다. 사운드에서는 베이스의 부재가 종종 느껴졌지만 박자가 복잡한 곡들인데도 역시 연주는 문제없이 이루어졌고 어떤 의미에서는 더욱 특별한 공연이 되었다. 이 분들이 하시는 장르는 매스 록(math rock)이라는 음악인데, 몇 년 전부터 찾아서 들어 보고 있는 프로그레시브 메탈 및 재즈 퓨전 쪽과의 연관성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됸쥬 님이 흥을 돋우는 건지 박자 맞추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중간중간에 멤버들을 바라보며 추임새를 하시는 것도 너무 신나 보이고 인상적이었다. 베이스님의 회복 후 완전체로 공연할 때 한번 또 가보고 싶다.

크지 않은 공간에서 하는 인디밴드 공연에서는 아까 전의 공연자가 잠시 후에는 관객이 되기도 하고, 잠시 후에는 스텝이 되기도 하면서 관객들과 다같이 섞이는 옹기종기한 느낌이 있다. 조금만 용기를 내면 이야기도 나눠 볼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꽤 재미있게 느껴진다. 물론 성격이 소심한 편인지라, 나 자신도 무대에 서는 공연에서 다른 팀 공연자 분께 자연스럽게 인사하는 정도 말고는 실제로 말을 걸어 본 적이 많지는 않다.

이외에도 라이브 공연에 오게 되면 음원으로 듣거나 유튜브로 덧글들과 함께 듣는 것과는 많이 다른 라이브만의 장점이 있어서,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많이 다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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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5일 수요일

デスメタルコリア 韓國メタル大全 - 水科哲哉 (데스메탈코리아 한국메탈대전 - 미즈시나 테츠야)

한국어-일어 번역가로 헤비메탈 관련 출판에도 일찍이 관여해온 미즈시나 테츠야(Tetsuya Mizushina)선생이 2018년에 출판한 책이다. 한국 메탈 밴드 300여 팀을 총망라해서 소개하고 있는데, 소수 팀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는 정기 간행물이 아닌 이러한 집대성 식 단행본 중에서는 양과 질 모든 면에서 국내에서 나온 대부분의 출판물을 압도하며, 텍스트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한국 음악의 흐름에 이해할 수 있는 도표 및 그래픽 자료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소장 가치 또한 상당하다.

모든 밴드에게 한 페이지 (각 챕터의 최후반부에는 1/4페이지) 정도를 할당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아주 유명한 팀도 비교적 간단히 소개되어 있는 점이 아쉽기도 하지만, 이를 달리 말하면 비교적 이름이 덜 알려진 밴드에 대해서도 유명 밴드와 비슷한 분량으로 다룬다는 뜻이기에 의미 있어 보이며, 내용도 피상적이지 않고 충실하다.

나는 일본어를 읽을 줄 모르지만 짧은 한자 지식과 Papago를 이용해서 몇 군데 읽어 보았는데, 단순히 밴드들의 공식 소개를 카피한 것이 아니라, 모든 밴드에 대해 저자가 직접 들어 본 뒤 앨범별로 설명과 소감을 적었고, 비슷한 스타일의 밴드들도 태그되어 있는 등 정성이 돋보인다.

우리 동아리의 멀지 않은 선배들이 주축이 된 팀들인 Liberalia, Purgatorium도 소개되어 있는 점도 무척 반가웠다. 저술 과정에서 굉장히 디깅을 많이 하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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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2일 일요일

어린이의 사물 애호: 원초적인 박물학적 충동

어떤 동식물이나 사물에 푹 빠져서 그걸 직접 보고 싶어하거나 비슷한 걸 더 많이 찾아보고 싶어하는 어린아이들의 욕구, 그리고 그걸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들어 주고 체험시켜 주려는 양육자의 노력을 볼 때면 나는 마음 속 한 곳에서 이상하리만치 깊은 인상을 받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 그 중에서도 보편적인 이해를 증진하는 게 아니라 신기하고 독특한 개별 사물들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하고 충족시켜 가는 과정은 주로 어린아이에게 허용되는 것으로서, 굉장히 원초적이고 단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이성적인 욕구인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아주 신기하고 인상적인 사물이나 현상을 보더라도 하루 종일 그것에 빠져 있지는 않게 된다. 그러다가 어린아이가 그러는 것을 보면, 누구나 한때는 어린아이였기에 그런 욕구가 너무 잘 이해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이런 것에 빠졌지 하고 다소 이해가 안 되거나, 약간 부담스럽고 어쩔 줄 모르겠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가 느끼는 그런 신기함이,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보편적인 가치가 부여되거나 의도가 투영되지 않은 작은 부분으로부터 유발되는 경우도 많아서 더욱 그렇다. 자연이나 인공물 중에서 무엇이, 어떤 부분이 어린이의 마음을 끌어당길지는 부딪혀보기 전에는 모르고, 그렇기에 뭔가 불가해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럴 때 어른들은, 이렇게 주변에 풍랑을 일으키면서까지 무언가를 알고 싶다,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라는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인간성의 정수가 담겨 있는 욕구를,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 다시 마주하게 된다.

우리 모두가 이렇게 각자의 관심사를 형성해나가며 고유한 '소우주'(microcosm)가 되고, 그것을 표현하거나 이해받고 싶어한다는 것은 무척 재미있으면서도, 생각할수록 감당이 안 되어서(?) 두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조금 무리한 주장일 수도 있지만 어린아이의 이러한 충동(혹은 이러한 충동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심정능력)이, 긍정적인 쪽이든 부정적인 쪽이든 인간사의 여러 위대한 도전들과 경악할 천태만상들을 일으키는 데에도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기서 '내 것으로 만든다'라는 건 그냥 내가 적당히 만들어서 쓰는 말인데, 소유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사물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신기함의 순간을 충분하고도 온전하게 느끼고, 그 신기하다는 감정의 정체와, 애초에 호기심이 유발된 이유를 캐치해서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의 총체를 뜻한다. 이를 좀 더 멋있는 말로 하자면 "박물학적 충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조금 더 단순하게, 꼭 이런 종류의 충동이 아니더라도 어린아이의 어떤 욕구를 양육자가 다소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조건없이 이해하려고 해 주고, 잘 대응해 주는 것 자체가 굉장한 사랑과 이해심이 있어야 되는 일이므로 이것은 당연히 따뜻하고 인상깊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친구관계를 비롯한 다른 욕구들에 비해서, 사물에 대한 호기심과 결부될 때가 나는 특히 더 인상적이고 각별하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아마 나 스스로가 아직까지도 사물과 현상을 애호하는 경향이 남들보다 굉장히 강하고, 그것들을 별 의미없이 찾아보고 감상하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걸 꺼리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나는 철덕도 아니고 수집가도 아니지만 이와 같은 심적 경향은 철덕 및 각종 수집광들과도 뭔가 맞닿아 있다고 느껴져서, 그들에게도 종종 내적 친밀감을 갖게 된다.

쓰면서 생각해 보니 나는 음식을 즐길 때에도 혀에 느껴지는 맛 때문에 먹고 싶어서 먹는 경우도 있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그 음식이라는 사물 자체에 호기심이 들고 마음이 이끌려서 애호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특히 디저트 종류가 주로 그렇다. 음식을 예로 드니까,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이러한 욕구가 소유 및 소비 욕구와는 묘하게 다르다는 게 더 명확해지는 듯하다.


이런 것과 관련된 몇가지 구체적인 기억도 있다. 가족들이 나를 여기저기 데려가서 이것저것 보여주신 경험은 일일이 기억은 안 나더라도 꽤 많이 있겠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것 중에 하나는 아래의 일화다.

어릴 때 나는 책이나 인터넷 게시판에서 본 신기한 것들을 부모님께 갖고 가서 보여드리는 걸 즐겼는데, 그 중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큰 꽃으로 유명한 '아모르포팔루스 티타눔' (나중에는 '타이탄 아룸'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더 많이 알려짐)이 신기했는지 꽤 여러 차례 보여드렸나보다.
근데 어느 날은 그 꽃이 한국에서 오랜만에 핀다는 신문기사를 보게 된 거다. 아마 학교에서 배부해 주는 소년한국일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역만리에나 있을 줄 알았는데 한국에서 핀다니 굉장히 신기해서 그 소식도 보여드렸다. 고양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검색해보니 고양꽃박람회에 타이탄 아룸이 왔다는 소식은 2013년대 이후에나 나오는 걸 봐서 어디였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그런데 아빠가 차로 거기에 가보자고 하시는 거다. 나는 그거 하나 보자고 거기에 데려가신다는 게 어린 마음에 너무 큰 일 같아서 (사실 어린 마음이 아니라 어른 되고 나서 봐도 귀찮은 일은 맞다) 살짝 무섭고 겁나는 마음 반, 고마운 마음 반으로 거기로 향했다. 걱정했던 대로 그 꽃은 며칠밖에 안 피는 거라 이미 져 버린 상태여서 그 화분에는 알수없는 흙덩어리와 팻말뿐이 없었고, 그렇지만 거기 행사장에 있는 다른 식물들을 구경하고 맛있는 걸 먹고 즐겁게 돌아왔었다.


이 일화가 기억이 나서 부모님께 여쭤봤는데, 아예 기억이 안 난다고 하시는 걸 보니 심하게 귀찮은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대신 엄마가 잊을 만 하면 얘기하시는 일화는, 집에 엄마 친구 분들이 와 계신데 내가 뜨거운 그릇(오븐에서 나온 도자기 같은 것)이 신기하고 예뻤는지 그 그릇을 만져보고 싶다고 해서 곤란했다던가 하는 류의 일화들이다. 그 때는 가만히 있게 조심시킨 다음에 열기가 느껴지게 꽤 가까이에 대서 위험하다는걸 알게 해 주셨고 친구 분들이 훌륭한 교육이라며 놀랐다는데, 정작 난 아예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확실히 결이 다르다. 물론 이 일화도 꽤 울림이 있기는 하다.


글을 마무리하며 한 가지 더 얘기하자면, 나는 사물 애호뿐 아니라 오래된 인터넷 공간들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묘한 기분을 느끼는데, 이에 대해서는 예전에 '인터넷 덧글창과 어린이의 마음: 원초적 정신의 관점으로'라는 제목으로 한 번 포스팅을 했었다. 이것도 링크로 공유해 본다.

링크를 다시 읽어 보니 본문의 내용과 공통점이 꽤 많다. 결국 둘 모두 인간의 정신에 있는 원초적인 계기들이 점점 합리화되고 간접화되면서 보다 세련된 이성능력과 의지를 구성하게 되고, 그러면서도 가끔씩은 그 원초적인 형태 그대로 튀어나오기도 하는 사태들을 다룬다. 나 스스로가 지금까지도 은연중에 갖고 있는 이러한 계기들을 정면으로 마주해 보는 것이 다소 불편하면서도 재미있게 느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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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IRA (1988) 관람 후기

애니메이션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되는 아키라(AKIRA, 1988)가 한국에서 재개봉했다는 소식을 스크린에서 내려가기 직전에야 알게 되어, 12월 22일 밤 시간에 CGV 혜화에서 관람하고 왔다. 영화 상영이 끝나니 11시 10분이 넘어서, 결국 귀갓길에 사당역에서 막차가 끊겼고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와야 했다.


익히 알려진 웅장하고 화려한 사이버펑크 배경들뿐 아니라, 뛰어난 작화와 높은 프레임에서 오는 아기자기한 장면들과 훌륭한 동세 묘사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또한 이 작품의 장면들에서 유래되어 클리셰적으로 쓰이는 연출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표적으로는 아키라 하면 모두가 떠올릴 정도로 유명한, 달리던 오토바이가 90도 선회하며 급제동하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날아오는 총알 등의 무기를 슬로우모션으로 (혹은 작중에서 실제로 느려지게 해서) 피하는 장면도 아키라에서 등장해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고 마침내는 매트릭스(1999)의 그 유명한 장면에도 오마주된 것이라고 한다.


스토리와 주요 설정들 자체도 매력적이었다. 다만 스토리의 전달 방식이 어딘가 뚝뚝 끊기고 등장인물들의 행동들도 잘 파악이 안 되다 보니, 어느새 스토리의 세부보다는 대략적인 얼개만을 기억한 채 장면 연출 위주로만 감상하게 되기도 했다. 알고 보니 원래 훨씬 길고 자세한 내용을 담은 만화책이 있고, 그 만화가 연재되는 도중 애니메이션화를 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만화책의 주요 사건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담으려고 하면 이렇게 뚝뚝 끊기는 느낌이 생기고, 그렇다고 특정 사건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면 내적 완결성과 박진감은 확보하지만 원작 팬들이 아쉬워할 뿐더러 일반 관객 입장에서도 뭔가 스펙타클이 부족하다고 느낄 공산이 생긴다 (후자의 예시로는 내 인생 만화 중에 하나인 BLAME! (브레임!)을 넷플릭스에서 애니메이션화한 것이 있다).

만화책의 애니메이션화에 따르는 위와 같은 한계를 차치하고서라도, 박진감 있고 활달하게 시작했다가 점점 아득해지고 멘탈해지는, 그리고 모든 소중한 것들이 세심하지 않은 방식으로 파괴되는 일본 만화 특유의 서사 전개는 여전히 내 취향과는 다소 멀게 느껴졌다. 어쩌면 거대한 자연 재난을 빈번하게 겪는, 그리고 그러한 부조리를 신화화, 인격화해서라도 집단적으로 process하며 이해하고자 하는 일본인들 특유의 관념이 반영된 부분일 수도 있겠다.

또한, 웅장하고 커다란 이야기가 결국 한 소년의 심리적 문제로 귀결되는 건 에반게리온의 이카리 신지 이전에 아키라에서도 (그리고 아마도 다른 작품들에서도) 이미 그랬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러 경로로 주워들어 이름만 알거나, 주요 장면을 유튜브 클립으로만 보고 정작 제대로 감상을 안 해 본 유명한 영화들이 굉장히 많다. 약 2년 전쯤부터는 이들을 엑셀 파일에 리스트업해 두고 있다. 시간이 아주 많이 드는 일은 아니니, 일주일에 한 편 정도씩 감상하고 기록을 남겨 보는 취미를 가져도 좋을듯싶다. 이번 아키라처럼 리스트에 적어 두었던 영화가 극장에서 재개봉한다면 더욱 좋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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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8일 일요일

급기야 북한발 비상사태까지 유발하려 한 내란세력: 안보와 국민경제는 안중에도 없었나

설마 했는데, 지난 가을의 평양 무인기 사건도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김용현 국방부장관이 기획한 게 맞았던 모양이다. 야당을 향한 경고성 계엄이라는 희대의 주장도 완벽한 거짓말로 드러나고있다.

북한의 도발은 언제 왜 일어나는가?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내부의 불안정한 역학관계가 발생했을때 대내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바깥(?)에 공동의 적을 만드는 거라는 분석이 있다. 그런데 이런 식이라면 윤석열과 김용현도 비슷한 이유로 남북관계 긴장을 유발한 것이 아닌가.

우리는 북한 같은 폐쇄 고립 정권이 들어선 곳도 아니고 대외적인 리스크에 정면으로 개방된 채 매일같이 막아내며 여기까지 성장해온 나라인데, 이번 국지전 유발 시도 및 계엄으로 국민 생명이 이미 위협당한 것은 물론이며, 금융시장은 출렁이고 국민경제는 쪼그라들었고 국가 위신은 땅에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만약 여기에 북한이 대응해서 확전이라도 했으면? 한국의 계엄군뿐 아니라 북한에 의한 실제 비상사태가 발생하면서 계엄령의 정당성마저 확보될 수가 있고 그 여파는 상상할 수가 없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서 교육받은 인간이 어떻게 해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참담할 따름이다.

지금도 한국은행을 비롯한 관계기관들이 이미 RP 무제한매입, 국민연금-한은 외화 스와프 등으로 우리 세대의 복지 자금이 될수 있는 돈들을 하루에 십수조 혹은 수십조씩 빼서 금융시장 충격을 막고 있다고 한다. 이건 안 그래도 무너져 있고 부동산에 기형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생애주기 설계에 장기적이고 결정적 악영향이 불가피하고, 이는 어떤 방식으로도 회복 및 용서가 불가능하다.

잘못은 내란을 획책한 소수 사람들이 했는데 왜 그 책임은 5000만 국민들이 져야 하는지, 그것도 왜 하필 내가 살아가가야 하는 세대에 이런일이 일어나야 되는지 정말 너무나도 억울하다. 이번 일을 최대한 빨리 수습하고, 이번 기회에 국가 체질을 바꿀 부분은 바꾸어서 나라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더 대비하는 게 그나마 이번 사태의 충격을 줄이는 일이다.

기무사도 이름까지 안보지원사로, 또 방첩사로 바꿔가며 쇄신을 열심히 했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충암파인 방첩사령관 지휘 하에 사전 작업까지 포함해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이번일에 참여해 버렸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상명하복에서 오는 비극일 수도 있지만 결국 본연의 임무들 잘 했건 못 했건 이번 일에는 부대 해편까지 포함한 아주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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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7일 토요일

무엇이 질서있는 퇴진인가

여당에서 이야기하는 2선 후퇴, 책임총리제, 거국내각 등이 법적으로 애초에 없는 개념인데, 그게 왜 '질서 있다'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오직 탄핵에 의한 직무정지 및 파면, 자진 하야, 혹은 불소추특권 예외에 의한 체포의 3가지만이 질서있는 퇴진의 방법이다.

결국 여당이 원하는 것은 위헌적 계엄으로 계엄군을 동원하여 국회의원들을 잡아넣으려고 했던 대통령을 권한도 확실하게 정지 안 된 채로 직에 유지시켜 놓고 비정상적인 형태로 시간을 벌겠다는 것 아닌가.

만약 그 와중에 군사적 급변사태나 외교, 경제, 금융 등에서 급박한 상황이 발생하면 결국 군통수권을 포함한 모든 주요 결정 권한은 법적으로 대통령한테 있는데 그때는 어떻게 할건가? 이렇듯 소위 2선 후퇴가 제대로 된 법적 개념이 아니라는 데서 오는 문제는 지극히 크다. 헌법적 근거가 있는 퇴진의 방안들이 속도도 더 빠르고 그 실행의 방법에 있어서 논란의 여지도 적으며 더 민주적이다.


급변하는 세계정세에서 우리 경제와 금융은 대외 불확실성에 언제나 정면으로 노출되어있다. 국내 인구는 충격적인 감소세가 예정되어 있는데다 나라의 먹거리가 될 미래 성장동력조차 찾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라면 초저성장을 넘은 마이너스성장이 기정사실이다. 연금, 지역균형, 부동산, 가계부채, 노동 등 국민경제의 모든 주요 부문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폭탄을 만성적으로 끌어안고 있다.

지금까지 성장하는 과정에서 해결 못한채로 쌓아오기만 한 그런 것들이 초저성장을 계기로 구체적으로 터져나올 것인데 이는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방향이 설정된 정책 집행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다. 요컨대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걸어온 오르막길을 뒤로하고 처음으로, 그것도 대단히 가파른 내리막길에 진입하고있다. 바로 내 주변 세대가 그런 숨막히는 시대와 처음으로 정면으로 부딪혀가며 살아가야한다.


그런 상황에서 계엄선포에 따른 전대미문의 정치적 위기까지 촉발되어 국정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이르게 되었고 리스크에 대응할 능력이 특히 현저하게 감소되어있다. 1분 1초가 아까운 이런 풍전등화 같은 상황에서 여당이 한갓된 정치적 이해관계 탓에 이재명 판결까지, 혹은 심지어 2026년 5월까지 이런 식으로 하겠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 제발 나라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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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6일 금요일

이젠 실패한 쿠데타도 처벌할 수 없다고 할 셈인가

- 계엄의 어설픔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또한 내란 옹호 세력의 프레임이다! -

우파 스피커들 중에서 아무리 그래도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너무 큰 잘못이 맞다고, 현재 촉발된 헌정위기의 중대성 앞에 우선 마음을 모아 주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에 이러다가 이재명이 당선되면 어떡할 거냐, 안귀령이 뭘 잘못했다, 포고령상 법리적으로 국회 계엄해제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 현 시점에 지엽적인 부분, 혹은 법리상 이미 전혀 문제가 없는 건데 커뮤에서나 뇌피셜로 굴러가는 떡밥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 진짜로 간첩 잡는 줄 알았는데 뭣도 없어서 아쉬웠다, 칼을 뽑았으면 뭐라도 했어야 되는데 어설프고 무능해서 실망이었다 등 핀트가 묘하게 나가 있거나,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바람에 근거한 지극히 위험한 얘기나 하는 등, 속편한 대가리 굴리기부터 들어간 청년 보수들도 정말 많이 보인다. 똑똑하고 쿨한 척은 다 해 왔으면서 정말 양심이 있는 건가?

경악하고 참담한 마음, 상황에 대한 전체적인 인식 이전에 그런 지엽적인 떡밥부터 머리 속에서 굴러가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헌정 위기의 중대성에 대한 감수성이 지극히 부족해 보이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아직도 이 사람들은 계엄 금방 해제되고 실패했으니 내란범이라는 무서운 단어는 야당의 과장된 레토릭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듯하다. 성공한 쿠데타뿐 아니라 실패한 쿠데타도 처벌할수 없다는 얘기인가. 나야말로 과장된 레토릭을 그 누구보다 경계하고 정확한 개념을 중요시하는 사람인데... 이게 개념상 내란이 아니면 뭔가?

물론 계엄 사태의 심각성 자체는 이미 벌어져서 모두가 아는 상황이니까, 굳이 계속 이야기하지 않고 조금 다른 디테일을 더 얘기하는 건 좋다. 나도 많이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계엄 사태 자체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애써 입을 꾹 다물었으면서, 쿨병에 걸린 것처럼 자꾸 지엽적인 얘기만 과도하게 강조하는 사람들의 글에서 그 정도 행간을 사람들이 못 파악할까? 실패했으니 별 문제 아니라는 식으로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축소하고 싶어하는 의도를 사람들이 못 읽어낼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셈이다.

보수정권이 국가를 대내외적으로 이렇게까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충격과 아쉬움은 이해하나, 그러면 더욱 뼈를 깎는 심정으로 정확한 비판을 하는 것에 집중할 때지, 그런식으로 본질과 말단이 전도된 사고방식에 지지자들이 휘둘리기 시작하면 보수세력은 더욱 더 다같이 망하게 된다.

쿠데타가 나름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것을 무능이라고 부른다면 그러한 무능은 차라리 다행인 거에 가깝고 (그것도 사실 국민들과 국회가 막아 주고 있었고 군 지휘관이랑 일선 군인들이 최후의 선을 안 넘어서 다행인거지... 순전히 주동세력이 무능해서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번 기습 계엄 사태 자체가 자유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지극히 반헌법적이고 폭력적인 것이다. 주된 논의의 초점은 어설프다, 무능하다 따위가 아니라 오로지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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